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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 자료☆★★/★☆ 등산 여행☆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100대 명산/팔공산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100대 명산/팔공산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100대 명산/팔공산
늘재~청화산~대야산~희양산~이화령 10·11구간 43.7㎞ 벼랑에도 길은 있다 글·사진 진우석 기자


▲ 희양산으로 향하는 대원들 앞에 주치봉·구왕봉·희양산이 서로 붙은 듯 평면도로 펼쳐진다.


경미산(696m)은 속리산의 문장대(1054m)와 청화산(984m) 사이에 위치하여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산이다.

또한 산의 앞뒤로 밤티와 늘재 도로가 뚫려 더욱 보잘 것 없어 보인다. 더구나 백두대간 구간 중에서 난코스로 악명 높은 속리산 문장대에서 밤티로 이어지는 암릉 구간 다음에 이어지기에 대간 종주자들은 경미산을 생략하고 곧바로 청화산으로 가고 싶은 강한 유혹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백두대간은 그 모든 구간은 온전히 밟아보는데 커다란 의미가 있다. 그래서 ‘대간이니까 할 수 없이 간다.’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경미산을 밟았다.

그러나 이러한 시건방진 생각은 경미산 정상에서 통쾌하게 박살났다.

그곳에서는 느닷없이 나타나는 속리산 신선대~문장대~관음봉으로 이어지는 산세는 상상도 못할 절경이었기 때문이다. 그 산세의 중심에 놓인 문장대는 그야말로 백척간두(百尺竿頭)였다. 그리고 문장대에서 밤티로 이어지는 암릉 구간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곳은 까마득한 벼랑이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없었다. 오직 벼랑뿐이다. 그러나 벼랑에도 길은 있었다.

이중환이 가장 좋아했던 청화산

‘LG패션 라푸마와 함께 떠나는 백두대간 종주대’는 2월 18일~19일 10구간 늘재~버기머리재 16.2km를 무사히 완주했다.
이번 구간의 참가자는 LG패션 라푸마의 이석배 실장과 박종현 과장·신입사원 김경태씨, 단골손님인 지춘성·최우진·김창준·나성아씨, 그리고 월산 산악회의 대장인 탤런트 손현주씨와 홍창진 신부·김호영씨가 참가했다. 그리고 대전의 라푸마 우수 고객인 박현수·임현수·이홍렬씨 등이 동행했다.

이번 구간은 18일 느지막이 서울을 출발, 청화산 아래 청화산농원의 펜션에서 1박 후 다음날 늘재를 출발하여 청화산·조항산·대야산을 너머 버기머리재에 이르는 코스다. 본래 저번 9구간이 문장대에 종료했기에 문장대에 시작해야 하지만 문장대 암릉 구간은 겨울철에 위험하기 때문에 그 구간을 생략했다.

그래서 기자와 권범택·김동영 조장이 18일 일찍 생략한 구간을 주파했다. 이 구간은 몇 군데 어려운 구간이 있지만 소문처럼 난코스는 아니었다. 오히려 속리산 바위미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빼어난 구간이다.

2월 19일 오전 6시 종주대는 어둠을 뚫고 늘재를 출발, 청화산으로 향했다.

청화산은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이 사랑한 산이다. 그는 청화산을 ‘앞 뒤편의 경치가 지극히 좋음은 속리산보다 낫고, 산의 높고 큼은 비록 속리산에 미치지 못하나 속리산같이 험준한 곳이 없다.’라고 평하면서 ‘자못 복지(福地)’라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호를 ‘청화산인’으로 붙였다.

완만한 오르막이 급경사로 바뀔 무렵 날이 밝아왔다. 내심 청화산에서 아침볕을 받는 속리산의 드넓은 품을 기대했지만 순식간에 날이 흐려지며 시야가 꽉 막힌다.

바람이 매섭지만 능선에 제법 쌓인 눈이 대원들을 들뜨게 한다. 청화산에서 조항산으로 방향을 잡자 앞에서 탄성이 터진다. 화려한 눈꽃 터널이 대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청화산에는 화려한 눈꽃 터널이 대원들을 즐겁게 했다.


선유동을 품은 대야산

연달아 나타나는 암릉 지대의 낭떠러지는 간담을 서늘하게 했지만 그곳 바위와 나무에 핀 눈과 얼음꽃은 색다른 절경이었다. 대원들은 고모령에서 배낭을 풀었다. 허겁지겁 김밥과 컵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고모령 바로 밑에는 석간수 고모샘이 있어 종주자에게 생명수를 제공한다. 식사 후 다시 고모령을 출발하려고 하니 순식간에 날이 갠다. 설산 위로 시리게 푸른 하늘이 나타났다.

고모령을 지나면 오른편으로 잘 생긴 봉우리를 보면서 진행하게 되는데, 그 산이 둔덕산(969m)이다.

대간 능선 둔덕산 갈림길에는 재미있는 이정표가 붙어있다. ‘갈림길-우회전하면 마귀할멈통시바위를 거쳐 둔덕산에 이름. 대간은 왼쪽. *통시는 화장실을 가리키는 경상도 방언’ 얼마나 바위가 신기하게 생겼으면 이러한 이름을 붙었을까. 이정표 앞에 멈춰서 잠시 낄낄거린다.

마귀할범통시바위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바위 이름은 손녀마귀할범통시바위다. 그곳에 들렀다가 가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대야산 바로 아래인 밀재로 향하다 854봉 밑 암반에서 기막힌 전망대를 만났다.

그곳은 수십 명이 앉을 수 있는 커다란 암반(테라스)인데 마치 분재한 것 같은 소나무 한 그루가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나무 아래 앉으니 서쪽으로 천황봉에서 문장대에 이르는 속리 연봉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오래 머물고 싶지만 추위는 계속 등을 떠민다. 집채바위라는 거대한 바위를 지나니 밀재다. 밀재는 문경 벌바위 마을과 괴산 농바위 마을을 연결하는 옛길인데, 길은 급경사가 거의 없어 구렁이 담 넘듯 부드럽다.

예전에는 선유산(仙遊山)이라 불렀던 대야산은 문경과 괴산 양쪽으로 유명한 선유동 계곡을 품은 명산이다.
밀재~대야산~촛대봉으로 이어지는 거친 암릉과 우람한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 그리고 정상에서 시원하게 뚫린 사방의 조망, 어느 것 하나 절경이 아닌 게 없다.

특히 백두대간 조망이 빼어난데, 남쪽으로 우리가 걸어온 속리산에서 청화산·조항산으로 이어진 능선이 한눈에 잡힌다. 그리고 북동쪽으로 우리가 가야할 희양산 구간이 도도하게 나타난다.
대간을 종주하는 보람은 대야산처럼 전망 트인 곳에서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번갈아 보는 것이다. 그 뿌듯함과 솟아오르는 투지는 종주자들만의 특권이다.

종주대가 11구간을 위해 버리머리재에 선 것은 2월 26일. 라푸마의 구본걸 부사장과 전영옥 차장, 성남고의 김흥배·강성남·김영신·윤영기 선생님들과 강원석·이경옥 부부 등의 참가자로 종주대는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번 구간은 버리머리재를 출발, 장성봉(915m)·희양산·백화산(1063m)을 너머 이화령에 이르는 27.5㎞ 거리다.

이 구간의 특징은 백두대간 능선 중에서 가장 심하게 북동 방향으로 요동치는 것과 희양산이라는 보석을 품은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희양산은 봉암사에서 등산로를 원천봉쇄했다.

버기머리재를 출발하여 능선에 붙으니 곧 전망이 좋아진다.

봉암사 근처의 원통처럼 생긴 원통봉과 애기암봉이 수려하다. 이번 구간의 첫 봉우리인 장성봉에서 희양산을 정점으로 펼쳐진 이번 구간의 전체 풍경을 가늠해 보고 길을 재촉한다. 점심장소인 공터까지 길은 지루하게 이어지지만 쌓인 눈을 밟는 느낌이 좋다. 공터에서 점심을 먹고 악휘봉을 스쳐 희양산으로 진행하다 암릉에서 기막힌 풍경을 만났다.

그것은 주치봉~구왕봉~희양산이 마치 서로 붙은 것처럼 평면도로 펼쳐진 것이다. 특히 주치봉은 펑퍼짐한 육산인데 산은 온통 눈밭이고, 눈밭에서 활엽수들이 마치 짐승의 털처럼 솟아오른 것이 인상적이었다.

평면도로 나타난 세 산 사이의 거리는 지척으로 보였지만 막상 걸어보니 엄청나게 길었다.

동강의 강물처럼 굽이치는 대간

희양산은 구왕봉을 넘어 조금 내려가자 웅장한 제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어떤 선배 종주자는 희양산을 ‘백두대간의 사리’라는 멋진 말을 헌사하기도 했다. 희양산은 북한산 인수봉에 비하면 높이는 조금 높지만 넓이는 두 배로 넓다.

저무는 오후의 볕을 퉁겨내는 희양산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니 단전 부근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온다. 아마도 희양산이 엄청난 기운을 뿜고 있으리라.

구왕봉에서 지름티재로 내려서는 길은 급경사의 연속이다. 벼랑에서 떨어지듯 지름티재에 이르니, 주변이 어수선하다. 봉암사에서 덕지덕지 경고문 붙여놓고, 희양산과 절로 내려가는 길을 봉쇄해 놓았기 때문이다.

신성한 희양산을 보호하겠다는 절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도가 심하다. 지름티재에서 은티마을로 내려오며 첫날 구간에 마침표를 찍는다.

다음날 오전 6시, 은티마을에서 배너미평을 겨냥하고 일찌감치 길을 나선다. 배너미평에 올라 따뜻한 아침 햇살을 받는다.
이곳에서 이화령까지는 동북 방향으로 직선을 그으면 두세 시간이면 충분히 닿을 거리에 있다. 그러나 이곳의 대간 마루금은 마치 동강의 강물처럼 유장한 흐름을 보여준다.

대간은 배너미평에서 동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만봉(989m)과 백화산(1063m)을 세우고, 다시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황악산을 넘어 이화령에 닿는다.

따라서 이처럼 병 모양의 대간 능선 가운데는 연풍 분지리의 깊은 계곡이 뼈대처럼 자리 잡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이화령 부근을 빤히 쳐다보며 먼길을 재촉한다.

돌아가는 것 같지만 어쩌면 이 방법이 가장 가까운 길일 지 모른다. 둘러갈 때는 둘러가야 한다. 대간에서는 잔꾀와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 오직 우직한 발걸음만이 정수다. 대간 종주는 ‘느림의 철학’을 온몸으로 깨닫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 11구간의 첫봉우리인 장성봉에 모인 종주대원들. 그들은 겨울산을 녹일 정도로 사기가 충만했다.


INTERVIEW
산악회 ‘월산’과 탤런트 손현주씨
산보다 즐거운 인생은 없다


백두대간 8구간에 참가했던 방송작가 김운경씨가 그랬다.

“손현주는 참 인간성이 좋아.

우리랑 같이 산에 많이 다녔는데, 지금은 독립해서 산악회를 만들었지.”

손현주씨가 이 말을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월산’이라는 산악회를 만들어 일가를 이루었다.
‘월산’의 회원은 최근 드라마 <토지>에서 구천이로 열연하는 김유석씨·연극 및 뮤지컬 배우·방송작가 등의 방송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홍창진 신부, 개인사업가인 김호영씨, 학교와 학원 선생님 등 다방면에 걸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심지어 8000m 14좌를 완등한 한왕용씨도 열성 회원이다. 이번 10구간에는 ‘월산’의 핵심 멤버인 손현주씨와 홍창진 신부, 김호영씨가 참가하여 산행 내내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리고 산행을 마치고 뒤풀이 시간에 손현주씨가 자진해서 일어나 춤과 노래로 여흥을 돋구었다. 그러자 홍창진 신부가 일어나 두 사람은 특유의 익살스러운 춤을 추었다.

그리고 “혹시 신부님 맞아요?” 좌중에서 질문과 웃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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