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山 잇기 / 충남 서산 일락산~가야산
보원사지~일락산~가야산 석문봉~안부~임도~일락사… 약 9km 5시간
글·사진 우관동 한국의산천 운영자 www.koreasan.com
내포평야 굽어보는 '백제의 미소'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충청도는 내포를 제일 좋은 곳으로 친다'고 적고 있다. 여기서 내포란 지금의 예산, 서산, 홍성, 당진 지방과 태안, 아산 일부 지역을 통칭하는 말이다. 또 그는 충청 감영이 있는 공주에서 서북쪽으로 200리쯤 가면 우뚝 솟은 가야산을 만날 수 있는데, 이 가야산을 중심으로 하여 서쪽은 큰 바다요, 북쪽은 큰 만이고, 동쪽은 큰 평야, 남쪽은 그 지맥이 이어지는바, 가야산 둘레 열개 고을을 총칭하여 내포라면서 비옥한 평야 중심에 가야산이 놓여있다고 적고 있다. 내포는 지세가 산모퉁이에서 멀리 떨어져있고 큰 길목이 아니므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두 차례의 난리 때에도 이곳에는 적군이 쳐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중환이 살았던 당시에는 생선과 소금이 매우 흔하고 땅이 기름지고 넓기 때문에 여러 대를 이어가는 사대부 집들도 많았다고 한다.
합천의 가야산과 이름이 같은 예산 가야산(677.6m)은 칠갑산에서 북진하는 금북정맥에 솟아있다. 가야산은 예산군과 당진군, 서산군 등 3개 군에 걸쳐 들판에 우뚝 솟아 산세가 당당하고 곳곳에 사찰이 자리하고 있어 은은한 풍경을 자아낸다. 가야산 정상인 가사봉은 출입금지구역이다. 그래서 가사봉 북쪽 2km 거리인 석문봉(石門峰 653m)을 오르는데 그친다. 그러나 예부터 이곳 주민들은 석문봉을 주봉으로 여겨왔다. 흥선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의 묘와 가야사터에 맥을 대고 있는 봉이 바로 석문봉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석문봉이 마치 돌기둥의 문처럼 보여서 '문다라미'라고 부른다.
그 옛날 가야산 자락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에 있는 가야사는 100여 군데 있던 절 가운데 가장 큰 절이었다. 흥선대원군은 당시 유명한 지관 정만인에게 명당자리를 부탁하여 가야산 동쪽에 2대에 걸쳐 천자가 나오는 자리를 얻는다. 그 명당자리에 가야사가 있었는데, 이 절은 흥선대원군에 의해 금탑이 깨어지고 절은 불태워 없앤 다음 경기도 연천에 있던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이곳으로 옮겼다. 이 묏자리에는 뒷날의 도굴을 염려하여 철 수만 근을 붓고 강회로 비벼 언덕에 반구형 봉분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이장 이후 정만인의 예언대로 흥선군은 대원군이 되었고 고종, 순종 등 2대에 걸쳐서 황제를 배출하였다.
산길
모나리자보다도 밝은 마애불의 미소
충청도 예산과 서산에 자리한 가야산은 덕산에서 들어가는 남연군 묘가 있는 상가리에서 옥녀폭포가 있는 일조암 계곡을 경유하여 석문봉을 오르내리는 코스와 상가리 저수지를 끼고 올라가는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긴 코스를 원한다면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는 용현리에서 수정봉을 올라 옥녀봉을 거쳐 가야산 석문봉에 이르는 코스와 용현리에서 현재 발굴 조사가 한창 진행되는 보원사지를 가로질러 상왕산과 일락산이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가야산 석문봉까지 오르는 길이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인터체인지에서 내려선 후 운산읍내를 지나 개심사 방향으로 약 2km 진행하면 작은 삼거리가 나온다. 직진하면 삼화목장 사이를 지나 개심사로 가게 되며 이곳에서 왼쪽길로 들어서면 높은 제방이 보인다. 제방 오른쪽으로 산중턱에 고풍터널이 있다. 터널을 지나 왼쪽으로 꺾으면 넓은 고풍저수지가 나오며 약 2km 지나면 길은 급히 왼쪽으로 꺾이게 된다. 오른쪽으로는 용현리 용현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타난다. 이 지점에 수정봉으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 표시가 있다.
좁은 길을 따라 용현리 마을로 들어서 500m 진행하면 용현상회가 나오며 계곡 건너로는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는 마애삼존불상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 약 2km 진행하면 주변이 넓어지며 용현리 보원사지 발굴터가 나온다. 한때는 이 계곡 안에 절과 암자가 아흔아홉 개가 있었는데 백 개를 채우지 말라는 계시를 어기고 백암사를 지어 절들이 모두 망했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복숭아 꽃잎이 떠내려 오는 좁은 산길을 따라 들어가면 나오는 넓은 개활지를 가진 별천지와 같은 마을이 용현리다. 서산·운산 일대에서는 계곡이 이곳뿐이므로 여름, 가을에는 많은 인파가 찾아온다.
용현마을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이 돌아서 있는 부처이다. 원래는 고풍저수지가 생기기 전 그곳에 있던 미륵불상이었으나 고풍저수지가 축조되며 현재의 이곳으로 옮겨왔다. 특이한 것은 마을의 입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을 안쪽을 바라보고 서있다는 것이다.
돌무덤 위에 돌아서 있는 미륵불을 지나면 국보 제84호 마애삼존불상이 있는 작은 계곡가에 이른다. 마애삼존불상이 있는 곳은 주차장에서 약 100m 거리이다. 마애삼존불상 입구에는 가야산, 일락산, 수정봉 등산로 표지가 있다. 주차장에 차를 잠시 세우고 등산로와 마애삼존불상을 둘러봐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계곡을 건너 불이문을 지나 절벽위에 있는 마애삼존불상을 보노라면 종교의 차원을 떠나 보는 이의 모두는 아름다운 미소를 만날 수 있다. 모나리자의 미소보다도 더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빙그레한 한국적인 미소를….
백제의 보물 가득한 보원사지
다시 내려와 1차선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용현자연휴양림 방향으로 약 2km 이동하면 보원사지 가운데 높이 솟은 탑이 보이며 현장사무실이 있다. 산행은 보원사지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산 입구로 들어설 수 있으나 인원이 많을 경우에는 가급적이면 문화재 발굴현장 사무실 현관 앞 작은 소로를 따라 보원사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보원사지는 신라말∼고려초에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상왕산 북쪽에 있던 절터이다. 이곳에 있던 절을 강당사라고도 하였다. 지금 이곳에는 절 건물은 없으나 보물로 지정된 석조(보물 102호), 당간지주(보물 103호), 5층석탑(보물 104호), 법인국사보승탑(보물 105호), 법인국사보승탑비(보물 106호) 등이 있다.
넓은 터 제일 뒤쪽에 자리한 법인국사 보승탑을 보며 그 옆을 지나면 일락산 등산로 입구 표지판이 세워져 있으며 양옆으로 산죽이 울창한 소로에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산길로 들어서면 급하게 경사를 이루다가 서서히 완만해진다. 산길을 30분 정도 오르면 숲 사이로 임도가 나타나며 삼거리가 나타난다. 오른쪽으로는 상왕산으로 이어지는 산길, 직진에 가까운 왼쪽길은 개심사 뒤로 이어지는 일락산으로 가는 길이다. 산길은 양쪽으로 오래된 소나무가 호위하며 걷기 좋은 흙길이 이어진다. 약 1시간 정도를 걸으면 임도차단기를 지나 임도가 끝나며 철탑공사 현장을 만나게 된다.
이곳 봉우리에 서면 사방으로 시야가 트이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일락산 방향으로 오르면 능선이 가팔라지며 왼쪽으로는 가야산 석문봉에서 수정봉으로 웅장하게 이어지는 능선이 성벽처럼 펼쳐있다. 그 아래쪽으로는 용현리 계곡이 실금처럼 길게 이어진다.
계속해서 능선을 따라 오르면 경사가 가팔라지며 일락산 정상에 서게 된다. 정상에는 작은 정자와 벤치가 놓여있으며 나무로 인하여 전망은 그리 좋지 않지만 앞으로 약 100m 나가면 바위지대가 나타나며 시야가 트인다. 남동쪽으로 석문봉이 우뚝 서있고 남서쪽으로는 일락사 마당과 지붕이 자그맣게 보인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남쪽으로 이어지는 바위가 간간이 있는 능선길을 따라 내려가면 일락산과 가야산 석문봉을 가로지르는 임도가 지나간다. 이 길은 용현계곡에서 일락사까지 이어지는 임도이다.
석문봉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하산할 수 있어 임도를 지나면 작은 정자쉼터가 있으며 본격적으로 가야산 석문봉으로 이어지는 산길이다. 간간히 경사가 급해지며 철도 침목으로 만든 계단이 나온다. 산불 흔적이 있는 평탄한 곳을 지나 계속 오르면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억새밭을 지나 정상의 벼랑이 보이는 삼거리에 선다. 이곳 삼거리에서 왼쪽으로는 옥양봉으로 이어지며 오른쪽으로는 가야산 석문봉을 지나 가야산 원효봉까지 이어가는 능선길이다. 곧이어 삼각형 모양의 돌탑이 있는 곳에 서면 오석으로 만들어진 정상석이 있으며 깃발이 펄럭이는 석문봉 정상이다.
이곳에서의 조망은 매우 좋다. 해미시내와 멀리 서산시 그리고 천수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좋다면 예산, 홍성까지 잘 보이는 곳이다.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상에 가야산 원효봉이 간간히 보였다가 운무에 다시 휩싸인다. 보원사지에서 일락산을 지나 가야산 석문봉까지는 약 7km, 3시간 30분 소요된다.
석문봉 정상에서는 하산로를 다양하게 잡을 수 있다. 일반적인 하산길은 석문봉에서 남쪽 능선을 따라 암릉을 지나 상가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이 있으며 또 하나의 길은 석문봉에서 바로 내려서서 옥녀폭포쪽으로 내려가는 길과 옥녀봉을 거쳐 관음사 길을 이용하는 코스가 있다.
또 정상 돌탑에서 옥녀봉을 거쳐서 수정봉을 지나 용현리로 하산을 할 수도 있으며 물이 맑고 계곡이 좋은 용현계곡으로 하산할 수 있다. 정상에서 다시 일락산 방향으로 임도까지 내려 온 후 나무가 빼곡한 임도를 따라 약 1시간 정도 내려가면 차단기가 나오며 일락사가 나온다. 일락사는 충남 서산시 해미면 황락리 일락산 기슭에 있는 작고 단아한 절로 신라 문무왕3년(663)에 의현선사가 세웠다. 이 절은 성종 18년(1487) 이후 여러 차례 보수를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잠시 일락사를 둘러본 후 주차장으로 내려오면 산행은 끝난다.
일락산과 가야산 산행에는 특별히 위험구간은 없으며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다. 비상시 탈출로는 개심사로 하산, 일락산 정상에서 일락사, 사잇고개 임도에서 용현리 또는 일락사로 내려오면 된다.
교통과 숙식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가다 서산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와 운산면으로 간다. 이곳에서 개심사 방향으로 약 1km를 가면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고풍저수지가 나오며 고풍터널을 지나 용현리, 보원사터 앞이 나온다.
숙박은 용현자연휴양림(041-664-1971), 서울민박(041-664-3663), 푸른산장민박(041-664-1715)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산수가든(041-663-4567), 용현상회 등에서 파는 어죽이 맛있다.
주변 볼거리
가야산 주변의 백제유적
가야산 주변에는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는 삼존마애불상과 보원사지를 비롯한 많은 암자터가 산재해 있으며 일락산, 옥양봉, 석문봉으로 이어지는 가야산 등산로와 산너머에 거대한 목초지를 가진 국립 종축원(구 삼화목장)이 자리하고 있다. 겹벚꽃으로 유명한 개심사도 이웃하고 있어 둘러볼 만하다. 또한 해미읍의 명소로 이름난 해미읍성, 홍성 면천읍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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