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니언이 파주에도 있더라전철로 가는 근교산 ⊙ 경의선 월롱역·월롱산(218.5m)
·사진 최두열_블랙야크 셰르파
산록이 눈부시게 예쁜 봄날이다. 곧 닥칠 여름에는 불어오는 바람도 이때만큼 시원하지 않을 것이고 나뭇잎도 봄의 연초록과 같지 않을 것이다. 무지렁이들의 기쁨과 슬픔을 품고 가는 봄날이 아쉬워 남은 봄을 만끽하러 경의선 전철을 탄다. 몇 년 전에는 열차를 타고 힘들게 가야했던 경의선이다. 하지만 철도의 발달로 서울역에서 산뜻한 전철을 타고 대곡·일산·파주를 거쳐 문산역 턱밑의 월롱역까지 간다.
24시간 달려야 하는 철도 특성상 휴일과 평일 구분 없이 교대근무를 하는 철도직원들은 각자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 덜컹거리는 열차의 리듬은 몸에 익숙해졌지만, 불규칙한 근무로 인해 깨진 몸의 불균형은 산행을 통해 바로잡는다.
전철과 무궁화호 또 새마을호를 운전하는 사람은 기관사라고 하고, KTX를 운전하는 이들은 특별히 기장이라고 한다. KTX의 외관만큼이나 그들만의 자부심도 대단할 것 같다. 코레일의 KTX 기장산악회 서정래 전 회장과 우병철 감사 그리고 김종헌 회원이 휴무일에 서울역에서 경의선 전철을 탄다.
월롱산(218.5m)은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일대에 낮게 펼쳐진 산이다. 볼 것은 그리 많지 않지만, 천여 년 전에 산 정상부 북쪽에 월롱산성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4세기 전반 백제가 한강 유역에 쌓았던 성이라 성터만 남았다. 현재 퇴뫼식 성벽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지만 산자락의 체육공원이 조성된 곳에서 백제 토기 조각이 발견되었다고 전한다. 임진강과 한강을 넘어오는 적들을 모두 통제할 수 있다는 전략적 요충지였고, 6.25때도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져 현재까지도 유해 발굴 작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산성이 있던 정상부 쪽은 두세 명이 함께 걸을 수 있는 넓은 길로 변해 현재는 등산로로 이용되고 있다. 산의 북동쪽에 있는 파주의 평야가 조망되고 서쪽에는 교하면 일대의 임진강과 한강이 합류하여 서쪽으로 흐르는 것이 보인다. 북쪽의 철조망 너머 개성 송악산이 흐릿하고 남쪽은 북한산의 우람한 바위가 가까이 보인다. 교하(交河)는 강이 서로 사귄다는 뜻으로, 강들이 합해져 더 큰 물줄기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월롱역~월롱초교~용주서원~시민공원~용상사~정상~예비군 훈련장~솥우물~관찰사 신도비~대 전차 방호벽~월롱역… 8km·약 3시간 소요
월롱역 앞의 횡단보도 건너 좌측으로 가면 월롱파출소가 보인다. 파출소 우측의 길로 가서 차도 아래를 통과하면 월롱초등학교 방면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있다. 월롱초등학교 정문 옆에는 ‘6.25전사자 유해발굴현장’이라는 푯말이 서 있어 전방에 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정문에서 왼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용주서원이 0.2km 남았다는 표지판도 나타난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면으로 꺾어지면 홍살문 뒤의 용주서원이 보인다. 사액을 받지 못 했다는 안내판이 서있다. 서원 좌측의 길로 3분 정도 가면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는데 청주 사씨 봉분과 약수터가 있다. 이곳에도 ‘6.25전사자 유해발굴현장’표시판이 있다. 태극기와 대형텐트까지 설치되어있다. 호국의 달을 맞이하여 후방의 다른 산에 온 것과는 기분이 사뭇 다르다.
이정표 옆길로 3분 정도 오르면 작은 능선 사거리, 월롱면 부녀회에서 설치한 벤치가 있다. 우측의 정상이 1.8km, 앞쪽의 시민공원을 지나 용상사까지는 1.1km 라고 이정표가 알린다. 2013년에 개장한 월롱시민공원을 지나면 비탈길에 있는 일주문이 나타난다. 일주문 옆에 정상 방면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다. 정상까지 0.6km 거리다. 용상사 안으로 들어가면 왼쪽 조금 높은 곳에 산신각이 있고, 명부전 우측 위에는 단청이 화려한 대웅전이 있다. 대웅전은 정면이 3칸 측면도 3칸이며, 측면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경내 계단의 돌 틈 사이로 노란 잎이 4개인 애기똥풀이 자라는 것을 구경하고 일주문으로 다시 내려와 정상 방면으로 올라갈 수 있다. 일주문에서 10분 정도 올라가면 좌측으로 길이 이어진다. 군사지역이다 보니 길게 파놓은 참호가 보인다. 좌측의 이정표를 따라가면 곧 정상에 도착하는데 정상이 마당같이 넓다. 주민이 쉴 수 있는 의자도 몇 개 있고 벚나무도 있다. 바위에 앉아 시원한 바람 쐬며 간식 먹기 좋은 곳이다.
정상 빗돌 옆에는 바위 절개지가 있다. 낮고 평범한 산을 오르다가 갑자기 그럴듯한 단애가 나타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볼거리가 없는 산에서 그나마 사진이라도 몇 장 남길 수 있는 곳이다. 높이는 10m정도, 좌우로는 50m 정도의 암괴이며, ‘파주의 그랜드 캐니언’이라고도 불린다.
맑은 날씨에 정상에서 북쪽을 보면 개성의 송악산이 길게 엎드린 듯 보인다. 정상을 뒤로하고 철쭉과 소나무 구경을 하며 걷다보면 멀리 경의선 철길이 희미하게 뻗어나간다. 군 시설인 참호가 곳곳에 있는 능선의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가면 파주 LCD공장이다. 등산로에 돌탑도 만들어 놓은 게 있다. 돌무더기에서 분기점까지는 0.5km 거리다. 가는 도중에 완성된 돌탑과 반쯤 쌓은 돌탑이 또 나타난다. 그 돌탑에서 약 10분 정도 내려오면 사거리 분기점에 닿는다. 산행을 시작했던 곳이다. 우측은 시민공원 좌측은 용주서원 방면이다. 앞쪽의 능선에 난 소나무는 하늘로 쭉쭉 뻗어 눈이 시원하다.
소나무 길에는 작년에 떨어진 솔가리가 쌓여있어 발밑이 푹신푹신하다. 그런 길을 기분 좋게 가다보면 좌우 소나무에서 발산되는 피톤치드가 폐 속 깊이 들어오는 게 느껴질 정도다. 일 년 중에서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이때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발산된다고 한다. 능선으로 곧장 가면 예비군 훈련장이 나온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군생활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길이다. 전주이씨 봉분을 지나면 ‘정상 2.1km・솥우물 1.2km’라는 이정표가 서있다. 봉분도 몇 개 나오는데 좌측의 봉분은 잔디가 좀 벗겨지기는 했지만 좌우에 퇴색된 석물도 있는 걸로 봐서 고관대작의 것으로 보인다. 거동수상자나 무인항공기 발견 즉시 신고 바란다는 표지기가 달려있다.
훈련장 사이로 난 등산로를 따라가면 솥우물이 1.2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온다. 고도가 낮아지며 물탱크를 지나 도착한 곳은 솥우물이라는 곳이다. 등산 안내판도 하나 세워져있다. 우측에 유해발굴지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곳이다. 6.25 때 전투가 많았던 지역이라,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상처를 후손들이 보듬고 있는 것이다. 솥우물은 인근 지역에서는 꽤 이름 난 약수다. 인근 주민들도 물통을 몇 개씩 준비해서 떠가고 있다.
농로사이의 길을 따라 3분 정도 가면 차도인데, 좌측으로 난 차도를 10여 분 걸어가야 하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차도 옆의 소로를 따라 10여 분 가면 왼쪽에 있는 청주 사씨 세거 사적비가 나타난다. 그 사적비를 지나 5분 정도 가면 왼쪽의 도로와 만난다. 이곳에 ‘월계단, 청사 문화의 요람’이라는 안내판과 그 뒤에 있는 관찰사 신도비가 있다. 다시 3분 정도 도로를 따라가면 대전차 방호벽이 있다. 전방이라 이런 시설이 자주 보인다. 대전차 방호벽을 지나면 우측의 마을로 길이 연결된다.
봄 햇살이 완연한 다락고개길을 걸어서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등산객을 경계하는 개들이 짓기 시작한다. 건물 위에 있는 새은빛 어린이집 간판을 보며 마을 안길을 지나면 월롱역 앞의 큰 도로에 닿는다. 식당도 몇 개 있는데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길 건너 역에서 전철을 타면 서울역까지 약 50분이 걸린다.
▶ 산행정보
월롱산성지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일대 월롱산 정상부의 성지(城址)로 4세기 전반 백제가 한강 유역에 쌓은 성이다. 현재 퇴뫼식 성벽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지만 산자락의 체육공원이 조성된 곳에서 백제 토기 조각이 발견되었다고 전한다. 임진강을 넘어오는 적과 한강을 넘어오는 세력들을 모두 통제할 수 있다는 전략적 요충지로 알려져 있다.
솥 우물
자연적으로 솟아나오는 용천수라 물을 솥에서 뜨는 것처럼 편안하게 뜰 수 있다고 해서 솥우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겨울에는 따뜻한 지하수라 빨래를 하고 여름에는 차갑기가 손이 시릴 정도라고 한다. 수질이 좋아 치성 드릴 때 정화수로 사용되었던 마을의 보물이다.
유일곰탕
잡뼈 없이 소뼈 사골을 초벌 끓여 냄새를 제거하고 가마솥에 24시간 끓인 국물에 소의 차돌양지를 두 시간 이상 삶아 곰탕을 만든다. 그런 맛 때문에 경기도와 파주시의 으뜸 맛집에 선정되었다. 손님을 가족같이 대해주는 후덕한 인상의 임계순 아주머니의 손맛과 정이 느껴지는 식당이다. 2001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는데 1층 홀과 방에서 30여 명이 한 번에 식사할 수 있고, 2층에도 3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단체석이 있다. 월롱역에서 1분 거리에 있는데 적극 추천한다. 문의 031-944-3691
·사진 최두열_블랙야크 셰르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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