백마여행자클럽과 함께한 금강산 세존봉 산행
동행취재 - 백마여행자클럽과 함께한 금강산 세존봉 산행
운무에 가린 1만2천봉의 미소
글·사진 신상교 광고·마케팅부 대리
운무에 가린 1만2천봉의 미소
글·사진 신상교 광고·마케팅부 대리
금강산은 강원도(북한) 금강군, 고성군, 통천군에 걸쳐 펼쳐진 산으로 동서의 길이는 약40km, 남북의 길이는 약 60km로 총면적 약 530㎢에 달하는 광범위한 산이다. 하지만 이렇게 행정구역이나 수치로 나타낸 금강산보다 어릴 적부터 알았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있는 금강산이 더 맘에 든다. 모두들 알고 있을만한 그 이야기가 전해지는 금강산을 생각하며 이른 새벽 현대 아산 직원들의 배웅을 받고 남측출입국 사무소를 출발하였다.
우리 일행이 탄 버스가 비무장지대(DMZ)를 지나 북측출입국 사무소에 닿기 전 우측에 구선봉이 보였다. 구선봉은 금강산의 마지막 봉우리로, 정상에는 아홉 신선이 놀았다는 바둑판이 그려진 평평하고 속이 비어있는 바위가 있다고 한다. 그 아래로는 구선봉이 한눈에 비쳐지는 감호(鑑湖)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 감호의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라는 시조로 유명한 봉래 양사언의 시조에 잘 나와있다.
그대 어이 이 고장에 자리를 잡았나
내 답하리 천하명승 이보다 못하여라고
흰 모래 푸른 바다 소나무 숲 길을 막고
일만 송이 고운 연꽃 내집을 단장했네
이 시조의 의미와 딱 맞아 떨어지는 감호의 풍경에 빠져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어느덧 버스는 북측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하여 출입국 절차를 마치고 산행 시작점인 온정리 마을에 도착하였다.
온정리 마을에 도착하여 주위를 둘러보니 설악산 울산바위 유래에서 이야기 하듯 울산바위가 도착하기 이전 수많은 바위들이 이미 도착하여 금강산을 이루었다는 말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해되었다.
오늘 오르게 될 세존봉은 외금강 호텔 뒤쪽으로 안개에 가려져 있었고 하늘에서 내리는 꽃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천화대(天花臺)라는 이름이 붙은 전망대만 살짝 보이고 있었다.
세존봉은 외금강 구룡연 구역과 선하동 구역 사이에 날카롭고 험준한 바위들과 거대한 바위 능선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들 중, 신계천 건너 서남쪽에 제일 높이 솟아 있는 웅장한 바위산(1160m)이다. 서쪽 내륙에 있는 비로봉에서 시작하는 산줄기가 동쪽으로 뻗어가면서 장군성, 장군봉을 지나고 여기서 갈라져 나간 산줄기가 세존봉이며, 북쪽으로 옥녀봉, 상등봉, 상관음봉, 중관음봉, 하관음봉 등의 연봉과 문필봉이 있고, 남쪽으로는 장성봉, 채하봉, 집선봉 등의 높은 산들이 이어져 있다. 세존봉은 외금강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 비로봉, 천선대, 채하봉, 백마봉 전망대와 함께 금강산 5대 전망대 중의 하나이다.
이번 산행은 백마여행자클럽 덕분에 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북측 구급봉사대와 환경 안내원들이 모르는 이가 없고 이곳에서 '털보대장’으로 통하는 백마여행자클럽의 대표이사인 원용철씨는 “올해가 금강산 6주년 기념등반으로 그 감회가 남다르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금강산 산행을 하면서 쌓은 경험들을 이젠 '금강산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짝수달 둘째주 금요일에 나누고 있다.
온정리에서 세존봉 등반팀에게 지급되는 도시락을 받고 버스에 올라 동석동 입구에 닿았다. 이미 도착하여 있던 북측 환경안내원 2명, 그리고 우리로 말하면 구조대인 북측 구급봉사대 1명과 함께 가벼운 수인사와 통성명을 나누고 산행을 시작했다.
많은 산행객들로 인해 평평해지고 정형화 되어있는 우리의 산길과는 달리 조금 투박한 길이었지만 자연스럽게 피어 있는 들꽃과 왼쪽으로 줄지어 서있는 집선연봉들을 바라보면서 걷기를 1시간 남짓, 넓은 너럭바위가 눈앞에 펼쳐진다. 북측 환경안내원 말로는 이곳이 움직이는 바위가 있다하여 동석동이라 하고 이곳에서 흐르는 물은 금강산에 있는 모든 호텔과 식당에서 사용되는 식수로서 아주 맑고 그 맛이 일품이라 한다.
북측 환경안내원의 설명이 끝나자 서둘러 다리쉼을 끝내고 부지런히 세존봉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이마에 땀이 맺힐 즈음 어느덧 지난 6월 남북 산악인들이 하나되어 두개의 바윗길을 만들어 낸 세존연봉이 우리의 우측에 다가왔다. 이제부턴 그 경사가 조금 급하게 변하면서 흡사 설악산의 마등령을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비슷한 산세를 지닌 것에 놀라웠다. 뒤돌아보니 저 건너편 채하봉쪽에서 내리는 폭포줄기의 시원함이 1시간 30분 정도 지속된 산행의 고단함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이내 도착한곳이 금강산 세존봉의 어깨부분이라면 세존봉 그 머리위로 닿는 길은 이곳 사람들이 말하는 '구름철계단’이 60도 가까이 일자로 이어져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오금이 저려서 도저히 오르지 못하겠다고 말하며 뒤로 물러섰지만, 20여분 후에는 세존봉 정상에서 모두 그들의 추억을 사진 속에 담고 있었다. 비록 날씨가 흐려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흐르는 모습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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