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분양' 나올까
분양가 상한제 피하려 '임대후 분양'까지 거론 꼼수 부리다 또다른 규제 나올라…지금은 '한숨만' [비즈니스워치] 채신화 기자 csh@bizwatch.co.kr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의 방아쇠를 쥐면서 서울 재건축 단지들이 갈 길을 잃었다.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까지 확대 적용되면 분양가 규제를 피할 '퇴로'(후분양)도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셈법을 계산하느라 좀처럼 분양 방식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선 '임대 후 분양'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다만 이 방식은 자금 부담이 크고 정부가 이를 '꼼수 분양'으로 인식할 경우 추가 규제를 도입할 수 있어 실제로 활용될 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의 방아쇠를 쥐면서 서울 재건축 단지들이 갈 길을 잃었다.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까지 확대 적용되면 분양가 규제를 피할 '퇴로'(후분양)도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셈법을 계산하느라 좀처럼 분양 방식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선 '임대 후 분양'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다만 이 방식은 자금 부담이 크고 정부가 이를 '꼼수 분양'으로 인식할 경우 추가 규제를 도입할 수 있어 실제로 활용될 지는 미지수다.
◇ '제2의 나인원한남' 나올까
분양가 상한제의 확대 적용 시 대안으로 거론되는 대표적인 분양 방식이 '임대 후 분양'이다.
임대 후 분양은 임대를 목적으로 주택을 지은 다음 약속한 임대 기간(4~8년 이상)이 끝나는 시점에 일반에 분양하는 방식이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주택을 공급한 뒤 일정 의무 임대 기간이 지나면 분양가는 사업시행자가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다.
후분양이기 때문에 HUG의 분양 보증이 필요 없고,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도입된다고 해도 현재로선 이를 적용받지 않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법령에선 민간임대주택이 분양 전환할 때 분양가 상한제 등 분양가 규제를 적용받는다는 항목이 없다”고 말했다.
통상 분양 전환 시 분양가를 산정할 땐 임대만료 시점의 감정평가액 또는 그 이하로 산정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HUG의 분양가 규제나 분양가 상한제 등을 적용받을 때와 달리 '시세 수준'으로 분양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용산구에 위치한 '나인원한남'은 HUG와의 분양가 싸움 끝에 '4년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했다. 시행사인 디에스한남은 당초 HUG 측에 선분양가로 3.3㎡(1평)당 6360만원을 제시했으나, HUG는 4000만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 단지의 임대후 분양전환 가격은 시세보다 조금 낮은 평당 6100만원으로 확정했다.
조합원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조합 입장에선 매력적이다.
재건축 부담금은 준공 인가 당시 가격에서 재건축 시작 전 가격(추진위원회 설립 인가시)과 개발비용을 뺀 초과 이익의 일정 비율을 거둬들이는 것이다. 이 때 재건축 종료 후 주택가격은 조합원 분양분, 일반분양분, 임대아파트 가치를 합해서 계산하는데 임대 후 분양의 경우 일반분양분 가치가 빠져 부담금이 내려갈 수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HUG의 분양가 규제, 곧 도입될 분양가 상한제 둘다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임대 후 분양밖에 없는 듯하다"며 "강남‧용산 등 분양 성적이 보장된 지역에서는 활용할만 하다"고 말했다.
다만 자금 부담, 조합원 간 의견 불일치 등의 어려움이 예상돼 실제 이를 도입할 단지들은 적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 후 분양은 분양전환해 분양금을 받기 전까지 자금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관건"이라며 "초기에 받는 보증금 외에 자금을 충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시행사업자 입장에선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분양가도 분양 전환 시점에 주변 시세에 맞춰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수분양자 입장에선 고정된 금액이 아니라 리스크가 있다"며 "아울러 조합원끼리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임대 후 분양을 결정하기까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꼼수 쓰다 또 규제 철퇴 맞을라
일부 단지에선 분양을 나눠서 하는 방법도 거론됐다.
주택법 제15조(사업계획의 승인)에 따르면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호수 이상의 주택단지를 공구별로 분할해 주택을 건설‧공급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지난 2012년 국토해양부(현 국토부)가 미분양 등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10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를 분양할 때 시기를 달리할 수 있도록 주택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쓰였던 방식이다.
1000가구 이상 또는 대지면적 5만m⊃2; 이상 아파트 단지는 300가구 이상으로 나눈 뒤 2차례 이상 분할해 건설·공급할 수 있게 했다. 2014년엔 한 번 더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600가구 이상 단지도 분할 분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방식이 최근 들어선 선분양과 후분양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검토되고 있다. 선분양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후분양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노림수다.
1만 가구가 넘는 둔촌주공1단지가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9억원 이하 물량을 선분양하고, 9억원 이상 물량을 후분양하는 방식을 검토했던 것도 이런 이유다. 다만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 예고된 뒤에는 이마저도 검토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 없던 일로 되거나 규제 수위가 완화될 경우 대단지에서 고려할 만 한 방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시장에서 거론되는 다소 생소한 분양 방식은 하나의 대안일 뿐 실제 활용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더군다나 재건축 단지들이 특정 분양 방식을 이용해 규제를 회피하는 경우 새로운 규제가 추가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김인만 소장은 "분양 시장이 과도기적이고 후분양제의 경우 검증이 안 됐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분양 방식이나 시기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비는 계속 오는데(부동산 규제) 그게 우박일지 가랑비일지 장마일지 모르니까 일단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최종 정책이 나오면 그때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임대 후 분양 시 분양가 규제가 없는데 만약 조합원들이 이를 노리고 너도 나도 임대 후 분양에 나선다면 결국 정부가 이를 꼼수 분양이나 편법 분양으로 보고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하니까 분양가 상한제 확대 도입이 예고된 것처럼, 정부가 재건축 단지를 쫓아가면서 규제를 거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방식이 규제를 피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싶으면 새로운 규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조합에서도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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