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휴대전화' 어떻게 변해왔나
[미디어잇 최재필] 2000년대 중·후반 휴대전화 시장에서 ‘제조사’와 ‘유명브랜드’ 업체가 합작해 만든 '명품(名品)폰'이 각광 받던 시절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와 제휴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진출의 활로를 마련하고, 제조사가 만든 휴대전화를 '고급화'시킬 수 있는 묘안으로 통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굴지의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프라다폰'·'아르마니폰'·'듀퐁폰' 등 다수의 히트작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국·내외 제조사들의 브랜드 콜라보레이션(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만, 협업의 트렌드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프라다폰·아르마니폰·듀퐁폰을 기억하십니까?"
2000년대 중·후반,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유명 브랜드사와 손잡고 '명품폰' 만들기에 전격 돌입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아르마니폰' ▲LG전자는 '프라다폰' ▲팬택은 '듀퐁폰' ▲모토로라는 '돌체앤가바나폰' 등을 앞세워 양보 없는 한판 승부를 벌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11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협업을 통해 명품폰 국내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출시된 '조르지오 아르마니폰(SCH-W820·SPH-W8200)'은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직접 디자인을 맡고 삼성전자가 제품 개발을 담당했다. 3.1인치 아몰레드 화면을 탑재하고, 디빅스 기능을 지원하는 등 하이브리드형 풀터치 제품으로 유명세를 탔다. 가격대는 일반 피처폰의 2~3배나 높은 135만 3000원으로 비쌌다.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 외 글로벌 시장에서도 '명품폰' 전략을 펼쳐왔다. 2005년 3월경에는 미국의 유명 디자이너 안나수이와 함께 '안나수이폰'을 제작했으며, 2006년 명품 패션 브랜드 '베르사체'와 공동 개발한 프리미엄 패션 휴대전화 '베르수스폰'을 출시했다.
2007년에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손잡고 '조르지오 아르마니폰'을 처음 선보였고, 2008년 '엠포리오 아르마니 나이트이펙트'에 이어 2009년에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삼성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국내 출시 모델에 해외 모델과는 다른 디자인을 적용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이 밖에도 독일의 명품 업체 '휴고 보스'와는 2008년 피처폰에 이어 2011년 스마트폰 '갤럭시 에이스 휴고 보스 에디션'을 선보인 바 있다.
'명품폰'하면 LG전자가 내놓은 '프라다폰'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제조사가 해외 유명 브랜드사와 협업한 상품 중 히트작으로 꼽힌다. 지난 2000년대 LG전자는 싸이언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샤인폰, 초콜릿폰에 이어 프라다폰까지 시장에 내놓은 상품들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승승장구했다.
LG전자는 2007년 2월 말 유럽시장을 시작으로 '프라다폰'을 전격 출시했다. 이 제품은 프라다가 설계하고 LG전자가 제조한 피처폰이다. 국내 시장에는 같은 해 5월에 발매됐으며, 출고가는 88만 원이었다. 프라다폰은 꾸준히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출시 18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프라다폰'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세계 최초로 선보인 전면 터치스크린을 탑재하며 전 세계 휴대폰 시장 트렌드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리지널 '프라다폰'의 성공에 힘입은 LG전자는 프라다와 협업을 지속했다. 이후 '프라다2', '프라다3.0' 제품까지 내놓으며 라인업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최근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에 인수된 스마트폰 업체 팬택도 한때 명품 브랜드사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듀퐁폰'이라는 히트작을 만들어 낸 바 있다. 지난 2009년 10월 국내 시장에 출시된 '스카이 듀퐁'(일명 듀퐁폰)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스.티.듀퐁' 라이터 디자인을 모티브로 한 제품이다.
'듀퐁폰'은 단말기 위쪽 홀드커버를 푸시-업 방식으로 디자인해, 듀퐁 라이터의 뚜껑을 열 때 나는 특유의 클링 사운드를 그대로 재현하며 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었던 제품이다. 특히 단말기에 금장 테두리를 적용하며 고급스러움을 한껏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듀퐁폰은 98만 4500원 고가에도 불구하고, 사전 온라인 예약판매에서만 단 며칠 만에 1만 5000대가 예약됐다. 이 제품은 지금까지도 팬택의 자존심을 지킨 명작으로 기억되고 있다.
'스타택' 시리즈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모토로라는 지난 2006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인 돌체엔가바나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모토로라레이저 V3i 돌체앤가바나'를 출시하며, 호평을 받았다. 단말기에는 돌체앤가바나의 로고가 새겨져 있으며, 고급스러운 골드와 실버 색상의 케이스로 제작됐다. 또 배경화면, 스크린세이버, MP3 착신음, 애니메이션 등 각종 기능들도 탑재됐다.
이 밖에도 모토로라는 지난 2000년 핸드백 명품 브랜드인 '코치'와 함께 가죽 장식으로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한 일명 '코치폰'을 국내 시장에 선보인 바 있다.
'영화·음료·패션' 경계 허무는 名品 콜라보 주목
휴대전화 제조사와 유명 브랜드사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명품폰' 전략은 지금까지도 펼쳐지고 있다. 다만 예전에는 각 제조사들이 주로 명품 '패션' 브랜드와 협업했다면, 현재는 패션 브랜드는 물론 영화·음료 등 그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양상을 띠고 있다.
올 한해 휴대전화 시장에서 '콜라보레이션' 트렌드를 이끈 곳은 역시 삼성전자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마블사와 협업을 통해 영화 '어벤저스2'의 대표 영웅인 아이언맨의 수트를 모티브로 삼은 '아이언맨폰'을 선보인 바 있다.
기존 '갤럭시S6 엣지'에 아이언맨 수트 디자인을 입힌 이 제품은 판매가 119만 9000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출시 하루도 채 안 돼 준비된 물량 1000대가 팔려나가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제품 후면부에 0001부터 1000번까지 한정판 일련번호를 각인시켜 소장가치를 더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아이언맨폰' 성공에 힘입어 '앤트맨폰'을 중국에 내놓기도 했다. '앤트맨'은 수트를 입으면 개미만큼 작아지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히어로가 주인공이다. 아이언맨과 어벤저스 시리즈 등을 제작한 마블사가 마블코믹스의 작품을 영화화했다. 이 제품 역시 '갤럭시S6 엣지 플러스'에 앤트맨을 상징하는 캐릭터를 적용했으며, 5888위안(약 105만 5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팔려나갔다.
이 밖에도 지난 10월 삼성전자는 유명 패션 브랜드 '오프닝 세레모니'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제작한 '갤럭시노트5'·'갤럭시S6엣지 플러스'용 액세서리를 발표하며 눈길을 끌었다.
애플은 자사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세계적인 패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 손을 잡았다. 비록 '아이폰'을 통한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자사의 첫 스마트시계인 '애플워치'에 적용하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했다.
'애플워치 에르메스'는 최고급 가죽 디자인이 더해진 밴드가 가장 큰 특징이며, 가격은 145만~199만 원으로 고가의 제품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지난 10월 LG유플러스가 '아이폰6S' 1호 개통자에게 경품으로 지급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스마트폰 신흥 세력으로 떠오르는 중국 시장에서도 '콜라보레이션'이 트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중국 제조사인 '선전 스쿠비'는 미국 음료 제조사인 '펩시'와 손잡고 'P1'(일명 펩시폰)을 중국시장에 내놨다. 음료 제조사와 스마트폰 제조사가 협업을 통해 단말기를 출시한 것은 최초 사례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펩시폰'은 펩시가 스마트폰의 '로고'와 '이름'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라이선스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개발의 전반적인 부분은 중국 제조사가 맡았다. 뿐만 아니라, 펩시폰은 '제조사'와 '브랜드사'가 만나면 기기값이 껑충 뛴다는 공식을 깨고, 1299위안(약 23만 원)에 책정돼 중국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밖에도 지난달 말 레노버의 스마트폰 부문 자회사 북경신기공장과기 유한공사는 한류 스타 김수현을 테마로 하는 스타폰을 제조해 중국 전역에 'ZUK' 브랜드로 판매하는 내용의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ZUK는 레노버의 새로운 스마트폰 브랜드 명칭이다. 이번 계약은 김수현의 소속사, 김수현 관련 모바일 콘텐츠 초상권 사용 계약을 맺은 케이스타폰, 스마트폰 브랜드 ZUK가 공동으로 체결했다. '김수현폰'은 내년 초 중국 시장에 출시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와 명품 브랜드 업체들의 협업은 예전부터 꾸준히 지속돼 왔으며, 그 영역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며 “향후에도 자동차, 식품 등 다양한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제품들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재필 기자 jpchoi@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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