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철쭉산행 코스 3선
시즌특집/지리산 철쭉산행 코스 3선
바래봉·세석고원·형제봉…달궁·뱀사골계곡도 볼만해 연둣빛 구름 사이로 진분홍 꽃비 내리다 글·사진 황소영 기자
바래봉·세석고원·형제봉…달궁·뱀사골계곡도 볼만해 연둣빛 구름 사이로 진분홍 꽃비 내리다 글·사진 황소영 기자
전북 남원·전남 구례·경남 함양·산청·하동 등 남녘 5개 시·군에 골고루 뿌리 내린 지리산은 예부터 금강산·한라산과 더불어 삼신산의 하나로 추앙 받던 ‘민족의 영산’이다.
백두산에 근원을 둔 대간 줄기가 설악산~태백산~속리산~덕유산을 거쳐 지리산에 마지막 힘을 쏟은 터라 남한 내륙에선 가장 크고 너른 산이 되었고, 1967년 12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지정한 국립공원도 지리산의 몫이 되었다.
천왕봉(1915m)·반야봉(1751m)·노고단(1507m)을 비롯 25.5㎞의 주능선 상에 토끼봉·명선봉·영신봉·제석봉 등 해발 1000m가 넘는 준봉들을 거느린 지리산의 면적은 대략 471㎢. 따라서 ‘철쭉 명소 지리산’이라 두리뭉실 뭉뚱그려 넘어갈 수는 없는 일. 지리산 안에서도 세석 촛대봉(1703.7m)을 기준점 삼아 북쪽의 바래봉(1168m)~세걸산(1220m)~정령치(1172m), 남쪽의 형제봉(1115.2m)~신선대~악양 구간을 대표적 철쭉 산행지로 꼽을 수 있다.
개화 시기가 엇비슷한데다 그 밖의 군락지까지를 모두 둘러보기엔 지리산의 5월이 참으로 짧다.
바래봉, 양떼가 만든 천상의 화원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자락에 희미한 선이 지그재그로 그어져 있다.
처음엔 봉우리까지 올라선 저 선들이 무얼까 궁금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달려갈수록 선들의 선명도는 한껏 도드라져 그 의문이 차츰 풀린다.
운봉에서 바래봉까지 이어진 임도…. 바래봉을 포함 덕두산~팔랑치 구간은 1970년대 국립종축장 남원지원(일명 운봉목장) 관할 방목지역으로 당시 약 2백만 평의 면적에 면양 2천3백 마리, 한우 153마리를 사육했다고 한다.
이 임도는 방사한 양들과 그 양을 지키는 직원들이 오르내리던 도로였다고. 아직도 그 한켠에 푸른 초원과 맞닿은 축산기술연구소가 들어서 있다.
배낭을 추슬러 길을 오른다.
사위는 가뭇가뭇, 어둑한 새벽 공기에 잠겨 축축하다.
석가탄신일에 걸어두었던 연등이 어슴푸레 빛을 발한다.
바래봉 턱 밑까지 연결된 임도를 따라 오를 수도 있지만 이른 아침에 밟는 흙의 느낌이 좋아 운지사 쪽으로 산행 초입을 정한다.
길은 예전보다 상당히 넓혀져 있었다.
바래봉 산행도 그만큼 유명세를 치르는 모양이다.
가벼운 배낭인데도 등줄기로 땀이 흘러 속옷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으스스 소름이 돋는다.
40분을 치고 오르자 운지사 앞에서 버렸던 임도가 나온다.
정확히 말하면 임도에 울퉁불퉁 돌을 깔아 놓은 길이다.
돌길이 나타났다고 산행이 끝난 건 아니었지만 오르막이 아니란 사실에 위로가 된다.
동쪽 하늘은 벌겋게 물이 들었다.
해가 뜨고 있었다.
쏟아지는 붉은 빛과 철쭉이 제법 조화를 이룬다.
남자의 힘찬 팔뚝 같은 서북능선도 볕 속에 드러나 울퉁불퉁 기운이 세차다.
임도(돌길)에서 바래봉까지는 약 20분.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를 엎어놓은 것 같다’고 해서 바래봉이란 이름을 얻은 이 민둥산에 철쭉이 많은 것은 면양 방목을 위한 초원지대 조성과 더불어 양들이 독성 강한 철쭉만을 남겨두었기 때문이라는데, 어쨌든 한때 면양 보호를 위해 철망으로 막혀 산행이 금지된 바래봉 일대는 지리산의 대표적 철쭉 명소로 거듭난 셈이다.
바래봉 둥근 정상에 서면 세걸산~고리봉~만복대~노고단으로 이어진 약 20㎞의 서북릉과 천왕봉까지 연결된 주능선, 저 앞 팔랑치 일대의 붉은 빛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가슴을 열어 한껏 숨을 내쉬고 봉우리 아래 샘터로 내려선다.
샘터 옆에는 때 묻고 낡은 ‘바래봉 감시사’ 건물이 있다.
면양을 방목하는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국립종축원 직원이 머물던 건물인데, 지금은 무인대피소쯤으로 그 역할이 바뀌었다.
감시사 하얀 벽면에는 무수한 낙서들이 가득하다.
마치 고독에 찬 어느 수용소의 벽처럼. “너무 추웠다” “세상에 4월에 눈이 오다니” 등등 빼곡한 낙서들 틈에서 두고 온 추억을 하나씩 캐내는 재미도 쏠쏠할 터. 물통 가득 바래봉 샘물을 채워 넣고 걸음을 잇는다.
‘송순 익어가는 밤 / 밤새 내린 보슬비 / 보슬거리며 /
꽃잎을 만지작거리더니 / 꽃분홍 물감 녹아드는 / 바래봉 /
산기슭 한 떨기 산울림처럼 / 철쭉꽃을 피웠네’
임소혁의 시 ‘보슬비’ 전문.
바래봉 철쭉 군락지는 팔랑치 부근에서 제일 화려하다.
연둣빛 비를 쏟아낸 지리산의 하늘, 남녘의 부드러운 훈풍, 간질이는 흙, 5월 내내 조곤조곤 분주하더니 등산로 옆으로 철쭉꽃을 한 아름 피운다.
이 길을 무심히 지나는 이는 없다.
사진작가의 명품 카메라도, 어설픈 1회용 카메라도, 휴대폰의 조그만 액정도, 붉은 철쭉을 찰칵찰칵 찍어내느라 몇 번씩 걸음을 멈추곤 한다.
팔랑치 군락지를 벗어나 무명봉을 지난다.
부운치 이정표를 중심으로 양 옆에 등산로가 뚜렷하다.
길은 갈림길을 무시한 채 곧장 직진이다.
바래봉 기준 2시간쯤 진행하면 세동치에 닿는데 그 터가 넓고 샘도 있어 쉬어가기 좋다.
잠시 배낭을 내리고 준비해온 도시락을 꺼낸다.
냄새가 좋다.
그 냄새가 우리에게만 좋은 건 아니었는지 순식간에 왕파리가 날아든다.
지리산에선 그리 드문 일도 아니지만 5월에 미리 만나는 파리가 그리 반갑지는 않다.
처음 서너 마리였던 것이 반찬 뚜껑을 닫지 않으면 안될 만큼 까맣게 몰려든다.
유인용 반찬을 멀찌감치 밀어두자 대다수 파리들이 그쪽으로 옮겨간다.
잠자리 떼가 나타나기 전까진 이 파리들과 음식을 나누어야 할 판이다.
세동치에서 10여 분 올라서면 세걸산인데, 여름엔 독사 출몰지역이기도 해서 ‘독사주의’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기도 하다.
지리산 속의 산인지라 서북릉 내에서도 ‘덕두’와 ‘세걸’이 ‘산’으로 별도 대접을 받고 있다.
전망 시원한 봉우리 정상에 서서 발아래 깔린 산마을이며 능선들을 가늠하는 즐거움도 크다.
배낭 속에 차곡차곡 접어 넣었던 지도를 꺼내 하나씩 맞춰보며 시간을 보낸다.
이 세걸산을 기점으로 반대편에서 넘어오는 산행객들과 자주 부닥친다.
관광버스로 이동, 정령치에서 시작한 팀들로 아무래도 운봉~정령치보다 정령치~운봉이 수월한 까닭이다.
우르르 철쭉 인파가 지날 때마다 한쪽에 몸을 붙이고 길을 낸다.
해발 1000m가 넘는 능선들이 일정한 높낮이로 고리봉(1304.5m)까지 이어진다.
천왕봉에서 시작한 백두대간은 노고단~만복대를 거쳐 고리봉 서북쪽으로 뻗어 덕유산까지 내달리는데, 운무라도 짙은 날엔 길을 놓치기 쉽다.
대간 종주를 해야 할 사람이 너른 길을 따라 세걸산~바래봉으로 간다거나, 바래봉으로 가야 할 사람이 잔뜩 붙은 안내 리본을 믿고 대간 길로 빠지는 일이 종종 생기는 것. 60ℓ이상 급 대형배낭을 메고 인월 덕두산에서 노고단으로 향하는 주능선 종주꾼들에게 이 고리봉은 나올 듯 보일 듯 지긋지긋한데, 오죽하면 ‘서북릉의 이정표는 절대 믿지 말라’는 넋두리까지 나왔을까.
눈이 녹거나 비가 오면 미끌미끌 질퍽했던 고리봉~정령치 구간도 1년 사이 정비가 되었다.
묘비 세워진 바위에 서서 마지막 철쭉 사진을 찍는다.
정령치 도로를 오가는 차량들, 철쭉 사이로 지나는 산행객들, 그리고 철쭉처럼 떠난 누군가의 영혼…. 정령치휴게소 조금 못 미처 왼쪽에는 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개령암지 마애불상군(보물 제1123호)’이 있다.
차량 소음이 조금씩 커지면서 눈앞에 너른 주차장이 펼쳐진다.
이 휴게소에서 철쭉 산행은 끝을 맺는다.
산 길
지리산 주능선 기준 서북쪽에 위치해 ‘서북릉’으로 불리는 이 능선은 통상 인월 덕두산~바래봉~세걸산~고리봉~만복대~성삼재까지를 포함하며 도상거리 약 20㎞ 남짓이다.
능선 상에 포진한 봉우리들도 1000~1400m를 넘나드는데다 중간에 대피소가 전혀 없어 산행 경험이 없을 경우 하루 만에 끝내기가 어렵다.
굳이 당일로 이 능선을 모두 걷고 싶다면 아침 일찍 도로가 뚫린 성삼재까지 차량으로 이동해 바래봉 방향으로 내려선다.
서북릉 산행은 건각들의 주능선 종주 출발점이 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정령치를 중심으로 봄에는 바래봉 일대의 철쭉산행, 가을엔 만복대 일대의 억새산행으로 나누어 각각 산행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어디서든 4~5시간의 당일산행이 가능하다.
구례에서 군내버스가 오가는 성삼재와는 달리 정령치엔 대중교통이 전혀 없어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바래봉 철쭉산행을 부담 없이 즐기려면 운봉~바래봉~세걸산~고리봉~정령치가 적당하다.
도상거리 약 12㎞. 택시를 이용하지 않으려면 고리봉에서 대간 길을 따라 고기리로 하산한다.
부운치와 세동치에도 중간 탈출로가 있다.
더 편하게 산행하려면 정령치로 택시 이동 후 운봉으로 내려서는 코스를 잡는다.
식수는 바래봉 샘터와 세동치 샘터를 이용하는데, 세동치 샘엔 별도의 이정표가 없다.
다만 세동치 이정표와 헬기장을 지나면 왼쪽으로 조그만 소로 및 넓은 공터가 보이는데, 그 공터에서 아래로 5분쯤 내려가면 사시사철 수량 풍부한 샘을 만난다.
바래봉 철쭉은 5월 15일을 전후해 만개하지만 산 아래는 그보다 빨리 핀다.
교통과 숙식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www.easyticket.co.kr)에 아침 6시 첫차부터 밤 10시 20분까지 하루 17회 남원을 오가는 버스가 있다.
약 3시간 40분 소요되며 일반고속은 12,900원, 우등은 19,100원, 심야는 21,100원이다.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전라선 열차는 아침 6시 50분 무궁화호를 시작으로 밤 10시 50분까지 12번 운행한다.
무궁화호 기준으로 약 4시간 걸리며 주말 어른 요금은 18,300원이다.
산행 초입인 운봉까지 가려면 남원에서 시외버스로 갈아타야 하는데, 경상도 쪽일 경우 함양을 거쳐 인월까지 간 다음 인월에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다.
운봉에서 초입인 운지사까지 택시비는 5천원이고, 하산지점인 정령치에서 남원은 2만원이다.
운봉 택시 011-658-0446, 남원 택시 011-680-1727 숙박은 운봉보다는 남원이나 인월에서 하는 것이 좋다.
인월에는 덕두산 등산로와 연결된 흥부골자연휴양림이 있는데 비수기인 봄철엔 30~40명이 묵을 수 있는 25평형 1동(20만원), 15명 남짓 묵는 10평형 3동(7만원), 7~8인용 4동(5만원) 등 총 8동을 개방한다.
숙박료 외에 별도의 입장료와 주차료는 없다.
텐트를 칠 수 있는 평상은 5천원에 대여 가능하다.
규모가 작은 대신 조용한 것이 장점이며 2003년에 개장해 비교적 깨끗하다.
각 숙박동이 휴양림 이름처럼 초가집 모양인 것도 눈에 띈다.
1988년 5월에 개통된 정령치 도로에는 현대식 건물의 휴게소가 있다.
숙박은 안 되지만 간단한 부식류와 기념품을 판매한다.
식사류로는 국수 3천원, 파전과 동동주 5천원, 도토리묵 6천원이고, 어묵 2천원, 커피와 꿀차는 1천원씩이다.
한여름 산행이 힘들 때면 정령치에서 마실 동동주 한 사발을 떠올리며 가까스로 힘을 짜내는 산꾼들도 많다.
문의 063-625-1172
세석고원,연진의 넋이 철쭉으로 화하다 촛대봉과 영신봉(1651.9m) 사이에 포개진 약 30여 만 평의 세석고원은 5월 하순부터 6월 초순까지 철쭉 절정기를 맞는다.
바래봉 철쭉에 비해 빛깔이 훨씬 약하긴 해도 인공이 가미되지 않은 꽃밭이어서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한때 산행객들의 무분별한 야영으로, 꽃 반 텐트 반의 진풍경을 연출했던 세석엔 지리산 내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대피소가 들어섰으며, 철쭉 군락지 3만㎡는 자연휴식년제로 묶여 꽃밭 출입은 금지돼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에서는 탐방객이 집중되는 곳을 중심으로 자연관찰로를 조성해 탐방객들에게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데, 현재 화엄사·뱀사골·세석평원 세 곳이 그에 해당한다.
세석의 경우 1.5㎞ 구간에 한해 야생화를 비롯 식물 생태계와 훼손지 복원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그것이 꼭 철쭉 만개한 늦은 봄이 아니라도 세석은 지리산 주능선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촛대봉에 서면 동쪽으로 지리산 정상 천왕봉, 서쪽으로 반야봉과 노고단, 더 나아가 바래봉까지 이어진 서북능선 조망이 가능하다.
일출 명소로도 손색 없다.
조선시대 이륙(1438~1498)이 1480년경에 쓴 <유지리산록>에는 “천왕봉에서 서쪽으로 20여 리를 내려오면 넓게 트인 평지가 있는데, 펀펀하고 기름져 사방 6,7리쯤 됨직하다.
곳곳에 저습한 데가 있어 곡식을 심기에 알맞다.
늙은 잣나무가 하늘로 치솟아 있는데, 낙엽이 쌓여 무릎까지 빠진다.
한가운데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마치 평야와도 같다”라고 세석을 설명하고 있다.
일부 고문서를 통해 매를 잡는 사람이 머물렀다는 것과 화전민, 전쟁을 피해 온 사람, 청학동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이곳 세석으로 몰렸다는 걸 짐작할 수 있겠다.
심지어 신라 화랑의 훈련장으로 쓰였다는 얘기도 전하는데, 무엇보다 지리산 어디서든 빨치산과 토벌대의 안쓰러운 흔적을 지워낼 수는 없는 법. 이 때문에 연분홍 세석 철쭉은 언제나 붉은 색으로 기억되곤 한다.
세석 철쭉에는 연진(女)과 호야에 얽힌 전설도 있다.
옛날 옛날 지리산에 살던 연진과 호야 부부에겐 아이가 없는 것이 늘 근심이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곰이 ‘음양수를 마시면 아이를 얻을 수 있다’고 전하지만 곰과 사이가 좋지 않은 호랑이의 고자질 때문에 산신령의 노여움을 산다.
결국 곰은 토굴에 갇히게 되고, 연진은 평생 잔돌밭에서 손발이 닳도록 꽃을 가꾸는 형벌을 받는다.
가여운 연진의 피가 묻어 자란 꽃이 세석고원 철쭉이란 얘기. 지금도 세석 남쪽 음양수는 사시사철 마실 수 있지만, 연진의 붉은 넋은 늦은 봄이 되어서야 겨우 만날 수 있을 뿐이다.
산 길 세석고원까지 오르는 길은 함양 백무동 한신계곡, 하동 대성골과 남부능선, 산청 거림골이 대표적이다.
한신계곡으로 오를 경우 백무동 정류장에서 매표소를 지나면 왼쪽에 하동바위 코스(장터목대피소 방향) 이정표가 나온다.
이 길을 무시하고 직진한다.
등산로는 직접 계곡을 건너지 않아 폭우가 아니라면 우중산행도 가능하다.
위험 구간마다 안전한 철다리가 가설돼 있다.
가내소·오층·한신을 비롯 이름을 얻지 못한 무수한 폭포와 소(沼)를 지나는 길은 그리 어려운 줄 모른다.
다만 세석 1㎞ 직전부터 가파른 된비알의 연속인데 한신계곡을 오르는 사람들이 가장 꺼려하는 코스다.
매표소에서 대피소까지는 6.5㎞로 약 4시간 정도 걸린다.
대성골은 세석으로 이어진 다른 등산로에 비해 인적이 드문 편이다.
그 길이도 8.8㎞에다 접근 교통편이 쉽지 않다.
하산일 경우 세석에서 음양수를 거쳐 대성골 갈림길까지는 남부능선 일부를 따른다.
갈림길에서부터는 경사가 급한 너덜지대여서 빗길에는 특히 발 디딤에 주의해야 한다.
지루하게 너덜을 내려서면 큰세개골과 작은세개골 철다리를 지나 대성동 민가에 닿는다.
세석에서 의신으로 내려오는 길은 약 3시간 30분 정도 잡아야 넉넉하다.
거림골은 세석까지 오르는 가장 짧은 길로 약 6㎞며 3시간이면 산행 가능하다.
한신계곡·대성골·거림골 입장료는 1600원이지만 쌍계사에서는 문화재관람료를 포함 3400원을 내야 한다.
교통과 숙식
동서울터미널(www.busnara.com)에는 한신계곡 초입인 백무동까지 직접 가는 버스가 있다.
아침 8시 20분에서 밤 12시까지 하루 7회 운행하며, 요금은 19,300원(심야는 21,100원), 약 4시간 걸린다.
남원이나 함양에서 인월을 거쳐 백무동까지 갈 수도 있다.
대성골 혹은 쌍계사로 가려면 수도권이나 전라권에서는 구례로, 경상권에서는 하동으로 간 다음 화개행 버스로 갈아탄다.
화개에서 쌍계사까지는 비교적 수시로 버스가 운행되지만 대성골 초입 마을인 의신까지는 하루 6회뿐이다.
화개~의신 간 택시요금은 1만4천원이다.
화개 택시 011-9303-4200 거림으로 가는 차편은 경남 진주에 있다.
진주를 출발한 버스는 산청읍을 거치지 않고 신안면 원지와 시천면 덕산에 각각 정차한다.
첫차는 6시 20분으로 중산리를 거쳐 가며, 그 다음 차는 오전 9시, 낮 12시, 오후 5시다.
차 시간은 변동될 수 있으므로 출발 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진주 시외버스터미널 055-741-3637. 차편이 좋지 않으므로 대원사나 중산리행 버스를 타고 덕산에서 하차, 택시로 이동하는 것도 괜찮다.
택시 요금은 1만6천원이다.
각 산행 초입마다 현대식 모텔부터 민박집까지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일단 세석 철쭉을 목적에 두고 산행엘 나섰다면 세석대피소에서 하룻밤 묵을 것을 권한다.
촛대봉 일출도 장관일뿐더러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철쭉이 더욱 곱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세석대피소 1일 숙박료는 7천원이고 모포는 장당 1천원에 대여한다.
형제봉, 섬진강에 비친 꽃노을
남부능선 형제봉은 세석과 바래봉 철쭉에 숨겨져 유명세는 덜하지만 섬진강 조망이 시원한데다 화개와 악양 등 관광지와 인접해 있어 산행의 즐거움이 크다.
산행 초입인 청학사에서 2시간쯤(3.5㎞) 올라서면 형제봉 갈림길에 닿는다.
형제봉 정상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해발 1115m의 지리산 최남단으로 정상 주변 1만5천여 평 정도의 철쭉 군락지에서 매년 5월 악양산우회 주관으로 철쭉제가 개최되고 있다.
성제봉 아래에는 통천문·신선대·봉수대·고소성이 있으며, 여기서 주변을 둘러보면 정면으로 백운산이, 오른쪽으로는 노고단에서 반야봉·세석·천왕봉 지리산 주능선 코스가 한눈에 들어오고, 왼쪽으로는 금오산과 사천의 와룡산, 그리고 뒤쪽으로는 청학동을 넘어가는 회남재가 보이고, 아래로는 소설 <토지>의 주무대인 평사리와 최참판댁·동정호, 굽이 도는 섬진강과 백사장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라고 자세히 적혀 있다.
형제봉에서 35분쯤 더 걸으면 신선대에 닿는다.
형제봉 주변을 붉게 물들인 철쭉은 이곳 신선대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다.
신선대에서 길은 오직 외길. 암봉과 암봉을 잇는 철다리와 출렁출렁 흔들다리까지 산행 재미를 자꾸만 부추긴다.
굳이 전망대를 찾지 않아도 가는 곳마다, 서는 곳마다, 앉는 곳마다 섬진강 전망대가 되어줄 만큼 전체적으로 조망이 뛰어나다.
삼국시대에 쌓은 견고한 석성으로 나당 연합군과 백제군이 격돌했던 곳이라 전해지는 고소산성이 나오면 산행은 거의 끝난 셈이다.
형제봉 철쭉은 5월 15일을 전후해 만개한다.
교통과 숙식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www.nambuterminal.co.kr)에서 화개행 버스를 탈 수 있다.
요금은 20,500원. 구례를 거쳐 하동까지 가는 버스인데 악양에는 정차하지 않으므로 화개에서 내려 버스나 택시로 갈아타는 게 좋다.
서울에서 약 4시간 20분 소요. 경상권에서는 하동에서 하차해 악양행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이용한다.
화개~청학사 택시 요금은 약 1만6천원이다.
기차의 경우 구례구역이나 하동역에서 내려 악양으로 이동한다.
자가용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에서 장수IC로 진입 후 남원~구례를 거쳐 악양으로 갈 수 있다.
남해고속도로의 경우 하동IC를 이용한다.
형제봉에는 활공장이 있어 차량 통행이 가능하다.
이 경우 손쉽게 형제봉으로 접근, 수월한 산행을 할 수 있다.
화개에서 형제봉 활공장까지의 택시 요금은 3만5천원이다.
TIP
기타 지리산 철쭉 코스
노고단과 반야봉 정상부에서도 철쭉 감상이 가능하다.
접근이 쉬운 노고단의 경우 대피소와 중계탑 사이 목책 너머 철쭉이 만개한다.
여름이면 샛노란 원추리 군락도 볼 수 있다.
차량 통행이 가능한 성삼재에서 오를 경우 노고단까지 약 40분, 화엄사로 오른다면 넉넉히 3시간 30분쯤은 잡아야 한다.
노고단대피소 숙박료는 1일 7천원이고, 모포(1천원)와 침낭(2천원)을 대여 받을 수 있다.
석양과 운해가 특히 유명하지만 일출도 괜찮다.
철쭉은 산중 깊은 능선에만 피는 것은 아니다.
흔히 ‘수달래’라고도 불리는 철쭉은 계곡 청류에 그 붉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5월 초순부터 만개하는데, 지리산 내에서는 북쪽의 달궁과 뱀사골이 볼만하다.
도로에서 5분이면 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으므로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도 부담이 없다.
오토캠핑이 가능한 달궁야영장에서의 하룻밤도 권할만하지만 반선에서 약 4시간 거리(9㎞)의 뱀사골 산행을 겸해 뱀사골대피소에서 묵어보는 것도 좋다.
1일 5천원이며 침낭을 대여한다.
달궁과 반선 일대에는 산채정식을 제법 잘하는 식당들이 밀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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