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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 자료☆★★/★☆ 등산 여행☆

대도시 명산 하이킹 - 도봉산

대도시 명산 하이킹 - 도봉산

     


서울시 도봉구 / 도봉산 739.5m

도봉탐방지원센터~도봉대피소~신선대~다락능선~도봉산역
나를 부르는 산, 이렇게나 가까이

글 정지연 기자\사진 양계탁 기자\협찬 North LAND

금요일 퇴근 길, 당신은 어쩌면 한강을 건너는 전철 안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는 북한산과 도봉산을 바라보고 있을지 모른다. 남들이 산에 간다고 할 때 ‘다시 내려와야 할 걸 왜 굳이 올라가냐’며 구시렁거렸던 당신이지만, 소슬한 가을바람이 부는 오늘은 어쩐지 ‘나도 산에나 한 번 가볼까’ 라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에게 놀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렇게 가까이 있지만 막상 간다면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엄두가 나질 않아 이내 포기한다. 그렇게 또 숙취와 게으름 속에 주말이 지나가고, 당신은 가지 못한 산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다른 주말 저녁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전철타고 갈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수도 국립공원
하지만 이 가을에는 제발 포기하지 마시라. 다른 곳도 아니고 도봉산이라면 당신의 낯선 도전이 시작되는 곳으로 최적이니까 말이다. 지하철 1호선과 7호선, 두 개의 노선이 지나가는 도봉산역. 복잡하게 몇 번 출구 따위도 없이 내리면 무조건 한 방향으로 나와, 눈앞에 떡 버티고 선 도봉산을 향해 전진하면 끝이다. 출퇴근에만 쓰이던 당신의 교통카드가 주말에도 눈부신 활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그런데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도봉산을 우습게 생각하면 곤란하다. 서울 시민들은 도봉산과 북한산이 ‘무려’ 국립공원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는듯하다. 북한산국립공원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 나라의 수도 안에 있는 국립공원이다.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입으로만 흥얼거리지만 말고 그 의미도 되새겨보기 바란다.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먼 길 떠나가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도봉산과 북한산은 우리에게 굳이 먼 길을 떠나지 않아도 국립공원의 절경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곳이다.

▲ 도봉산 정상부는 가파른 암릉이다. 철난간을 붙잡고 오르는 길은 아슬아슬하지만 한걸음 옮길 때마다 고도가 쑥쑥 높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한 직장에 다니고 있는 김주호(35), 김은주(36), 송기욱(32)씨가 주저하는 마음을 털고 난생 처음 도봉산 산행에 나섰다. 유난히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았던 올 해 보기 힘든 파란 하늘을 이고 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도봉산역에서 상점가를 지나 도봉산탐방지원센터를 통과하니 여러 곳으로 향하는 이정표가 속속 나타난다. 아무리 도봉산의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다고 해도 이들의 목표는 일단 분명했다. 생전 처음 오는 산이니까 당연히 도봉산의 정상, 자운봉으로!

첫 번째 목적지는 도봉대피소다. 샘터에서 물을 뜨고 오른쪽 도봉대피소 방향으로 들어서니 완만했던 등산로가 계곡을 따라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매일 새벽 파워워킹으로 운동을 한다는 김은주 씨가 앞서 나갔다. 전 날 저녁 음주를 즐겼다는 두 남자는 쏟아지는 땀에 연신 물을 들이키며 영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숲 속의 맑은 공기 속에서 산행으로 땀을 흘리니 몸이 급속도로 가벼워진다며 초반의 힘겨움도 기꺼이 즐기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20분 쯤 걸어 도착한 도봉대피소는 등산객들이 흔히 그냥 지나쳐 가는 곳이다. 한국등산학교 교육장이기도 한 이곳은 선인봉 바위꾼들에게는 고향과 같은 곳이지만 일반 등산객들은 이곳에서 조금 올라간 천축사나 마당바위에서 주로 자리를 편다. 도봉산장에서 라면이나 다른 요깃거리 혹은 술을 팔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작고한 도봉산장지기 고 유용서씨는

‘산장은 산장다워야 한다’며 주변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음식물 판매를 엄격히 금지했다. 그리고는 당시 귀한 물건인 스위스제 커피 그라인더를 중고시장에서 구입해 질 좋은 원두를 그 자리에서 바로 갈아 드립퍼에 내린 원두커피만을 판매했던 것이다.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도봉산장에서는 원두커피와 살구주스, 그리고 아이스크림(여름)만 판매한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산장지기 조순옥씨를 대신해 산장을 지키고 있던 정인섭(중동고OB)씨가 풀어놓는 도봉산장 이야기와 향좋은 원두커피 맛에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은 산행이 벌써 무르익는 분위기다.

“이렇게 힘든 산에 천만 명이 온다고?”
도봉산장을 나서 천축사와 마당바위를 지나 신선대까지 가파른 오르막이다. 송기욱씨는 몸속에 남은 마지막 알코올 한 방울까지 분해해 배출하려는 듯 줄줄 땀을 흘렸다. 그러나 강원도에서 군생활을 했다는 그는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으며 씩씩하게 올라갔다. 조금씩 고도가 올라감에 따라 자운봉의 우람한 모습이 어느새 번쩍 눈앞에 나타난다. 자운봉은 암벽등반으로만 올라갈 수 있고, 일반 등산객들은 그 옆의 신선대를 오를 수 있다. 능선 갈림길에서 신선대에 오르는 철난간 길을 만나자 김은주씨는 잠시 주저하는 듯 했지만, 이내 차분히 오르기 시작했다.

▲ 전 날 마신 알코올을 땀으로 모두 뽑아내고 있는 송기욱씨. 힘들어도 힘든 게 아니라며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마침내 신선대 정상에 도착하니 좌우로 도봉 주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멀리 북한산이 보이고 그 앞에 우이암과 주봉, 그리고 오봉, 눈앞의 자운봉, 만장봉과 선인봉, 울룩불룩한 포대능선과 맨 끝에 사패산이 아스라이 있다. 이곳은 가파른 대신 신속하게 우리의 눈높이를 쑤욱 위로 올려놓는다. 아슬아슬한 암봉의 끝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은 남산타워나 63빌딩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 인간의 영역이 아닌 자연의 영역에 좀 더 가까이 서서 인간세계를 내려다본다는 것. 이 묘한 경험은 ‘신선이 된 듯하다’라는 상투적 표현이 묘사하는 대로 속세와 나를 잠시나마 분리시켜주는 것이 분명하다. 산은 그래서 우리를 부른다.

신선대를 내려와 포대 정상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곳을 가려면 깎아지른 바윗길로 유명한 Y계곡과 우회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Y계곡은 평일에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지만 주말에는 포대정상에서 신선대쪽 방향만 통행이 가능하다. 우리는 평일이었기에 Y계곡을 선택했다. 철난간을 잡은 손에서는 땀이 나고, 죽죽 미끄러지는 매끈한 바위에 디딘 발은 후들후들 떨린다. ‘일 년에 천만 명이나 찾는다는 산에 이렇게 무서운 길이 있어도 되는거야? 라며 불평하다가도 조금만 아차 했다가는 떨어 질까봐 어느새 정신을 집중하고 앞사람이 디딘 발을 찾아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옮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은 하면 할수록 요령이 생긴다. 어느새 익숙해져 척척 올라가며 왜 우리는 진작 그 천만 명 속에 들지 않았던 걸까라며 도봉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포대정상에서 오른쪽 다락능선으로 빠져 하산하는 길, 세 사람은 그들만의 신났던 모험인 Y계곡 통과를 되새기며 신나게 떠들었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에 긴장 이완 요법이 있다고 한다. Y계곡의 무서운 철난간은 그들을 긴장시켰지만, 그곳을 통과하고 나자 무엇보다 시원한 이완을 선사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스트레스가 저 멀리 날아간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자, 또 다시 금요일 저녁은 찾아올 것이다. 당신을 부르는 산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저기, 저 앞에 있으니 부디 이번 주말에는 도봉산으로 향하는 전철 안에서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

▲ 우회로가 아닌 Y계곡으로 내려서기 전. 손에 땀이 나는 긴장, 그리고 이완으로 도시인의 스트레스는 훨훨 날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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