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바뀌어도 그 산세는 그대로인 것을 동화사, 갓바위, 은해사, 수도사 등 들머리 많은 팔공산을 가보자
천왕봉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산이 있다. 산을 모르는 사람도 한번쯤 그 산정을 꿈꾸는 산, 바로 지리산이다. 그런데 이제 대구에도 천왕봉이 생길 모양이다.
최근 뉴스를 보면 경북 영천시에서는 그동안 논란 속에서 비로봉으로 불리던 팔공산 정상 (해발 1193m, 방송탑이 있는 곳)에 대한 명칭을 천왕봉으로 변경했다 한다.
현재 비로봉, 제왕봉, 상봉 등으로 이름 붙은 팔공산 정상이 조선시대에 ‘천왕봉’으로 불렸었다는 옛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의 여러 단체와 시, 도민들이 오랫동안 청원한 결과란다. 하지만 앞으로 바뀐 이름으로 확정되기에는 경북도 지명위원회와 국가 지명위원회에서 의결이 있어야 한다.
소원을 들어주는 갓바위를 간직한 대구의 진산
천왕봉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얻게 된 팔공산. 하지만, 팔공산이라는 이름도 원래의 명칭은 아니었다. 문헌을 보면 팔공산의 옛 이름은 ‘공산’, 또는 ‘부악’이었다. 그러던 것이 신라 말에 공산 동수(桐藪)에서 벌어진 견훤과 왕건의 전투에서 견훤에게 포위당해 목숨이 위태로운 왕건을 구하기 위해 신숭겸이 왕건으로 가장하여 대신 죽음을 맞게 되는데, 이 때 신숭겸 외에도 김락 등 모두 8명의 장수가 공산에서 전사하고 만다. 이때부터 공산은 팔공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팔공산은 대구를 비롯해 군위, 칠곡, 영천, 경산 등 4개의 시, 군에 걸쳐 있는 큰 산으로, 높이 1193m의 주봉을 중심으로 20㎞에 이르는 능선이 동, 서로 뻗어있는 대구의 진산이다. 정상의 남동쪽으로는 염불봉, 태실봉, 노족봉, 관봉 등이 연봉을 이루고 서쪽으로는 톱날바위, 파계봉, 파계재를 넘어 여기서 다시 북서쪽으로 꺾어져 멀리 가산을 거쳐 다부원의 소아현에 이른다.
팔공산에는 은해사, 동화사, 파계사, 삼존석굴(국보 109호) 등 크고 작은 사찰은 물론, 많은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관봉의 갓바위는 ‘팔공산은 몰라도 갓바위는 들어봤다’ 할 만큼 팔공산을 대표하는 곳이다. 본래 이름이 관봉석조여래좌상인 이 불상은 좌대의 크기를 포함해서 5m가 넘는 거대한 여래상으로 머리 위에 갓을 쓴 듯 판석을 얹고 있는데서 갓바위라 불리고 있다. 보물로 지정 되어 있는 갓바위는 누구에게든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속설을 간직하고 있어 늘 많은 사람이 찾지만, 특히 입시철이면 수험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로 더욱 북새통을 이룬다.
염불암을 지나 동봉으로 오르는 길
팔공산 산행은 동화사, 갓바위, 은해사, 수도사 등 들머리가 여럿이고 산행코스 또한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상에는 방송중계소와 군 기지가 있어 제2위봉인 동봉(1155m) 코스가 가장 인기 높다.
동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대표적으로 세 곳이다. 먼저 탑골에서 시작되는 가장 짧은 팔공스카이라인 능선 길과 동화사를 지나 오르는 길이다. 두 코스 모두 염불암을 거쳐 오를 수 있지만, 동화사에서 염불암까지 약 2km 구간은 지루한 콘크리트길이라 주로 하산할 때 이용하고, 오를 때는 팔공스카이라인 길을 이용한다. 물론,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도 있는데, 케이블카를 타면 30분 정도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한 곳은 탑골 동화사 집단시절지구 버스종점에서 걸어서 1.5km를 가야하는 수태골에서 오르는 코스다. 수태골 구간은 고즈넉한 숲길을 지나 기암절벽 구간을 거쳐 동봉이나 서봉으로 오르게 된다. 동봉에서의 하산은 주로 염불암을 거쳐 동화사를 둘러보고 다시 탑골로 내려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구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팔공산 종점 바로 전의 소공원 앞, 탑골 입구에 내리면 산행코스가 그려진 커다란 등산 안내판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안내판 뒤로는 야외 공연장이 있고 멀리 인공암벽장도 보인다. 공연장을 지나 공원을 가로질러 가면 왼쪽으로 캠핑장이 펼쳐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불감시 초소가 서 있는 등산로 입구에 다다른다. 팔공산 탑골 팔공스카이라인 능선으로 오르는 들머리다.
산으로 든 길은 키 큰 소나무 숲을 걸어 이내 깔딱 고개라 쓰인 푯말이 지켜선 계단에 이른다. 계단을 조금은 힘겹게 오르면 다시 계단을 만나게 되는데, 이정표에 따르면 계단 길은 케이블카 하차장으로 이어진다. 거리는 0.6km. 동봉까지 가장 빠른 길이다. 하지만 계단을 오르지 않고 계단 오른쪽으로 돌아 나가는 길을 따른다.
평탄하게 이어지는 길. 몇 분 뒤, 대구올레라는 안내판과 샘터를 뒤로하고 닿은 갈림길에서 살짝 밑으로 내리는 통나무 계단을 따르면 다시 얼마를 편안하게 걸어 이정표를 지나 계곡으로 들어선다.
넓은 계곡 건너로는 콘크리트도로가 보인다. 염불암까지 이어지는 길로 계곡과 나란히 오른다. 이곳에서 계곡을 건너 도로를 걸어 오를 수도 있고 계곡을 따라 올라도 된다. 하지만 계곡 길도 얼마 후 염불암에 이르기 전에 도로로 나선다. 계곡을 벗어나 도로에 오른 길은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염불암 아래, 이정표와 등산 안내판이 서있는 곳에 닿는다.
이곳에서 염불암으로 들지 않고 왼쪽의 화장실 앞으로 계곡으로 진입해 가로질러 사면을 올라 동봉으로 향하거나, 염불암을 둘러보고 염불암 오른쪽으로 돌아 염불봉을 경유해 능선을 걸어 동봉으로 진행할 수 있다.
수직의 바위와 슬랩을 넘어서 바라보는 정상의 풍경
염불암 밑의 안내판에서 왼쪽으로, 화장실 앞을 지나 계곡을 조금 거슬러 오르면 철조망으로 앞이 막히고 길은 계곡을 건너 왼쪽으로 얼마가 가파르게 사면을 굽이돌아 오른다. 그리고 얼마 후, 길이 둘로 나뉜다. 계속 오르거나 왼쪽으로 돌아 나가는 길이다.(왼쪽 길이 동봉으로 바로 이어지는 길이지만 필자가 산행을 한 이날에는 계속 내리는 눈으로 두 길의 흔적이 비슷해 왼쪽 길이 아닌 바로 오르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그것이 고생의 시작인줄 이때는 알지 못했다)
갈림길부터도 계속해서 가파른 경사로 이어지는 지능선을 따라 오르면 점차 길이 좁아지면서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더욱 가파르게 솟다가 염불암에서 15분여 지날 무렵, 잠시 평탄하게 놓이는듯하더니 길은 이내 다시 바위들이 가로막는 가파른 사면을 힘겹게 오른다. 그렇게 염불암에서 30분쯤 오르면 드디어 능선 고개에 선다. 고개를 넘어 왼쪽으로 이어지는 흔적. 동봉으로 이어지는 길 인듯해 따르지만 이내 눈으로 덮여 흔적이 끊기면서 무성한 잡목들이 앞을 막는다.
다시 되돌아 고개로 올라 바위로 덮인 능선으로 길을 잡는다. 그러면 이내 밧줄이 매인 바위가 앞을 막아선다. 바위를 겨우 올라서면 다시 또 하나의 바위가 같은 모습으로 버티고 서있다. 두 바위 다 채 10미터가 되지 않지만 수직으로 서있는데다 눈과 얼음으로 덮여 올라서기가 여간 힘겨운 것이 아니다.
바위를 넘어 올라서면 이번에는 짧은 슬랩이 앞에 놓인다. 평소 같으면 쉽게 지날 수 있겠지만 역시 눈과 얼음으로 덮여 여간 조심스럽게 지나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다. 슬랩을 지나면 길은 커다란 바위틈을 겨우 빠져나가 다시 바위로 덮인 능선위에 선다(오른쪽은 사방이 트인 바위봉우리. 눈보라와 산정을 덮은 안개로 아무것도 조망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날씨가 좋을 때는 멋진 전경이 펼쳐질 듯하다).
어렴풋한 길의 흔적을 따라 왼쪽 능선으로 바위들을 넘어가면 이내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데크 계단이 보인다.(동봉 직전에 놓인, 염불봉, 염불암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이곳에서 동봉은 지척의 거리다. 그래도 다행히 길을 제대로 짚어 올랐던 모양이다.) 계단을 뒤로하면 이내, 드디어 동봉에 서게 된다.
팔봉산의 실제 정상보다 인기가 높은 동봉은 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로 정상에 서면 동북쪽으로는 보현산, 남쪽 멀리로는 영남알프스의 산군이 보일정도로 조망이 좋은 곳이다.
동봉 정상에는 작은 정상석과 이정표 하나가 서 있다. 동봉에서의 하산은 다시 되돌아 계단을 내려 염불봉, 염불암, 부도암을 지나 동화사를 경유해 탑골로 회기 하는 것이 좋다. 팔공산에서 갓바위 만큼이나 유서 깊은 동화사를 둘러보는 것도 의미 있기 때문이다. 동봉에서 동화사까지는 약 1시간 조금 넘게 소요된다.
● information
산행정보
팔공산은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 경산시, 영천시, 군위군, 칠곡군에 걸쳐있는 전체면적 122만㎢의 거대한 산으로 팔공산도립공원과 대구시팔공산자연공원으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정상인 천왕봉(비로봉·1192.8m)은 군사시설과 송전탑 때문에 오를 수 없고, 동봉(미타봉·1155m)과 서봉(삼성봉·1150m)이 실질적으로 오를 수 있는 이 산의 정상이다. 서북쪽의 가산에서 동남쪽의 관봉까지 이르는 주능선은 30㎞에 달하며 봉황의 날개처럼 활짝 펼쳐진 산줄기 구석구석 깊은 계곡과 수많은 유적을 품고 있고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암산으로 뛰어난 절경은 물론이고 대구지역 클라이머들의 암벽대상지이기도 하다.
팔공산도립공원 홈페이지 www.gbpalgong.go.kr
대구시팔공산자연공원 홈페이지 www.daegu.go.kr/palgongpark
산길
동화사지구~동봉 동화사는 대구 쪽에서 팔공산을 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관문으로 상업지구와 주차시설이 발달되어 있고 또한 팔공스카이라인이 운행된다. 주로 동화사에서 출발해 염불암을 거쳐 동봉에 오른 후 수태골로 하산하거나 다시 동화사로 내려오는 원점회귀산행을 한다. 수태골~서봉 수태골은 한 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깊은 골짜기며 계곡 상류 바위골은 암벽등반지가 모여있기도 하다. 서봉으로 올라 동봉을 거쳐 동화사로 하산할 수도 있고 능선에 닿은 후 아기자기한 암봉을 따라 서쪽으로 능선산행을 하기도 한다. 경산 대한리~갓바위(관봉) 갓바위에 오르는 길은 사시사철 인파로 붐비는데, 대구 쪽보다는 경산 쪽에서 오르는 것이 빠르다. 선본사에서 갓바위까지는 약 1km, 약사암에서는 700m이다. 관봉에 올라 갓바위를 본 후 능선을 따라 동봉까지 길게 종주를 할 수도 있고 능성재에서 하산해도 된다. 공산폭포코스 영천시 치산계곡은 여름철 많은 피서객들이 찾는 곳이다. 특히 수도사에서 20여분 올라 만나는 공산폭포는 낙차가 크고 수량이 풍부해 연중 물이 마르지 않고 북향이라 겨울에는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어 장관이다. 공산폭포를 본 뒤 동봉까지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가산산성코스 칠곡군에 있는 가산산성은 숙종에 완성된 산성으로 두 번의 왜란과 두 번의 호란을 치룬 의미 깊은 성채이다. 해원정사에서 산행을 시작해 동문을 거쳐 가산산성을 둘러보는 코스로 봄이면 특히 진달래 군락이 아름다운 곳이다.
주변볼거리
군위삼존석굴(국보 제109호)
팔공산 도립공원 내 군위군 남산리에 있다. 통일신라 초기의 석굴사원으로 바위를 갈아 부처를 새긴 마애불상에서 바위에 굴을 파(석굴) 부처를 모신 사원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문화유산이다. 석굴사원의 완성형이라 할 수 있는 경주 석굴암보다 연대로는 앞서있지만 그 규모나 예술성에서 석굴암에는 미치지 못해 ‘제2석굴암’이라 불리고 있다. 수십 미터나 되는 바위절벽 한 중간에 높이 4.5m의 굴을 파고 2.18m의 불상이 모셔 놓았다. 이 불상 역시 해가 뜨는 동남쪽을 바라보고 있다.
교통
동화사지구로 가는 버스는 좌석버스 급행1번과 일반버스 팔공1번이다. 급행1번은 동대구역을 지나며 팔공1번은 동구청과 대구공항을 지난다. 대구 쪽에서 갓바위를 갈 경우에는 401번을 이용하고, 경산 쪽에서는 하양 시외버스정류장에서 803번을 이용해 종점에서 내린다. 치산계곡 역시 하양시외버스정류장에서 치산행 버스를 탄다. 동대구역에서 하양으로 가는 시내버스는 814번과 818번이다.
,사진 조원구_사진작가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부동산"은 공인중개사에게.... "세무"는 세무사에게 "회계"는 회계사에게 "건축설계"는 건축사에게...전문가에게 상담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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