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따라잡기 급급…두더지 잡기식 '뒷북 규제' 한계
코 앞 총선 표심 고려해 규제 수위 조절한 듯
풍선효과 막는 취지지만 또다른 풍선효과 우려
중장기적 방안 없이 핀셋규제만 지속 '한계뚜렷'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정부가 12ㆍ16 부동산 대책 이후 불과 두달여만에 다시 추가 대책을 내놓기로 한 가운데 '집값 잡기' 일변도의 단순 부동산 정책이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2017년부터 시작된 '강남 집값과의 전쟁'이 불과 2년반 만에 19차례에 대책을 양산하면서 시장 왜곡과 혼선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장기적인 정책 방향성 제시 없이 미시적인 집값만 좇다가 정부가 공언한 '선제적 대응'조차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값만 좇는 대책이 부른 무차별 풍선효과= 19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일 오전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19번째 부동산 대책을 확정하고 이날 최종발표할 예정이다. 용인과 성남은 이미 대부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수원 권선ㆍ영통ㆍ장안구와 안양 만안구, 의왕시 등 경기 서남부 5곳이 규제대상이 될 전망이다.
대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특정 지역의 국지적 가격급등이 나타날 때마다 해당 지역을 타깃으로 한 '두더지 잡기식'의 규제로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이뤄내기 힘들다는 것이 수차례 규제를 통해 학습됐기 때문이다. 실제 12ㆍ16 대책 발표 이후 두달 동안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는 다소 진정이 됐지만 규제를 비켜간 노원ㆍ도봉ㆍ강북구(일명 노ㆍ도ㆍ강)와 금천ㆍ관악ㆍ구로구(일명 금ㆍ관ㆍ구), 수ㆍ용ㆍ성은 물론 화성, 일산, 구리, 광명 등 수도권 곳곳에서 새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국지적 가격 급등세가 잇따르고 있다. 한 곳이 오르면 다른 지역 집값이 경쟁적으로 오르며 키 맞추기를 하는 형세다.
경기도 화성 청계동 더샵센트럴시티 94㎡(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지난해 12월 이전만 해도 주로 10억원 아래에서 거래가 됐지만 12ㆍ16 대책 발표 이후 가격이 11억원을 돌파했고, 현재 호가는 13억원 수준까지 올랐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2차와 광교신도시 광교상록자이, 수원 장안구 정자동 화서역파크푸르지오 84㎡대도 10억원을 훌쩍 넘는 등 서울 비강남권과 수도권 외곽단지들의 거래가격이 경쟁적으로 치솟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과거 강남권→주변부→강북권→신도시 등 인접 수도권으로 이어지던 가격 상승 패턴과도 확연히 대비된다. 정부의 대책이 오히려 수요자들의 심리를 자극해 일정한 패턴 없이 단기간에 수도권 곳곳으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종합적인 규제대책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특정지역에 대한 규제만 계속하면 풍선효과는 또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규제가 나오면 일단 사람들이 거래를 멈추기 때문에 상승률이 둔화할 수 있지만, 시장의 유동성은 여전하기 때문에 규제가 예상치 못한 지역으로 튀고 있다"고 말했다.
◆돈은 이미 딴곳으로 갔는데 뒷북 대책만= 이미 가격이 급등한 뒤 나오는 정부의 '핀셋규제'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조정대상지역 지정의 경우 3개월간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3배를 초과 하는 등의 정량적 조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뒷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란 우려도 크다.
지정요건을 갖춰 뒤늦게 규제를 하더라도 그 사이 유동자금은 또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2차 풍선효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부후속 대책의 타깃으로 지목한 수ㆍ용ㆍ성 지역은 이미 과도한 상승세를 멈추고 집값이 진정세를 보이는 추세다.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의 규제가 애꿎은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같은 지역이라도 준공시기, 단지규모에 따라 상황이 천차만별인 탓이다. 수원 권선구만 해도 새로 입주한 택지지구내 아파트들은 최근 몇달 사이 1억원 이상 가격이 뛰었지만 1990년대에 입주한 주변 노후 아파트들은 같은 기간 집값 변동이 거의 없었다. 만약 권선구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대출규제 강화가 저가 주택 실수요까지 위축시킬 것으로 주변 중개업소들은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정책 컨트롤 타워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단순 '집값', 여당은 '표심'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10~2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주택정책은 아예 실종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된 조정대상지역을 발표하면서 '보여주기식' 규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급대책도 새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또다른 풍선효과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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