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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위치가 어디세요?” 긴급 상황엔 전봇대를 확인하세요

 

“지금 위치가 어디세요?” 긴급 상황엔 전봇대를 확인하세요



# 최근 안성경찰서 한 지구대에 젊은 여성이 길을 잃었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이 여성은 회식을 마치고 한밤중에 집으로 귀가하는 길이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 인가가 전혀 없는 깜깜한 길을 한 시간 넘게 헤매던 중이었다. 경찰은 당황하는 이 여성을 진정시키면서 현재 위치를 물었지만, 보이는 것은 논밭 밖에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러다 경찰은 근처에 불빛이 있냐고 물었다. 여성은 가로등이 있다고 답했고 경찰은 그 가로등이 있는 곳으로 가 전봇대에 붙은 8자리 번호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그후 5분 만에 경찰은 이 여성을 찾아 안전하게 귀가시켰다.

외딴 곳에서 사고 등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경우 현재 위치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안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물론 신고하는 쪽이나 신고를 받는 기관 모두 해당 지역의 지리에 상당히 익숙하다면 말로도 충분히 정확한 위치를 알릴 수 있다. 하지만 지리가 낯선 곳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매일경제

[사진출처 = 의정부시 공식 블로그]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 위치 추적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휴대폰 위치 추적은 생각보다 효율이 떨어진다. 해당 휴대폰의 위치가 아니라 해당 휴대폰과 통신하는 기지국의 위치가 잡히기 때문이다. 기지국간 거리가 먼 교외라면 2~3km 범위가 되기 때문에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 도심에서도 추적 반경이 약 500m에 이른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곳곳마다 있는 전신주 번호를 확인해 알려주는 것이다. 전국에는 850만개의 전신주가 있다. 도심지는 30m, 농촌지역에는 50m 이하 간격으로 전신주가 설치돼있다.

전봇대의 ‘위험’이라는 문구 바로 아래, 성인 키 높이 정도에 있는 8자리의 전신주 번호는 위도와 경도, 세부위치를 담고 있다. 번호는 숫자 4개와 영문 1개, 숫자 3개 순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들어 ‘1234 A 567’라는 표시가 있으면 여기서 ‘12’는 위도, ‘34’는 경도, A 567은 세부위치를 나타낸다. 세부위치에는 선로의 명칭과 그 선로에서 몇번째에 위치한 전신주인지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전신주 번호와 그 위치는 GPS와 연동돼 있어 경찰과 소방서 등 국가기관뿐만 아니라 보험사 등에 사고 접수를 할 때도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경기도 의왕시에서 한 20대 대학생이 외진 곳에 위치한 주택 화재 신고를 전신주번호로 한 적이 있다. 화재 당시 불이 난 주택 안에는 노부부가 잠을 자고 있었지만 신속한 대응 덕분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 대학생은 공로를 인정받아 의왕소방서에서 ‘용감한 시민상’을 받았다.

전신주 번호 외에도 도심지에서는 인근 상가의 전화번호, 산속에서는 등산로 지점번호, 고속도로에서는 도로번호를 활용하면 보다 신속하게 신고를 할 수 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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