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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 자료☆★★/★☆ 등산 여행☆

열차타고 가는 산 / 홍성역 용봉산

열차타고 가는 산 / 홍성역 용봉산

     


열차타고 가는 산 - 홍성역 용봉산(381m)
홍성역~용봉초교~미륵암~정상~악귀봉~용봉사…약 4.8km, 3시간
글·사진 최두열 건설교통부 철도공안사무소


내포 들판 위에 솟은 '충남의 금강'


▲ 홍성역에서 용봉초등학교로 가는 도중에 보이는 용봉산의 전경. 용봉산은 높이는 낮지만 아름다운 기암괴석으로 유명해 '충남의 금강산'이라는 별명이 있다.


바야흐로 휴가 시즌이다. 바다파와 산행파로 양분된 의견이 가장의 민주적인 조율에 의해 산행을 하는 것으로 낙찰됐다. 그 후 가족들의 여러 여건을 고려하여 열차를 이용한 산행을 하기로 다시 결정했다. 그리고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가족과 함께 열차산행을 겸할 수 있는 대상지를 추리고 추리다 최종적으로 충남 홍성에 있는 용봉산으로 의견을 모았다. 김제여고 동창생 두 명이 주연, 그녀들 각각의 아들딸들이 조연으로 넷, 힘 좋은 남자짐꾼 두 명은 엑스트라로, 총 8명이 열차를 타고 서울을 뜬다. 홍성의 용봉산을 오르기 위하여, 가족의 화합을 다지기 위하여.

용봉산(381m)은 충남 홍성군 홍복면과 예산군 덕산면에 있는 골산이다. 높이는 낮지만 산 이름에 거창하게 용(龍)자와 봉(鳳)자가 있는 것으로 봐서 예사롭지 않은 산 같다. 아니나 다를까 용봉산은 산 전체가 마치 알통이 울퉁불퉁 튀어 나온 것처럼 바위가 솟아 남성적인 모습이다. 하얀 바위를 주인공으로 주변에 숲이라는 파란 물감을 흩뿌려놓은 그림 같다. 예로부터 아름다운 기암괴석으로 유명해 '충남의 금강산'이라는 별명이 붙은 용봉산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으로 홍성의 자랑거리인 홍성 8경의 제1경이다. 산꾼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가을 억새의 천국 오서산이 홍성 8경의 다섯 번째 자리인 것을 보면 용봉산의 경치가 얼마나 수려한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홍성은 많은 애국지사와 위인들의 배출지로 교과서에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이곳이 유서 깊은 지역이라는 뜻일 터. 누군가 훌륭한 분들이 많이 배출된 이유를 묻는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용봉산의 기골이 그렇게 만만치 않게 생겨서라고….

산길
산행은 용봉초등학교 정문 왼쪽에 있는 등산로에서 시작된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복장을 가다듬고 배낭 속의 준비물을 살피는데 "뒤에서 입장권 끊고 올라가세요"라는 확성기 소리가 들린다. 뒤돌아보니 매표소가 설치돼 있다. 입산료가 천원이다.
신작로처럼 넓은 산길을 올라가는데 좌우의 농가는 고향 시골집 같은 정겨운 모습이다. 앞뜰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길옆으로 고추밭도 보이며 아직은 덜 익은 감나무의 파란 감이 뜨거운 볕 아래 이른 가을을 재촉한다.

큰 길로만 따라가면 20분 정도 지나 미륵암에 닿는다. 가뭄 때문인지 암자의 식수가 그리 풍부하지는 않지만 우리 일행 몇 명이 목을 축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십여명이 앉아 쉴 수 있는 마당바위는 도시락 먹기 좋은 자리다.

▲ 용봉산 미륵암에 있는 미륵불. 높이가 10미터는 됨직한 미륵불은 그리 세련되진 않았지만 표정이 넉넉해 보인다.


그리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약 10m 높이의 큰 바위로 만들어진 미륵불이 서있다. 바위의 원형을 그대로 살린 불상으로 표정이 넉넉해 보인다. 그 넉넉한 품새로 이곳을 찾는 뭇 중생들의 소원을 다 들어주시기를. 땀을 좀 식히고 대웅전 우측의 산길을 오른다. 소나무가 우거져 솔향기가 풍겨온다. 초등학교 3학년인 경민이가 맨 앞에서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올라가는 곳곳에 널찍한 바위가 많이 있는데 경사가 제법 가파르다.

용봉산 등산로의 대표적인 코스인데 처음부터 팍 올라 치는 느낌이다. 중학교 1학년인 주은이는 벌써 힘들어 한다. 평소 운동을 안 한 것 같다. 그에 비해 동생 경민이는 산을 올라가는 모습이 '날쌘돌이' 스타일이다. 우리 일행은 등산로 옆에 쉬어 갈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정자에 걸터앉아 간식을 나눠먹고 땀을 추스른다.

한 십여분 더 오르자 우측에 미완성의 돌탑이 있고 앞쪽에 용봉산 정상이 보인다. 왼쪽으로 길 건너 서있는 홍동산을 보며 잠깐 산세를 살피고 있으니 경민이가 첫 번째로 따라 올라온다. 냉장고에 얼린 차가운 물을 나눠마시는데 누나 주은이가 힘든 표정으로 도착한다. 그런데 주은이는 너무 더워서인지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뙤약볕에 10분 정도를 더 가니 용봉산 정상이다. 시간은 별로 안 걸렸지만 더위 때문에 모두들 힘들어 한다. 더군다나 미륵암부터 계속 오르막길이었으니 힘들만도 하다. 정상에서 보니 용봉산 줄기가 일자로 이어진다. 바로 앞에 노적봉이 있고 그 뒤로 악귀봉이 보인다. 모두 바위덩어리다. 금강산의 집선봉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막내 동생뻘은 될 것 같다. 그래서 '충청의 소금강'이라고 했나 보다.
열차 탄다고 집에서 새벽부터 나오느라 모두들 아침이 부실했는지 배고픈 표정이다. 마침 정상에서 10분 정도 가니 통나무로 식사 자리를 만들어 놓은 곳이 보인다. 용봉산은 이렇게 등산로 곳곳에 쉴 수 있도록 통나무로 자리를 만들어 놓은 데가 많다. 충청도 양반들은 쉴 때도 점잖게 쉬는가 보다. 덕분에 중식 자리로 잘 활용한다.

고등학교 1학년인 성규는 잡풀에 스쳤는지 벌레에 물렸는지 반바지 아래로 종아리에 생긴 생채기가 한둘이 아니다. 중학교 2학년인 유나는 더워서 땀만 좀 흘릴 뿐 힘든 기색이 없다. 그런데 산행 초반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한 주은이가 아직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더운 여름에 과도한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리면 수분 부족으로 목이 마르거나 두통증세가 오는 경우가 있는데 심하면 열사병에 걸릴 수 있다.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일사병에 걸릴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아무래도 오늘 같이 더운 날에는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중식 후 곧 노적봉에 도착했다. 바위봉우리인데 직선코스는 노약자에게 위험하니 우회하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화강암 바위가 열을 받아서인지 손을 대니 뜨겁다. 아이 엄마 둘은 바위에 앉으니 엉덩이가 뜨뜻한 게 찜질방이 따로 없다고 신났다.

정상에서 주능선을 밟고 수암산으로 가려던 원래 계획을 바꿔 산행코스를 짧게 변경한다. 열사병을 예방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악귀봉에서 우측 계곡 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숲속에 들어서니 뙤약볕은 피할 수 있었다. 나무줄기를 넝쿨이 에워싸며 올라가는 모습이 마치 밀림 같다. 선두에서 걷는 경민이가 처음 보는지 즐거워한다.

바위가 많은 용봉산에서 그나마 숲이 우거진 계곡인데 건천이다. 지도를 보니 이 계곡 밑에 용봉산자연휴양림이 위치한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급경사 길을 내려오는데 묘 2기가 보이고 조릿대가 있는 곳을 통과하니 포장도로가 나온다. 모두들 바닥에 주저앉아 마침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힌다.

위쪽은 용봉사 쪽이다. 5분 정도 올라가니 용봉사의 풍경소리가 산사를 찾는 속인을 맞는다. 절 뒤쪽으로는 병풍바위가 큰 몸집을 드러내며 정말 병풍처럼 서있다. 용봉사의 시원한 샘물로 몸과 마음의 근심을 닦은 후 올라갔던 길을 다시 내려가는데, 아이들이 산행이 끝나가는 것으로 알았는지 "더 올라가자고 더 갈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친다.

▲ 미륵암부터 계속된 오르막길에 지친 가족들이 정상을 앞두고 휴식을 취했다.


버스 타는 곳까지 1km의 길을 장난치고 웃으며 내려오니 중간에 매표소가 나타난다. 옆으로 용봉사에서 내려오는 작은 계곡이 있다. 하지만 계곡은 바닥을 모두 시멘트로 메워놓아 작은 물고기도 살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충남의 금강산'도 구경하고, 또 서울에서 가까운 곳도 아니니 이쯤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한 시간에 두 번씩 있는 홍성역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고 뒤를 바라보니 멋진 화강암으로 치장한 용봉산이 마치 갑옷 입은 장군처럼 늠름하게 서 우리를 배웅한다.

교통
용산역에서 홍성역까지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열차가 5시 30분부터 20시 45분까지 약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소요시간은 2시간 20분 정도이며 새마을호가 무궁화호보다 10분 정도 빨리 도착한다. 홍성역에서 용산역까지는 7시 11분부터 22시 03분까지 하행열차와 마찬가지로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16번 운행된다. 온양온천역 밑으로는 아직도 단선으로 운행된다. 이용요금은 새마을호 14,500원, 무궁화호 9,700원.

주변 볼거리
덕산온천

온양과 홍성 부근은 온천지대에 속한다. 온양온천, 홍성온천, 도고온천 등과 더불어 서울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덕산온천은 1918년 온천장으로서 상업적 시설을 갖추었다. 온천수는 알칼리성이며 규산·나트륨·칼슘·마그네슘 이온 등을 함유하고 있다. 온천수의 평균온도는 45℃ 정도 된다. 목욕물은 물론 식수로도 이용되며, 류머티즘·부인병·소화기질병을 비롯해 각종 피부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 이율곡 선생이 효능이 탁월한 온천수라고 자신의 저서 <충보>에 소개했으며, 조선 순조 때도 많은 환자들이 모여들었다고 전한다. 이 일대는 덕산도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윤봉길 의사의 생가와 기념관, 여승으로 유명한 수덕사, 만리포와 대천 해수욕장이 승용차로 한두 시간 거리에 있어서 산행 후 찾아가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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