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산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100대 명산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100대 명산
글 주성희 기자·사진 오상훈 기자
공작골~합수곡~정상~안공작재~궁지기골 기암 품고 날아오른 홍천의 공작
"시간을 앞당겨 가겠습니다. 공작산으로 이동합니다." 팔봉산 입구에서 인솔자 정용권씨가 참가자들에게 공작산 산행을 공지한다. 팔봉산을 눈앞에 두고 ‘노스페이스와 함께 하는 100대 명산’ 산행 일정 중 2010년 12월에 예정돼 있던 공작산으로 이동하는 까닭은 이러하다.
태풍 ‘나리’가 제주도와 남부를 휩쓸고 지나가며 전국에 비 피해가 속출한 9월 셋째 주 주말, 강원도 홍천에도 비가 내렸다. 출발 전날부터 이미 전국은 태풍 영향권에 들어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미리 운영자의 꼼꼼한 산행안내를 받은 터라 참가자들은 우중산행에 단단히 대비하고 출발 장소에 모였다.
그러나 일행이 숙소에 도착했을 때 홍천 지역을 긋는 빗줄기는 약한 편이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명쾌한 그곳에서 참가자들은 족구도 한 판 뛰며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고, 야외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이달의 초청 강사 김창호씨의 ‘파타고니아 등반’ 강연을 경청했다. 그 사이 어느새 비가 멈춰 있었다. 참가자들은 내일 산행에 대한 걱정을 한시름 놓은 상태에서 잠이 들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어제의 시커먼 구름은 온데간데 없이 하얗고 뽀얀 구름이 햇빛 사이로 몽글몽글 피어 있다. 맑게 갠 하늘에 주변 산이 더욱 잘 보인다. 숙소는 용문산과 소리산 자락의 푸른 숲을 제 이불마냥 두르고 있었다.
산행하기 안성맞춤인 날씨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숙소를 나섰다. 아침을 먹고 20분 정도 버스로 이동해 도착한 팔봉산. 버스에서 내린 참가자들은 신발끈을 조이고 슬슬 몸을 풀며 산행 채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의 공지였다. 어제 내린 비로 팔봉산을 휘휘 감고 도는 홍천강물이 불어나 하산로가 잠겼다는 것이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팔봉산이 높이는 낮지만 암릉이라 빗물에 바위가 미끄러워 위험할뿐더러 하산지점의 안전시설물이 물에 잠겨 입산을 통제한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참가자들은 풀던 몸을 다시 감아 버스에 싣고 공작산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진초록 물결 넘치는 폭신한 육산
팔봉산에서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공작산. 간단한 체조로 굳은 몸을 풀고 오전 10시 35분 산행을 시작한다. 공작삼거리 등산 안내 표지판이 있는 주차장에서 얼마 가지 않아 이른 합수곡 갈림길에서 길 왼쪽으로 흐르는 계곡의 징검다리를 건너 오롯한 숲길로 들어선다. 인삼이 많기로 유명한 산이라더니 숲길 좌측으로 넓은 인삼밭이 있다.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숲길을 일렬로 줄지어 걷는데 앞쪽에서 "더덕 봤다~"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뱀이 많으니 조심하세요"라는 소리도 들린다. 풍부한 식생이 뿌리내린 검은 흙은 겉보기만큼이나 비옥한 모양이다. 인삼에 더덕에 뱀까지, 넉넉한 숲이다.
육산의 포근한 감촉을 발끝으로 느끼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40여분 오르자 완만한 능선에 닿는다. 여기서 한숨 고르며 호흡을 가다듬고 발걸음을 옮기자 묘터 앞에서 잠시 휑했던 눈앞이 다시 초록의 물결로 가득 찬다. 간밤의 비로 물기를 머금고 싱그러움을 뽐내는 울창한 숲은 아직도 신록의 계절에 머물러 있는 듯 온통 초록으로 우거져 있다.
진초록 나무 그늘 아래 솔방울이 한참 보이더니 이번에는 도토리가 옮기는 발길마다 채인다. 고개를 완전히 꺾어야 끝이 보이는 낙엽송과 잘 자란 참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숲에서 삼림욕을 즐기니 요즘 사람들 껌벅 죽는 ‘웰빙’이 따로 없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오른 나무들의 생명력이 햇살을 받아 온몸으로 퍼져나가고 가슴 가득 생기를 충전한다.
산은 그리 높지 않은데 가파름이 만만치 않아 얼굴을 들기가 쉽지 않다. 비가 그치고 나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 계절이 성큼 다가올 텐데 언제 또 이렇게 초록이 우거진 숲을 볼까 싶어 욕심을 내 고개를 더 들어본다. 그런데 가만 보니 나뭇가지 끝이 뭔가 이상한 소나무들이 눈에 띤다. 타들어간 듯 말라 보이는데, 이것이 소나무 재선충병일까? 솔잎 없이 까칠한 끝을 드러낸 나무들이 눈에 밟힌다.
가파르지만 폭신한 흙으로 이뤄진 산비탈이 한참 이어지고 공작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안부 삼거리가 나온다. 갈림길 좌측은 공작산과 안공작재 방향, 우측은 안골·문바위골 방향이다.
여기서부터 공작산의 또 다른 얼굴과 마주한다. 여태껏 발끝을 부드럽게 감싸던 흙길 대신 깎아지른 듯한 큰 바위들이 산의 정상부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험한 암벽 구간에는 안전로프가 다 설치돼 있어 생각보다 그리 위험하지 않다.
공작, 깎아지른 절벽 위에 푸른 날개 펼치다
정상에 이르기 전 로프를 잡고 아슬아슬한 바위 벼랑을 돌아서면 긴장감으로 솟은 식은땀을 순식간에 날려버리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것은 정상 바로 밑 두 개의 암봉으로 이뤄진 전망대의 깊은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다. 전망대에서 발아래 펼쳐진 궁지기골과 문바위골의 초록 향연을 감상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암벽을 오르면 산불감지시설이 있는 정상이다.
저 아래 흙길 안부에서 백산찾사 회원 임상동씨가 "산 정상의 바위가 새의 머리처럼 톡 튀어 나오고 그 양옆으로 산 능선이 날개처럼 퍼져있는 형상이라 공작산"이라며 온몸으로 산세를 표현해 한바탕 웃었는데 올라와 보니 그의 설명에 일리가 있다. 산의 정상을 중심으로 푸른 능선이 마치 공작의 날개처럼 펼쳐지고, 백두대간의 서사면에 키 높은 산들이 줄줄이 솟아올라 군의 87%가 산지라는 산악지방 홍천의 진면모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대산에서 서쪽으로 갈라진 능선이 구목령~운문산~수리봉~부목재를 거쳐 홍천강과 덕치천 사이를 가르고 솟아오른 공작산은 홍천 동편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삼면이 깎아지른 절벽인 정상에 서면 북으로 가리산 쌍봉과 동남쪽으로 응봉산·대학산·수리산·병무산·운문산·봉복산의 푸른 능선 물결이 켜켜이 넘실대는 아름다운 조망이 펼쳐진다.
"방 좀 빼입시다~"하는 경상도 사투리에 넋을 놓고 감상하던 공작의 푸른 날개를 뒤로 하고 돌아선다. 서울지역 참가자 안외조씨가 "정상이 손바닥만 해 서둘러 내려온 것이 못내 아쉽다"고 하자 남편 정용하씨는 "원래 정상(頂上)은 좁은 게 정상(正常)"이라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좁은 정상에 대한 미련이 떨쳐진다. 그렇다. 넓은 정상에서 편히 조망을 즐겼다면 그만큼 공작산의 매력이 덜했으리라. 쉽게 얻은 것은 쉬 질리는 법.
공작의 머리 위로 빗줄기가 긋기 시작한다. 일행은 발걸음을 재촉해 정상에서 안공작재로 넘어가 삼거리에서 왼쪽 궁기지골로 하산한다. 고찰 수타사는 안공작재에서 계속 능선을 밟아 수리봉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안공작재에서 궁지기골로 이어지는 삼거리까지는 0.6km 거리지만 가파르고 곳곳에 로프가 설치된 암벽구간이 있어 우중산행시 주의해야 한다.
위험 구간을 지나면 계곡을 끼고 다시 촉촉한 흙길이 시작된다. 어쩌다 보니 서울지역 참가자 정용하·안외조씨 부부와 성남지역 참가자 이상구·김연주 커플 중간에 껴 내려오게 됐는데 수풀이 우거진 계곡은 녹음의 계절이요, 앞뒤 커플 사이는 봄날이 한창이로다. 가을비는 이 계곡만 빗겨가는가.
안공작재 삼거리에서 1시간 정도 내려오자 산길이 끝나고 길이 넓어진다. 포장길을 따라 공작산자연휴양림 앞을 지나 공작삼거리까지 내려가는 시간은 30분 정도. 내려가는 길 콸콸 흐르는 계곡물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코스모스가 피어 있다. 드디어 만나는구나, 반갑다 가을아.
EVENT
이달의 초청 강사
올해 K2·브로드피크 잇달아 오른 김창호씨
"등반은 자신의 신념을 증명하는 과정입니다"
9월 13일 오후 8시,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초잎새 펜션의 야외 스크린 앞. 강사 소개가 시작되자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금세 집중된다. 이날 ‘파타고니아 등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김창호씨(서울시립대산악부 OB)는 2005년 파키스탄 낭가파르바트 루팔벽을 등정하고, 지난 7월 20일 K2를 무산소로 등정한 것에 이어 브로드피크까지 잇달아 등정 성공해 산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산악인이다.
강연에서 그는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소개하며 올 봄 그가 오른 토레스 델 파이네 중앙봉 윌런스-보닝턴 루트의 등반 경험을 함께 들려주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등반 기술이 좋다고 벽을 오르는 게 아닙니다. 정신력이지요. 실제 벽의 높이 보다 자신의 마음 속 벽을 깨트리기는 게 더 어렵습니다. 베이스캠프에서 고지를 바라보며 마음을 가다듬고 마침내 정상의 높이가 자기 눈높이로 내려왔을 때, 그땐 뒤돌아보지 않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올라가는 겁니다."
광폭한 바람에 자일이 연줄처럼 날리는 파이네는 가겠다는 결심만으로 오를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1시간 꼴로 날씨가 변하는 그곳에서 단 하루의 등반을 위해 한 달을 기다렸다고. 총 28피치인 거벽을 하루에 오르려면 50m 1피치를 10분에 오르는 속도여야 가능했기에 선등자 최석문 대원과 그는 최소한의 장비만 착용하고 확보를 볼 새도 없이 벽을 탔다고 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단단했기에 가능한 등반이었다.
"정상에 오름이 등반의 완성은 아닙니다. 정신력과 파트너 간의 절대적인 믿음으로 자신의 신념을 증명해가는 과정이 등반을 완성합니다"라고 강조한 그의 마지막 말은 지난 봄 에베레스트 남서벽에서 산화한 故이현조씨에 대한 것이었다.
"전화 한 통이면 만날 수 있던 후배 현조를 데려간 산을 증오했습니다. 이제 저는 정상에 안 가도 좋습니다. 태극기 번쩍 들고 찍는 정상 사진 대신 함께 손잡고 올라갔다 내려와서 같이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합니다. 여러분, 옆의 사람과 산에서 좋은 인연을 계속 나누십시오."
팔봉산 산행 참가 독자
하재수 이민직(원주) 이규승 노혜정(고양) 주경태 최금자(구리) 정미경 지영일 허정화 정용하 안외조 류주완 박종진 최규순(서울) 김연주 이상구(성남) 이수봉(김포) 이호운(포천)
다음 산행은 10월 13~14일 경북 청송군 주왕산입니다. 참가를 희망하는 분들은 9월 31일 정오까지 알파인뉴스(www.alpinenews.co.kr)를 통해 신청하시면 추첨을 통해 20분을 선발합니다. 다음 산행은 11월 연화산, 12월 모악산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INFORMATION
초잎새 펜션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산음리 595번지 초잎새 펜션은 소리산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은 숙박업소다. 펜션은 2층 건물로 1층에 12인용 객실 2개와 2층에 25인을 기준으로 하는 객실이 하나 있다. 방마다 침대와 인터넷 시설이 구비돼 있다. 펜션 바로 앞으로는 맑은 개울물이 흐르고 정자가 설치돼 있으며 족구장과 야외 스크린 시설도 갖춰 단체가 이용하기 좋다. 객실 이용요금은 비수기 주말 기준 1층 15만원, 2층 25만원. 식당은 펜션 바로 옆 민가에서 닭백숙과 닭도리탕(3만5천원), 가정식백반(5천원)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단체 이용객은 사전 예약시 메뉴 주문도 가능하다. 초잎새 펜션 031-772-4707
수타사
공작산 끝자락에 위치한 천년고찰 수타사는 신라 33대 성덕왕 7년(708)에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전해진다. 대적광전 팔작지붕과 1364년 만든 동종, 3층석탑이 보존되어 있고 보물 제745호 월인석보를 비롯하여 후불탱화, 홍우당부 등 수많은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영서내륙에서 가장 오래된 고찰이다.
대명비발디파크
비발디파크는 대규모 스키장과 오션월드, 골프클럽 등 다양한 레포츠 시설을 갖춘 종합레저단지다. 2m가 넘는 거대한 V형 파도로 유명한 오션월드는 슬라이드, 풀장, 유아용 아쿠아 놀이터, 야외 노천탕이 있는 실내존과 스릴 넘치는 야외 파도풀 익스트림존, 찜질방존 등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온가족이 즐기기 좋다. 스키장은 보통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개장하며, 그밖에 부대시설로 9홀 규모의 골프장과 자연휴양림, 호수공원, 야외수영장, 볼링장, 당구장, 탁구장, 연수시설 등이 있다.
대명비발디파크 www.vivaldi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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