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청약은 ‘현금 부자들만의 잔치’
지난달 28일 서초그랑자이 견본주택을 찾은 예비 청약자들이 주택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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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아파트 청약 시장이 현금 부자들만 몰려드는 ‘그들만의 리그’로 변모하는 양상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들의 돈줄이 막히면서 당장 현금 8억원 이상을 들고 있지 않으면 청약을 고려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 청약 경쟁률이 수십, 수백 대 일에 달하는 데도 청약 가점의 당첨 커트라인이 30, 40점대에 불과한 단지가 속출하는 것이 대표적 증거다. 무주택ㆍ실수요자를 위한 청약 가점제도가 강남권에선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최소 12억원 분양가에도 42대 1 경쟁률
4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서초그랑자이 1순위 해당 지역 청약을 접수한 결과 174가구 모집에 7,418명이 신청, 평균 42.63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1가구를 모집한 100㎡B 유형에는 711명이 지원했고, 역시 1가구뿐인 100㎡A에도 426명이 몰렸다.
서초그랑자이 분양가는 3.3㎡당 평균 4,687만원으로, 전용면적 84㎡ 가구라면 분양가가 12억원을 넘지만 이마저도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근 단지 시세에 비춰볼 때 서초그랑자이 분양에 따른 시세 차익이 84㎡ 기준 4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선 이러한 청약 경쟁을 이끄는 중심세력으로 현금 부자를 지목하고 있다. 서초그랑자이는 모든 평형의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이라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데다 통상 분양가의 10%인 계약금 비율도 20%로 책정돼 계약금만 2억~3억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중도금 2회차를 올해 12월까지 납부해야 하는 사정을 감안하면 7억~8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청약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도금 대출 규제를 아랑곳하지 않는 청약 열기는 강남권 전반에서 발견된다. 지난해 11월 분양된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 리더스원은 232가구 모집에 9,671명이 청약해 경쟁률이 41.69대 1이었고, 12월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라클라스는 평균 23.94대 1을 기록했다. 올해 5월 분양된 서초 방배그랑자이는 평균 8.17 1로 주춤했지만, 불과 두 달 만에 서초그랑자이가 그보다 5배 이상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시장 관계자는 “정부의 분양가 규제 강화 추진에 따라 선분양 물량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진 데다가 최근 매매 시장까지 회복세를 보이자 현금 동원 능력이 높은 자산가들이 대거 강남권 청약 경쟁에 뛰어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최근 강남권 분양단지 및 청약 결과 -박구원 기자/2019-07-04(한국일보) |
◇30점대 청약 가점으로도 당첨
강남권의 높은 청약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당첨 가점 커트라인은 수도권 인기 단지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30, 40점대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이 지역 청약시장을 현금 부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꼽힌다.
지난 5월 분양한 서초구 방배그랑자이 당첨 가점 커트라인 최저점은 36점이었다. 18가구를 모집한 전용면적 74㎡B와 34가구를 모집한 전용 84㎡C 등 총 2개 주택형에서 36점으로 당첨된 사례가 나왔다. 청약 가점 커트라인 평균도 42.43점에 불과했다. 이 단지의 청약 경쟁률이 다소 낮았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청약 가점 만점인 84점(무주택기간 32점, 부양가족 35점, 저축기간 17점)의 절반 이하 점수로도 당첨이 됐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4월 분양한 강남구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최저 당첨가점도 48점으로 84점 만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강남권의 낮은 청약 가점 커트라인은 다른 수도권 인기 단지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4월 분양한 ‘힐스테이트 북위례’의 경우 당첨자의 최저 청약 가점이 하남 거주자는 53점, 하남을 제외한 수도권 거주자는 69점이었다. 최고점은 80점에 육박했다.
강남권 분양 시장이 애초부터 청약 가점을 꾸준히 쌓아온 실수요자보다는 중도금을 감당할 수 있는 재력가 위주로 경쟁 구도가 짜였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무주택ㆍ실소유자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기 위해 도입된 청약 가점제도가 무용지물인 형국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강남권엔 현금 부자만 진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주택을 구입하는데 집값 전액을 자기 자본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은 만큼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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