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MBC·유엔사 부지개발 ‘임대 후 분양’으로 상한제 벽 넘나
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조례·도정법에 막혀
건설사가 직접 땅 사서 주택짓는 개발사업은
'임대후 분양' 가능해 HUG·상한제 규제 피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 조합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임대사업자에게 일반분양분을 임대사업자에게 통째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철거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 부지.(사진=삼성물산) |
[이데일리 박민 기자] 서울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등 일부 재건축 조합이 정부의 분양가 규제를 피해 ‘임대 후 분양’ 등 우회전략을 찾고 있지만 사실상 출구 찾기가 어려워졌다. 정부가 지자체 조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등의 법령을 내세워 이를 막고 있어서다. 다만 재건축 등 정비사업과 달리 건설사업자가 땅을 사서 집을 짓는 방식의 개발사업은 여전히 ‘임대 후 분양’이 유효하다. 이렇다보니 여의도 옛 MBC부지를 개발해 짓는 ‘브라이튼 여의도’나 용산 유엔사부지를 복합개발 하는 곳은 ‘임대 후 분양’을 선택지에 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건축 일반분양, 임대 후 분양 불가”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원베일리) 재건축 조합은 당초 일반분양을 계획했던 346가구를 통째로 기업형 임대사업자에 매각하기 위해 지난 2일 입찰 공고를 냈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와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받게 되는 고강도 분양가 통제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우회책이다.
신반포3차 조합이 검토한 사업 방식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하 민특법)’에 따른 것이다. 해당 법령 18조 6항에는 주택건설사업자는 주택법에 따른 입주자 공개모집 등의 절차을 따라 분양해야 하지만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옛 뉴스테이) 또는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8년 이상 임대)을 운영하려는 임대사업자에게는 주택을 우선 공급할 수 있다고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다만 이 조항은 어디까지나 분양 여건이 좋지 않아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등 특수한 상황에서 원할한 주택사업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이에 동법에서 분양가 상한제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주택 ‘통 매각’을 금지하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가를 책정하도록 한 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서다.
신반포3차 조합은 현재 서울은 아직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점을 들어 민특법을 근거로 일반분양 주택을 통째로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려고 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즉각 법리 검토를 통해 불허하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특법은 특별법이기 때문에 주택법 등 일반법령보다 우선하지만 단순히 민특법 하나만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며 ”도정법과 지자체 조례 등 각종 법령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서울의 경우 해당 조항을 적용받기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현행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40조에는 조합원 물량과 보류지를 제외한 체비시설 중 공동주택은 일반에게 분양한다고 적시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상 ‘일반에게 분양한다’는 조항은 ‘일반에게 분양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으로 유권해석하기 때문에 임대 후 분양은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법적 절차상 일반분양분을 통매각하기 위해서는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 등을 변경해야 하는데 시에서는 관련 인허가를 불허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대 후 분양을 하려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라 정비계획에 이러한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며 “신반포3차·경남 조합은 아직 이 같은 정비계획 변경을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애초에 임대 후 분양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임대 후 분양’ 방식은 ‘래미안원베일리’뿐 아니라 송파구 신천동 ‘잠실미성크로바’ 재건축, 종로구 세운지구3구역 재개발(힐스테이트 세운) 등에서도 검토하던 부분이다. 그러나 이번에 국토부와 서울시가 법리적 검토를 통해 ‘불허’ 방침을 밝힌만큼 더이상 선택지에 놓기 어려워졌다.
결국 서울 재건축 사업장은 다시 선분양과 후분양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선분양에 따른 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선택했다가 자칫 정부에 찍혀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 결국 선분양에 나설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정부가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한 지역 중 일반분양(정비사업+일반사업) 예정 물량이 많고 분양가 관리 회피 목적의 후분양 단지가 확인되는 곳을 중심으로 상한제 지정을 우선 검토하겠다고 한 만큼 후분양을 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개발사업은 여전히 임대 후 분양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과 달리 개발사업을 통해 공급하는 주택은 분양가 상한제 지정 여부와 상관없이 ‘임대 후 분양’ 방식이 가능하다. 개발사업이란 건설사업자가 직접 토지를 매입해 그 위에 주거시설과 상업·업무시설 등을 짓는 방식이다. 현행 민특법에서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서는 주택을 임대사업자에게 통매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토지를 매입해 그 위에 임대주택을 짓는 것은 금지 대상이 아니다.
이에 여의도 옛 MBC 용지를 사서 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신영 컨소시엄을 비롯해 용산구 유엔사부지를 개발해 아파트와 호텔 등을 지으려는 일레븐건설 등은 ‘임대 후 분양’이라는 선택지가 가능하다. 신영 관계자는 “현재로선 선분양을 하기엔 사업 구조상 불가능하다고 확정했다”며 “후분양을 하려면 최소 2년 뒤에 가능하지만 그 사이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현재로선 ‘임대 후 분양’이 최선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임대 후 분양 방식으로 바꾼다 해도 임대보증금에 대해서는 민특법에 따라 HUG로부터 보증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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