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엔 청풍명월의 넉넉한 품으로... 제천 여행의 즐거움 직접 느티나무를 깎아서 만든 목굴암. 나한상. 제천 박달재의 설화 주인공인 선비 박달과 금봉처녀. 교동 민화마을. 제천 산악체험장. 금봉과 박달의 설화를 새겨만든 조각공원. 해학적인 민화를 곳곳에 그려넣은 민화마을. 제천 동산에 오르면 남근석과 마주치게 된다. 제천 정방사에서 바라보는 청풍호와 그를 둘러싼 산세. 마린타워. 제천 산악체험장 서바이벌 게임장에서 한 직장인 참가자가 자신의 직장상사를 노리고 있다. 한 병역미필자가 멋진 사격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천 백숙. 학현식당. 제천 빨간오뎅. 제천 명물 두꺼비식당 등갈비 찜.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충북 제천은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이다. 맑은 바람에 밝은 달이 뜨는 천혜의 자연 속 마을. 초겨울 바람 역시 매섭지만 청풍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계절 또한 겨울이다.
청량한 바람 속 하얀 눈과 푸른 충주호(청풍호)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지금의 제천이다. 뿐만이랴. 제천에는 놀거리도 가득하다. 박달재를 웃으면서 넘고 산악체험장에서 총싸움을 하며 뛰어놀면 여름철 예비군 훈련과는 또 다르다. 폐부에 가득 차갑고 맑은 공기를 담아올 수 있다. 보기에도 척 몸에 좋아보이는 음식들은 제천 힐링여행의 보너스다. 제천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2016 올해의 관광도시’다. 문체부가 관광 잠재력이 큰 지방 중소도시를 3년간 지원, 육성하는 사업에 당당히 들었다. 정부가 보증하는 여행지인 셈이다.
◇웃고 넘는 박달재
제천은 충북이지만 강원도를 빼닮았다. 산세도 말투도 그렇다. “니 어디갔나↗”하고 뒤끝을 올린다. 충주에서 가자면 제천의 초입은 천등산 박달재다. 박달령이라고도 한다. 원래는 울고넘는 길(고 반야월의 ‘울고넘는 박달재’)이라지만 지금은 웃으면서 넘는다.
해발 453m에 위치한 이 험준한 고갯길의 아래에 터널이 생기는 바람에 지금은 트레킹 코스로 남았다. 정상 부근까지 차도가 나있으니 그리 힘들지 않을 뿐더러 주변 볼거리가 많아 걷는 재미가 좋다. 그러니 당연히 웃으며 넘는다. 박달재에는 이름의 기원이 된 설화 속 박달과 금봉의 조각이 선 조각공원이 들어섰다. 조각은 하나같이 눈이 튀어나오거나 목이 쭉 빠졌다. 떠난 박달에 대한 금봉의 기나긴 기다림을 의미한다.
조각공원 아래에는 성각스님이 느티나무를 깎아 만든 목굴암이 있다. 바위를 파낸 석굴암과는 달리 작아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 스스로 낮추는 법을 배운다.
박달재를 넘으면 제천 시내. 보통 향교가 있는 마을이 교동이다. 제천시 교동 제천향교 건너편에는 민화마을이 있다. 지역 예술가들이 마을 구석구석에 익살이 가득한 민화를 그려 놓았다. 담벼락에는 ‘솔로탈출’ ‘대박’ 등을 기원하는 복주머니, 그네를 타다 신발을 잃어버린 춘향, 오르면 출세한다는 등용문을 의미하는 ‘출세의 계단’ 등 민화와 전래동화 이야기를 익살스러운 그림으로 표현했다. 100% 이뤄지겠냐마는 연말이고 하니 한번 쯤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교동 골목 공방도 있다, 작가들이 상주하는 공방에선 접시, 열쇠고리 등 작품을 보고 구입할 수 있다. 예약하면 작가들의 지도 하에 체험해 볼 수도 있다.
벌써 눈이 왔다. 하얀 눈이 쌓인 산길을 오른다. 무암사 인근 ‘동산’ 등산로를 따라 가파른 경사도의 길을 20여 분 오르면 남근석이 나온다. 물론 이 망측한 남근석을 보러가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금수산과 청풍호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등산에 자신이 있다면 옥순봉, 제비봉 등을 찾으면 되고 걷는게 싫다면 자동차로 금수산 정방사까지 오를 수 있다.
정방사는 신성봉(845m) 능선에 있는 신라시대 고찰이다. 이끼 가득한 바위를 일주문삼아 산자락에 들어앉은 절집으로 깎아지른 암벽 아래 법당과 석조관음보살입상 등이 서있다. 법당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청풍호와 호수를 품은 우람한 산세를 바라보면 연말을 차분한 사색과 함께 정리할 수 있다. 노을까지 내려와 앉으면 금상첨화다.
◇추억의 총 싸움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노병이 달린다. ‘왕년의 용사’와 아직 미필자인 아들이 페인트 총을 들고 야전을 누빈다. 금성면 제천산악체험장은 군복을 입고 편을 갈라 전투를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장이다.
매복할 때는 심장이 두근두근 긴장감을 느낄 수 있고 서로 달려오며 백병전을 벌일 때는 스릴이 넘친다. 옛날 예비군 훈련 때는 힘들고 짜증나던 것이 가족, 친구, 직장동료와 할 때는 어째서 이리도 재미날까.
얼룩무늬 특수부대 군복과 고글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구르고 달린다. 복무기간 내내 통지서만 배달했던 동방위 출신도 취사반 짬밥병 출신도 모두 이곳에선 람보가 된다. 벽 뒷편에 숨었다가 나타나 조준 사격, 포복으로 전진 후 기동 사격. 오랜만의 전쟁놀이에 땀이 흐르고 재미가 넘친다. 직장인 워크숍으로 오면 아침마다 늘 잔소리하던 부장을 사살(?)하는 크나큰 희열도 느껴볼 수 있다.
서바이벌 게임을 마친 뒤 아쉬움이 남는다면 특수부대처럼 ‘진짜사나이’에 도전할 수 있다. 단체나 팀이 공동의 과제수행능력을 높이고, 대인관계의 기술이나 문제해결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돕는 ‘팀 빌딩’과 ‘마린타워’ ‘집라인’ ‘클라이밍’ ‘스카이타워’ 등 흥미진진한 여러 산악체험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3층 구조 선박모형의 ‘마린타워’는 브이(V)로프, 오크통, 미얀마 브리지, 트리터널 등 여러 시설을 하나의 타워에 접목한 복합 챌린지타워다. 한 곳에서 8가지 코스를 연속적으로 진행해 대기시간을 없애고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시설물을 체험할 수 있다. 한발 내디딜 때마다 출렁거리는 징검다리는 밑에서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지상에서 15m 높이로 설치된 ‘스카이타워’는 인간이 가장 공포심을 느낀다는 11m 높이에 트리빔, 스턴트맨, 멀티로프, 스카이드롭 등 8가지 고공코스를 겸비한 복합타워로 강심장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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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여행정보
●둘러볼만한 곳=청풍호 자드락길(정방사 코스)은 청풍면 교리 만남의 광장에서 시작해 수산면 상천리, 옥순대교, 괴곡리, 다불리, 지곡리를 거쳐 청풍호반 뱃길을 따라 옥순대교로 이어지는 총 58㎞의 트레일 코스다. 쉬지 않고 걷자면 총 22시간30분이 걸리며 총 7개 코스가 있다. 이중 정방사길(2코스)은 능강교~정방사 편도 코스(1.6㎞)의 길로 왕복 1시간30분이 소요된다. 한번에 산과 호수를 모두 둘러보려면 청풍호유람선이 좋다. ‘내륙의 바다’라 불리는 거대하 호수를 배를 타고 편히 둘러본다. 비봉산과 인지산, 금수산을 비롯해 동산, 대덕산, 부산, 관봉 등 명산들이 시선을 빼앗는다. 청풍 나루터에서 단양 장회나루 유람선은 뱃길로 52㎞(왕복 1시간30분, 편도 40분)다.(043)647-4566. 1978년 제천시 청풍면 등 5개면 61개 마을이 수몰된 후 마을에 있는 여러 문화재를 이전해놓은 곳이 청풍문화재단지다. 제천청풍한벽루(보물 제528호), 제천 물태리 석조여래입상(보물 제546호) 등을 포함한 문화재 53점이 있다.(043)641-6734. 제천산악체험장(043)646-8785.
●먹거리=예상과는 달리 제천에서 가장 이름난 음식은 ‘빨간오뎅’이다. 제천시가 신용카드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 등갈비찜과 빨간오뎅이 가장 인기있는 먹거리로 꼽혔다. 제천 중앙시장에서 맛보는 빨간오뎅은 머리끝까지 저릿저릿한 자극과 적당한 훈기를 불어 넣어준다.
시장 내 두꺼비식당은 양푼에 조린 매콤한 등갈비찜을 차리는 집. 달달하면서도 매운 맛이 일품이다. 마지막에 곤드레밥에 양념을 비벼먹는 것도 빼먹으면 안된다.(043)647-8847. 약초의 도시 제천은 황기, 오가피, 뽕잎 등을 넣은 약채락비빔밥도 유명하다. 약초의 효능이 좋은 지 먹고 나면 감기 정도는 가볍게 이겨낼 듯 하다. 학현식당은 백숙을 잘한다.(043)647-9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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