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좋아도 종로·강남은 버텼는데..상권이 죽었다"
[자영업 줄폐업 휘청이는 핵심상권]
최저임금에 주52시간 직격탄 "하루가 멀다하고 사업자들 떠나"
"손님 한두명 올까말까" 한숨..부부운영 늘고 영업일 단축도
중고용품 업체는 '때아닌 호황' 폐업재기지원 문의도 줄이어

‘자영업자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매년 치솟는 임대료와 심화되는 불경기, 여기에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며 최후의 선택지인 폐업에 나서고 있다. 전통적인 상권으로 분류되는 종로와 명동·강남역은 물론 신흥상권인 합정·상수·신사역 등도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촌이 몰려 있는 강남 상권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교보타워 사거리의 한 축에 자리한 건물 1층은 9호선 신논현역 바로 앞(1번 출구)이라는 이점에도 새 임차인을 찾지 못했다. 같은 역 3번 출구 지하상가에 입점해 있던 화장품 가게는 몇 달간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더니 간판만 남기고 떠났다. 6번 출구 앞 빌딩 1층도 임대문의 현수막과 부동산 명함만이 오가는 이들을 맞았다.
신논현역 근처에서 7년 동안 카페를 운영했다는 김경숙(가명)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의 경우 카페가 밀집해 전통적으로 동종 업종 간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저가 원두를 사용하는 카페까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저가 원두 사용으로 경쟁력을 잃어버린 카페들이 문을 닫고 그 자리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해 공실로 남아 있다 보니 주변 상권이 같이 죽고 있다”고 덧붙였다. 논현역 인근에서 9년째 음식점을 하고 있는 신광식(가명)씨는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우리 블록에 음식점이 3곳 정도였는데 지금은 20곳이나 된다”며 “식당이 많아도 지난해까지는 어떻게든 버텼는데 올해 여름부터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회식 손님이 뚝 끊어지면서 한 달에 영업일이 25일에서 18일 정도로 확 줄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핵심 상권에서 벗어난 곳은 더욱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논현동 가구거리 상권에서 멀지 않은 7호선 학동역 인근은 잠시만 걸어도 이가 빠진 상권이 눈에 들어왔다. 학동역 8번 출구 반경 200m 이내에는 미용실과 순댓국 전문점, 약국, 24시간 숙성 한우 전문점까지 네댓 곳이 점포 이전과 임대 문의 딱지를 붙여놓고 있었다.

폐업재기지원 업체를 운영하는 고경수 폐업119 대표는 “올해는 폐업 컨설팅을 신청한 이들이 지난해에 비해 30%나 늘었다”며 “소비가 쪼그라든 상태에서 과당 경쟁이 일어나고 여기에 최저임금 상승까지 더해지니 ‘불난 집에 기름을 쏟아 부은 격’으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말했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와 소상공인의 공동 사업 활성화 등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8월에 발표된 당정대책에서도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비용 보전에 대한 얘기만 나왔을 뿐 실질적으로 자영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최저임금 차등화를 통해 자영업자의 노동생산성과 비용 사이의 불일치를 극복하고 프랑스와 독일처럼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를 조성해 각자도생에 빠질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이 공동으로 제작·브랜드화·물류까지 도모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수민·김연하·허세민기자 noenemy@sedaily.com
'★★☆지식충전소☆★★ > ※창업 지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식업계, 음식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추는 본사 유통의 힘 (0) | 2018.10.20 |
---|---|
“시어머니 레시피로 우려낸 뽀얀 국물… 맛보면 다들 놀라요” (0) | 2018.10.20 |
'창업신화'의 몰락.. 그들은 어떻게 무너졌나 (0) | 2018.10.04 |
신 메뉴 개발로 가맹점 매출 올리는 대한민국 1등 닭발전문점 창업 ‘본초불닭발’ (0) | 2018.09.29 |
매일 즐기는 미국 맛집, 미쿡식당 그랑서울점 신중철 사장 (0) | 2018.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