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에게 '봉'된 성남시…개발업자에 판교땅 천억 차익

'봉이 김선달'에게 '봉'된 성남시…개발업자에 판교땅 천억 차익

뉴스1 원문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 변경으로 토지분양 문제없어

국토부 "세부적 인허가는 지자체가 담당"

HMG가 선보이는 '판교 운중 더 디바인' 사업지. 현재는 토지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 News1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성남시가 수년간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판교 운중동 블록형 단독용지의 매각에만 집착하면서 시행사에게만 과도한 이익이 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개발업체 HMG는 성남시로부터 성남판교지구 단독주택용지 D3-1A·B블록을 482억585만원, 656억458만원에 각각 사들였다.

10년 전 해당 부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후 고급주택 용지 수요가 줄어들면서 사업이 무산됐다. 당시 낙찰받은 업체가 사업성 하락을 우려해 해당 토지를 반납했다. 이후 성남시는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활기를 띠면서 토지 매각에 다시 집중했다. 실제 2015년 11월 해당블록의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는 등 사업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당시 변경사유에 대해 불필요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내용은 단위필지 규모를 기존 330∼660㎡에서 264∼660㎡로 낮춘다는 것이었다. 허용 가구수도 늘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절차도 마무리했다. 이는 입찰자 참여도를 높여 빠른 매각에 중점을 둔 것으로 해석됐다.

결국 해당 부지 입찰에 320개 업체가 몰려들었다. 성남시도 지구단위계획 기준을 완화하면서 10년 이상 애를 먹었던 용지를 한번에 해결하게 된 셈이다.

업계에선 단독주택 조성이 아닌 토지분양으로도 사업이 가능해지자 수익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국토부가 택지개발업무지침 내용을 일부 변경하면서 블록형 단독주택용지도 필지로 분할해 토지분양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사업지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과거 땅을 매입했던 업체도 상당한 불만이 있을 수 있다"며 "과거에 미리 사업조건을 완화해 줬다면 사업 진행 여부를 한번 더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토부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 제17조에 따르면 블록형 단독주택용지에서 주택건설에 필요한 기반시설의 설치 등 조성사업이 완료돼 개별 획지별 건축물의 건축이 가능한 경우 건축물 용도가 계획된 획지는 지적분할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성남시는 택지개발업무지침이 변경돼 필지 분양에 관한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부지 매입자가 국토부 지침과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 성남시청 관계자는 "토지로 분양하는 부분은 인허가 절차가 필요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적분할에 관한 인허가는 지자체에 있다.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은 토지 분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을 뿐 인허가는 적법성과 함께 여러 요소를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적분할의 경우 공간정보구축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허가신청을 받아야 한다"며 "단순히 지침만으로 지적분할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도 성남시가 쉽게 지적분할 인허가를 내주면서 토지를 확보한 사업주체가 과도한 이익을 챙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운중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당시 입찰에 참여한 몇몇 시행사들은 토지분양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해당 부지 분양 방식을 놓고 업체들 간에도 설왕설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HMG는 해당 부지를 수의계약(40필지)과 추첨(33필지)으로 구분해 판매에 나섰다. 그중 수의계약은 계약이 마무리된 상태다. HMG 측은 이번 사업으로 토지판매금액만 2000억원 이상을 손에 쥘 것으로 예상됐다. 추후 세금 등을 제외하더라도 시세차익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블록형 단독주택용지의 목적도 아파트와 함께 다양한 주택형을 공급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매입자가 단순하게 토지로 판매하는 것은 애초 취지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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