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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제를 둘러싼 두가지 시선[안명숙의 차이나는 부동산 클래스]

후분양제를 둘러싼 두가지 시선[안명숙의 차이나는 부동산 클래스]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이후 주춤했던 주택시장의 누적된 저가 매물이 소화되면서 매매가격이 반등, 수도권 주택시장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집값 상승의 진원지 또는 촉매 역할을 하는 재건축 아파트와 신규 분양 아파트를 타깃으로 한 분양가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우회적 분양가 규제에 하반기 신규 분양을 준비하던 일부 재건축 단지는 후분양이라는 카드로 응수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를 분양할 경우 HUG의 분양가 심의를 통해 보증서를 발급받아 낮은 금리로 공사비를 조달하고 있다. 분양보증은 건설사 등 분양사업자가 파산 등의 사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보증기관이 주택분양의 이행 또는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의 환급을 책임지는 제도다. 현 규정상 20가구 이상의 주택을 선분양할 때는 HUG의 분양보증이 있어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분양업무를 실시할 수 있다. 따라서 분양보증은 선분양 제도하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건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고분양가 규제를 위한 수단으로 분양보증이라는 카드를 활용하자 수익성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재건축 단지는 분양보증 없이 분양이 가능한 후분양으로 선회하려는 곳이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우리나라에 선분양제가 도입된 것은 1977년. 당시 국내는 주택이 부족했고 대량 주택 공급을 위한 금융 환경도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분양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수요자들이 향후 지어질 집의 견본주택을 보고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건설업체는 아파트를 건설한다. 최초 분양시기와 입주시점까지 2~3년의 시차가 발생하므로 분양시점 견본주택의 자재와 입주시점 시공된 아파트의 품질이 차이가 나거나 부실시공으로 민원이 발생하기도 하고 분양받은 권리에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면서 입주자들은 결국 훨씬 높은 주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또한 분양시점과 입주 때의 정책 변화로 자금조달 리스크가 커지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최근 몇 년 사이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강화되면서 분양 당시보다 입주시점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아 본인이 거주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전세로 자금을 충당하는 가구도 적지 않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2013~2022년) 수정계획’ 및 ‘2018년 주거종합계획’을 발표, 주택 후분양제 도입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도시공사 등 3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2022년에는 단계적으로 공급하는 주택의 70%를 후분양으로 채운다는 목표이다. 민간 부문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후분양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택지를 우선 공급하거나 주택도시기금 융자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후분양제도는 내가 살 집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제기되어온 품질의 하자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줄일 수 있고 준공시점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실수요자에게 거주의 용이성이 증대되는 장점이 있다.

자금조달 측면에서 후분양은 공정률이 60% 이상인 때 분양하게 되므로 건설자금의 상당 부분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다. 아직 개발 금융 환경이 선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후분양제도는 조달 비용을 높여 오히려 분양가가 상승하는 불편함을 초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결국 가격을 낮추고 좋은 품질의 주택을 공급하려는 후분양제도가 고분양가의 빌미가 된다면 정부나 국민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후분양제가 늦었지만 가야 할 길이라면, 발빠르게 개발 금융 환경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안명숙 |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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