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물려받고도…98%는 상속세 한 푼도 안 낸다

재산 물려받고도…98%는 상속세 한 푼도 안 낸다

SBS 원문

재산을 상속받고 실제 상속세를 내는 비율은 2%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정부가 절반에 달하는 근로소득세 면세 비율을 줄이기로 하면서도 면세 비율이 훨씬 높은 상속세에 대한 공제 혜택 축소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국세청의 '상속·증여 재산 종류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1∼2015년 총 145만 6천370명이 151조 600억원을 상속으로 물려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상속세를 낸 비율은 전체의 2.2%인 3만 2천330명에 그쳤습니다.

97.8%인 142만 4천40명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입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속·증여세에는 과세표준 1억 원 이하일 때 10% 세율이 붙고 1억 원 초과∼5억 원 이하이면 1천만 원에 더해 1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선 20%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내야 합니다.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구간에선 9천만 원에 5억 원 초과분에 한해 30% 세율,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에선 2억4천만원에 10억 초과 금액에 세율 40%가 적용됩니다.

과세표준 30억원 초과에 대해서는 10억4천만원에 30억원 초과분의 절반을 더해 세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상속·증여세의 최고세율(50%)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낮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받습니다.

한국의 최고세율은 프랑스(45%), 미국(40%), 영국(40%) 등보다도 높습니다.

그러나 각종 공제 혜택 때문에 실제로 세금을 부담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현행법에선 상속세에 대해 2억원을 기본적으로 공제해주고 배우자가 상속인일 경우 최소 5억원 이상의 배우자공제도 적용합니다.

이외에도 자녀 수, 60세 이상 동거자 수 등에 따라서도 공제 혜택이 추가로 붙습니다.

증여세의 경우 상속세보다 면세 비율은 높았지만 절반 이상은 역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1∼2015년 117만2천313명이 163조1천110억원을 증여받았지만 증여세를 낸 사람은 전체 증여자의 45.5%인 53만4천53명에 그쳤습니다.

증여세 역시 배우자에게서 증여받으면 6억원까지 공제해주는 등 각종 혜택이 적용됩니다.

박광온 의원은 정부가 근로소득세 면세 비율을 축소하겠다고 밝히면서 상속·증여세 감면제도에 대해선 정비하지 않은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습니다.

2014년 기준 근로소득자 면세 비율은 절반에 육박하는 48.1%입니다.

면세자의 대부분은 저소득 근로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불로소득이 있는 상속자와 수증인은 저소득 근로자들보다 형편이 더 낫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과세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광온 의원은 "각종 공제 등으로 상속인의 2.2%, 증여자의 45.5%만이 세금을 납부하는 게 국민 정서에 부합되는지 의문"이라며 "공제 기준을 적정하게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윤영현 기자 yoo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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