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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 자료☆★★/★☆ 등산 여행☆

툇마루에 앉아서 하늘 바라보니… 자연의 소리 들려오네

 

 

툇마루에 앉아서 하늘 바라보니… 자연의 소리 들려오네


경북 청송 고택에서 하룻밤

장작불로 밥 지어 먹는 '삼시세끼'도 연탄불로 난방하는 '응답하라 1988'도 채워주지 못하는 향수가 있다. '온돌'이다. 경북 청송 덕천마을에 갔다. 아궁이에 참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펴 구들장을 덥힌다.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참나무 타는 향기가 났다.

덕천마을은 청송 심씨 집성촌이다. 100년 된 고택(古宅)이 즐비한 한옥촌이기도 하다. 99칸이라는 규모로 유명한 심부자 댁의 본가 송소고택<사진>부터 이범석 장군이 묵고 갔다는 송정고택, 찰방공종택 등 총 7곳의 고택에서 숙박할 수 있다. 손님을 반겨주는 고택 주인 덕분에 부담 없이 구경해도 좋다.

조선일보

경북 청송 덕천마을에는 100년 안팎 고택(古宅)이 모여 있다. 배산임수(背山臨水) 형태로 뒷산 중턱에만 올라가도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편의점도 술집도 없는 시골 마을은 한옥의 정취로 가득하다. 참나무 타는 냄새가 반갑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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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을 묵기로 한 송정고택에 들어가자 주인아주머니가 부엌 아궁이에 참나무 장작을 넣고 불을 지피고 있었다. 땔감인 참나무가 집 한 귀퉁이에 무더기로 쌓여 있다. 주인 심증옥씨는 "6시간 정도 불을 꾸준히 때면 이후로는 장작을 더 안 때도 길게는 하루까지 방바닥이 따뜻하다"고 말했다. 부엌 아궁이와 연결된 안방에 들어가 앉자 참나무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는 소리가 들려온다. 바닥에는 전주에서 구해왔다는 옻 장판이 깔려 있다. 발바닥이 숨통이 트인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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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천마을의 집들은 동향(東向)이다. 사랑채·안방 어디서든 창을 열면 아침 햇살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대부분 'ㅁ'자 구조로 지어진 것도 특징이다. 임태현 청송관광두레 담당자는 "추위와 맹수를 대비하려고 지은 산간지방 한옥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툇마루에 앉아 네모난 처마 사이로 올려다보는 하늘 풍경이 일품이다.

한옥 숙박 주의사항은 A4용지 한 가득이다. 한지로 된 벽지에 냄새가 잘 배다 보니 향수를 쓰거나 냄새 나는 음식을 먹는 건 자제해야 한다. 얇은 한지 창과 벽은 방음 능력이 없다시피 해 밤 10시 이후에는 큰소리로 떠들면 실례다. 한여름 땀에 젖은 채로 벽에 기대거나 젖은 수건을 방에 널어도 안 된다. 벽지에 얼룩이 남는다. 방마다 화장실이 딸려 있을 거란 생각은 접어야 한다. 덕천마을에서는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한 '뒷간'이 있다.

불편함과 번거로움에도 국회의원과 재벌가 사람들이 덕천마을을 찾는다. 자연에 가까운 삶 때문이다. 차가운 웃풍을 피해 아랫목에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으면 세상만사가 단순해진다. 심씨는 "손님들이 온돌 좋다고 집 밖으로 나갈 생각을 안 한다"며 웃었다. 자동차 소음이 없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방음이 안 된다는 건 집 안에서 자연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덕천마을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 부녀회가 운영하는 덕다헌을 찾았다. 전남 곡성 '수다밥상', 여수 '수레인보우', 충북 제천 '누리마을빵카페' 등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가 '으뜸 두레'로 꼽은 곳이다. '으뜸 두레'(http://blog.naver.com/tourdure)는 지역 주민들이 현지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내는 곳을 선정했다. 묵밥·떡국·칼국수 같은 식사류가 6000원. 직접 만든 식혜(1000원)와 대추차(3000원)도 판다. 밤에는 막걸리와 배추전·파전을 파는 한식 주점이 되기도 한다. 편의점 하나 없는 것도 덕천마을만의 매력이다.

닭 울음소리에 눈이 떴다. 이범석 장군이 명상을 했다는 마을 뒷산 중턱에 오르자 덕천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방에 돌아오자 주인아주머니가 한방차를 끓여 낸다. 삽살개 복돌이가 뛰어온다. 시골에 외갓집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지 싶다.

(서울 출발 기준) 서안동IC를 나와 길안 방면으로 가면 경북 청송 덕천마을에 도착한다.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내비게이션에 덕천마을이 나오지 않으면 송소고택을 입력하면 덕천마을 고택촌으로 갈 수 있다.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청송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청송터미널에서 덕천마을까지는 택시로 5분.

청송 얼음골 인근 청송미인(010-6705-5658)에서는 직접 재배한 국화로 만든 국화차와 핸드드립 커피를 판다. 특산품 청양고추를 넣어 만든 달콤알싸한 잼을 치아바타에 발라먹는 것도 별미. 청송 달기약수터 근처에는 약수를 넣어 끓인 오리·닭 백숙집이 즐비하다. 청송 달기약수촌(054-873-2662)에서는 닭백숙과 닭불고기를 먹을 수 있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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