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앞둔 전세입자 “나 떨고 있니?”…올려주거나 집 빼거나
확산하는 12.16 대책 후폭풍
생활편의 핵심지 전세수요 ↑
대출 막혀 매수전환도 힘들어
양도세 감면 거주 요건 강화로
집주인 직접 거주 “나가 달라”
정부의 부동산 대출규제와 보유세 강화로 전세 시장으로 매수 대기 수요가 증가하고, 임대인의 보유세 부담 전가로 전·월세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이상섭 기자/babtong@] |
#서울 마포구에 전세로 살고 있는 최 모(34)씨는 내년 전세 만기가 다가오는 게 두렵다. 맞벌이 부부인 최 씨는 지난해 이 동네로 이사온 이후, 출퇴근이 편리하고 생활하기가 좋아 만기 시 매수를 고려했다. 아이가 생길 것을 대비해 84㎡(이하 전용면적)으로 알아보고 있던 차에 ‘12·16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대출이 막히게 됐다. 집은 나중에 산다고 해도, 전세만 돌리던 집이라 집주인이 양도세 감면을 위해 거주요건을 채우기 위해 직접 들어와 살 것 같아 걱정이다.
#대기업 맞벌이 부부인 김 모(40)씨도 ‘12·16 대책’으로 곤란하게 됐다.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자연스레 강북에서 강남 학군지로 이사를 생각했는데,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전세를 생각 중이다. 김 씨는 “나와 같은 전세 수요자가 핵심 학군에 몰리지 않겠느냐”며 “전세값 상승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가 사상 초유의 대출 규제와 세금 중과책으로 요약되는 ‘12·16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가장 피해를 보는 이로 꼽히는 이들은 세입자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부작용으로 전셋값 상승을 공통적으로 예상했다.
대출 없이 매매가 어려워진 이들이 전세 수요에 합류하거나, 양도소득세 거주 요건 강화로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면서 매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늘어난 보유세를 전월세 가격에 포함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초구의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보유세를 늘리면 세금 전가를 고스란히 받는 이들이 세입자다”면서 “세금이 1000만원 늘면 그만큼 월세를 더 받으려고 하는 등 세금이 임차비용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세가격 상승은 진행 중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11월에만 0.41% 올라 2015년 12월(0.76%)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이 뛰었다. 전세를 구하려는 이들도 증가세다. KB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50.7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이주 이유는 ‘재테크’만 있는 게 아니다”면서 “내 집을 팔고서라도 해당지역으로 이사를 결정하는 불가피한 이들이 늘어날 경우, 전세 가격은 더 불안해진다”고 전했다.
정부 정책은 투기세력 근절을 목표로 하는데, 세입자는 100% 실수요자이기 때문에 정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강남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저렴해 실수요 젊은 부부들이 상당수 살고 있는데, 이번 대책으로 퇴거 위기에 몰리고 있다. 종전 양도세 감면 조건인 ‘10년 보유·2년 거주’요건이 ‘10년 보유·10년 거주’로 바뀌면서, 거주 요건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이후 새 아파트 입주량 감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 4만2892가구에서 2020년 4만1923가구로 소폭 하락한다. 2021년에는 2만1466가구로 크게 준다. 특히 강남구와 서초, 송파, 강동을 포함한 강남 4구는 올해 1만6173가구에서 내년 1만1934가구로 줄고 2021년에는 올해 절반 수준인 8443가구로 급감할 전망이다.
성연진 기자/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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