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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한 '전세→월세 전환→소비 감소', 이미 현실로

파이낸셜뉴스

 

입사한 A씨의 월급 실수령액은 180만원이다. 오랜 백수 생활을 했기에 180만원은 부족하지도 않은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원룸 전세집이 만기가 되면서 주인이 월세로 전환을 요구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주인이 요구한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이다. 학자금 대출 상환, 은퇴하신 부모님께 드릴 용돈, 전세금 이자, 적금이나 펀드 등에 돈이 들어가고 나면 남는 돈이라고는 40~50만원 수준이라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A씨는 어떻게든 집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전세난에 집을 찾지 못하고 결국 월세라는 숙명을 받아들였다. 대신 A씨는 없는 생활비를 최소화하고 적금과 펀드를 깨서 형편이 나아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우리 경제에 '월세시대'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최근 가파르게 진행된 전세→월세 전환의 영향으로 주거비가 폭등하면서 소비 관련 일부 지표가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계의 주거 방식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면서 늘어난 주거비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줄이고 이는 소비와 내수부진으로 연결돼 기업 실적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자료 : 통계청

■월세로 가계 주거비 폭증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월평균 실제주거비는 6만1423원으로 지난 2009년 대비 46.4% 폭증했다.

여기서 실제주거비는 통계상의 용어로 월세를 의미하는 수치다. 월 100만원이 넘는 월세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실질주거비가 지나치게 낮은 이유는 실질주거비가 월세를 사는 가구만의 평균이 아닌 전세 및 자가 소유 가계까지 포함한 평균 수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월세로 생활하고 있는 가계만을 놓고 보면 실질주거비는 더욱 높을 것.

실제주거비 폭증은 최근 5년 동안 두드러진 현상이다. 지난 2009년 이전 5년 동안 실제주거비 상승은 9.3%로 높지 않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전세의 월세 전환 현상이 원인이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 탈출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가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금리가 내려가자 집주인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전세를 대거 월세로 바꾸기 시작했고 세입자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인 10% 초반이었지만 최근에는 30%에 육박하고 있다.



자료 : 통계청

■현실이 된 소비 위축

월세시대로 실질주거비가 폭증하면서 우리 경제의 한 축이 내수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있다. 이미 몇몇 소비 지표는 부진한 상황이다.

소비 위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이다.

서민들의 소비 상황을 보여주는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전년대비 1.2% 감소한 이후 반등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과 지난 2013년, 지난해 각각 전년동기 대비 3.3%, 5%, 3.4% 줄어드는 등 부진한 상황이다. 중산층 및 고소득층의 소비를 보여주는 백화점 매출의 경우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상황에도 꺾이지 않았으나 지난 2012년 0.3% 감소에 이어 지난해 0.7% 감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이다.

주거비 상승되면서 서민들이 먼저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 중산층 및 고소득층까지 번지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가계는 식료품과 통신 비용을 중심으로 소비를 줄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 5년 동안 가계의 소비 지출 증가폭인 18.7%인데 비해 식료품·비주류음료의 증가는 18%, 통신은 13.5%로 낮았다. 더구나 지난해는 의류·신발, 교육 등으로 소비 축소 부문이 넓어지고 있다.

이상승 서울대학교 교수는 "일률적으로 전세의 월세전환이 소비를 위축시킨다고 할 수는 없지만 월세 전환 과정에서 월세가 은행 이자율에 비해 높기 때문에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줄이고 소비를 위축시키는 현상이 나타나다"며 "이 과정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뾰족 수가 없다는 점에서 정책 당국도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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