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유치권과 상사 유치권의 차이[박승재 변호사의 잘 사는 法]

최근 경매 분야에 관심을 갖는 일반인들이 많습니다. 경매를 통해 매수하면 일반 매매에 비해 비교적 싼 값에 부동산을 매수할 수 있고 경락을 통해 매수한 경우 말소기준권리 이하의 복잡한 권리들이 모두 말소되어 권리관계가 깔끔하게 정리된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경매를 하고자 하는 일반인들이 신경써야 할 법률적 쟁점들 중 가장 잘 알려진 쟁점이자 어려운 쟁점은 바로 유치권일 것입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민사 유치권 외에 상사 유치권에 대하여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민사 유치권은 ① 타인 소유의 토지나 건물일 것, ② 채권이 변제기에 도달할 것, ③ 토지와 건물을 적법하게 점유할 것, ④ 피담보채권과 목적물 간 견련성이 있을 것, ⑤ 유치권 배제 특약이 없을 것을 그 성립 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편 상법 제58조에서는“상인간의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때에는 채권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채무자에 대한 상행위로 인하여 자기가 점유하고 있는 채무자 소유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여 상인 간 채권에 대한 상사 유치권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사유치권은 일반적인 민사유치권과 달리 그 피담보채권이 목적물에 관해 생긴 것일 필요는 없지만 유치권의 대상이 되는 물건은 채무자 소유일 것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피보전채권과 목적물의 견련성 요건에 관하여 비교적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는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보았을 때 상사 유치권의“목적물이 채무자 소유일 것”요건은 민사 유치권의 견련성 요건에 비하여 비교적 충족하기 쉬워 보이기도 합니다.
비록 유치권은 우선 변제적 효력이 없지만 유치권자가 변제를 받을 때까지 채무자 및 제3자에게 목적물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으므로“사실 상의 우선변제권”이 있다고들 말합니다. 즉, 유치권이 적법하게 성립만 되었다면 돈을 다 줄 때까지 누구에게도 부동산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경락인으로서는 자칫 비싼 돈 주고 경락받은 후 부동산을 전혀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되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경매를 통하여 부동산을 매수하고자 하는 분들은 해당 물건에 유치권이 성립되는지에 대하여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상사 유치권이 쉽게 성립될 수 있다면 해당 목적물을 경락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골머리를 앓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상사 유치권의 권리에 제한은 없을까요? 이에 관하여 대법원의 상사 유치권에 관한 판례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안의 개요는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A회사는 2009. 1.부터 C회사와 물품 공급 계약을 맺고 물품을 공급받기 시작했습니다. A회사는 C회사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했어야 하나 회사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져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A회사는 2009. 9. B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대출금 채무의 담보를 위하여 A 소유의 건물(이하“이 사건 부동산”이라 합니다)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었습니다.
한편 C회사는 2010. 1. 한국공조기계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 중 1층 공장 전부(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 합니다)를 임차하여 그 무렵 이 사건 공장을 인도받은 다음, 이 사건 공장에서 냉각탑 등을 생산하면서 이 사건 공장을 점유하였습니다.
B은행은 A회사가 위 대출금 채무가 연체하자 위 근저당권에 기한 부동산임의경매를 신청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가 개시되었고, C회사는경매절차에서 A회사에 대한 위 물품대금 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여 상사유치권을 신고하였다. D는 이 사건 부동산을 낙찰받았습니다.
과연 C회사는 상사유치권을 근거로 B은행 또는 D에게 대항할 수 있을까요?
이에 관하여 판례는“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이미 선행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채권자의 상사유치권이 성립한 경우, 상사유치권자는 채무자 및 그 이후 그 채무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하거나 제한물권을 설정 받는 자에 대해서는 대항할 수 있지만, 선행저당권자 또는 선행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취득한 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그 상사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위 판례의 태도에 따르면 C회사는 상사유치권을 근거로 B은행 또는 D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앞서 설명 드렸다시피 상사유치권은 민사유치권과 달리 그 피담보채권이‘목적물에 관하여’생긴 것일 필요는 없지만 유치권의 대상이 되는 물건은‘채무자 소유’일 것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상사유치권의 대상이 되는 목적물을‘채무자 소유의 물건’에 한정하는 취지는 상사유치권의 경우에는 목적물과 피담보채권 사이의 견련관계가 완화됨으로써 피담보채권이 목적물에 대한 공익비용적 성질을 가지지 않아도 되므로 피담보채권이 유치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상사채권으로 무한정 확장될 수 있고, 그로 인하여 이미 제3자가 목적물에 관하여 확보한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즉, 상사유치권이 채무자 소유의 물건에 대해서만 성립한다는 것은 상사유치권은 그 성립 당시 채무자가 목적물에 대하여 보유하고 있는 담보가치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물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할 것이고, 이에 따라 유치권 성립 당시에 이미 그 목적물에 대하여 제3자가 권리자인 제한물권이 설정되어 있다면 상사유치권은 그와 같이 제한된 채무자의 소유권에 기초하여 성립할 뿐이고 기존의 제한물권이 확보하고 있는 담보가치를 사후적으로 침탈하지는 못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미 저당권 등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채권자의 상사유치권이 성립한 경우, 그 상사 유치권자는 채무자 및 그 후 채무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하거나 제한물권을 설정 받는 자에 대해서는 대항할 수 있지만, 선행저당권자나 선행저당권에 기한 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취득한 매수인에 대해서는 그 상사 유치권만으로는 대항할 수 없겠습니다.
부동산태인 칼럼니스트 법무법인 대지 박승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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