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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책4권' '새사과'...단통법 비웃는 불법 보조금 횡행

 

'공책4권' '새사과'...단통법 비웃는 불법 보조금 횡행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비웃듯 여전히 일부 휴대전화 단말기 판매처에서는 불법 보조금 지급이 횡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시행, 구매보조금(공시지원금)을 공개함으로써 고객이 어느 판매처를 방문해도 차별 없이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판매처에서는 여전히 불법 보조금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은어를 사용하고 개통 과정에서도 비밀유지 서약서 작성을 요구한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보조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을 뿌리치기 어려워 은밀한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보조금 더 받으니, 유혹 뿌리치기가..

22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상에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광고하는 판매처 등이 버젓이 성행하고 있다. 직장인 황모씨는 저렴한 가격에 단말기를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그는 휴대전화 단말기를 다른 매장에 비해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매장을 발견했고 해당 매장 판매자가 운영하는 네이버 '밴드'에 가입했다.

해당 밴드에는 기종별 단말기 가격이 상세히 기재돼 있었다. 기종과 가입 조건이 모두 은어로 표현돼 있어 이해하기 힘들었다. '? ㄱㅂㅎㅇ 599'라는 문구 아래에는 '갤식이32 30명', '공책4권 40페이지', '새사과16입 60박스' 등 정체불명의 글이 적혀져 있었기 때문이다.

'? ㄱㅂㅎㅇ 599'는 SK텔레콤(?)에서 기기변경(기변·ㄱㅂ)을 조건으로 단말기를 현금으로 일시불 완납(현완·ㅎㅇ)하고 59만9000원 요금제를 이용했을 때 단말기 가격이 아래와 같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해당 조건을 유지했을 경우 가격은 삼성 갤럭시 S6 32기가 제품이 30만원(갤식이32 30명), 갤럭시 노트4가 40만원(공책4권 40페이지), 애플 아이폰 6S 16기가 제품이 60만원(새사과16입 60박스)인 것이다. 아울러 해당 밴드 역시 휴대전화 단말기 판매와 무관한 것으로 설정돼 있었다.

황씨는 매장을 방문하기 전 미리 약속 시간을 정하고 밴드에 게재된 내용을 토대로 원하는 가입조건과 기종에 대해 판매자와 상담을 마쳤다. 실제 매장에서는 일반적인 개통과정과 달리 별다른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황씨는 "해당 가격으로 우리 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요구했다"며 "'아시죠?'외에 판매자로부터 들은 말이 없고 별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전했다.

■"비밀유지 서약서 작성까지"

이처럼 은어 사용 및 서약서 작성은 결국 단속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불법보조금 지급 사실이 적발됐을 경우 판매자에게 최대 1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판매자들이 온라인 상에서 구매조건을 미리 정리하는 것도 신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구매자로 위장, 매장에서 불법 보조금 관련 대화를 녹음한 뒤 신고하는 사례가 많아 이를 대비한 것이다. 불법 보조금을 지급, 고객을 확보한 판매처는 통신사로부터 신규고객 유치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이익을 남긴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에서 단통법의 성과를 점검하고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현재 33만원으로 책정된 지원금 상한액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원금 상한액을 조정에 대해 검토한 바가 없다며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tinap@fnnews.com

박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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