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리더십[김종철 기자의 퓨전 리더쉽&롤모델]
정말 몇 년 만에 관광지 취재차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그 곳은 바로 청춘 남녀들이 신혼여행지로 몇 손가락 안에 꼽는 몰디브. 인도 남서쪽 해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자그마한 섬들로 이뤄진 이 나라는 그야말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는 지역이었다. 바닷물을 벗삼아 꾸며진 리조트 나무다리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아기 상어와 이름도 모를 각종 어류가 근심을 잊은 채 유유히 뛰놀고, 여기 저기서 스노쿨링을 하는 인간들과 숨바꼭질을 하는지 요리조리 내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하룻밤 자는 데 최소 수십만 원에서 최고 수백만 원까지 내야 하는 미루(MEERU)섬의 워터 빌라. 가벼운 안마와 목욕이 가능한 자쿠지(JACUZZI, 욕조)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푸른 물감을 병풍 삼아 제멋대로 생긴 구름 녀석이 이리저리 휘날리고, 별안간 심술을 부리고 싶은지 먹구름이 몰려와 한바탕 소낙비를 뿌리고 저 너머 한 켠으로 사라지곤 했다.
침대 위에서 바라본 인도양. 해안가 근처에서 굽이치고 소용돌이 치는 파도는 세파에 시달렸던 피서객들의 시름을 일거에 날려버리고 누구나 철학자가 된 것처럼 ‘무념무상’ 힐링의 시간을 선사했다. 문득 방 안을 둘러본 나의 시선. 안락한 침대와 베개, 그리고 베란다에 위치한 침대 벤치. 갑자기 밑에서 기어 올라와 아장아장 옆걸음을 치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바닷게. 짧은 순간 이 모든 게 나만의 공간이었지만, 어느덧 이틀밤을 지내고 나니 이름모를 새 주인에게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또 하나의 섬 파라다이스. 드넓은 해변과 함께 시원한 청량음료의 CF 촬영지인양 탐방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지상의 낙원’(?)을 연상시켰던 곳. 카누와 수상스키를 타고 풍부한 해산물을 먹으며 보낸 황홀한 순간 역시 2번의 밤을 보내자 순식간에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그리고 신혼부부가 가장 많이 찾는다는 벨라사루 리조트. 해변에는 새로 결혼식을 올려도 좋을 미니 웨딩공간이 마련돼 있고, 예복을 입은 커플은 추억에 새길만한 좋은 장면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방이 너무 넓어 혼자서 지내기엔 너무 안 어울렸던 곳. 짧은 순간 일행들에게 환상의 쉼터를 제공한 공간이었지만, 마지막 하룻밤을 끝으로 몰디브 관광청 초청 행사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5박7일간의 일정을 되돌아보면서 필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넓고 푹신한 침대, 거실, 천장, 전망 좋은 베란다, 그리고 사람을 두려워 않는 고고한 새. 생애 가장 럭셔리한 집이 짧은 순간 내 것이었고, 며칠 밤을 보낸 소중한 공간이었지만 결국엔 타인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것. 그리고 다른 주인들 역시 잠시 머물다 또 다른 이방인에게 바톤 타치를 해줘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아파트와 자그마한 재산, 그리고 기타 소유물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그러자 문득 ‘무소유의 삶’이 떠올랐다.
흔히 ‘무소유’의 삶은 몇 해 전 작고한 법정 스님의 가르침에서 비롯된다. 그 분이 풀이한 불교 최고의 잠언서 ‘법구경’ 몇 구절을 잠시 되새겨본다.
‘황금이 소나기처럼 쏟아질지라도 사람의 욕망을 다 채울 수는 없다. 욕망에는 짧은 쾌락에 많은 고통이 따른다’.
‘헛된 집착에서 근심이 생기고 헛된 집착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헛된 집착에서 벗어난 이는 근심이 없는데 어찌 두려움이 있겠는가’.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법정 스님은 글을 통해 세상살이의 고통이 무릇 그릇된 욕심과 재물에서 생겨나고 있음을 꼬집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태도의 삶이 바람직한 것일까?
우리는 대부분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공부시키고, 사회적 지위를 얻고, 노년에 대비하기 위해 직장 생활을 한다. 그리고 안락한 쉼터인 내 집도 장만하지만, 때론 이런 획득물이 잠시 인연을 맺은 대상일 뿐 영원히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느낌을 가슴에 새긴 채 묵묵히 기부하는 삶에 들어서기도 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처지가 힘들어도 한 달에 120만 원을 벌어 2만 원을 꼬박 어린이재단에 기부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돈을 아무 조건없이 내미는 천사들도 적지 않다.
필자는 한 해, 두 해 나이테의 굴레를 더 받아들일 때마다 가급적 물질적 욕구에 휘둘리지 않으려 애쓴다. 자칫 물욕(物慾)에 빠질 경우 터무니없는 무리수를 둘 수 있고, 이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어져 머리가 혼란스럽고 건강도 잃어버릴 수 있다. 이런 각오가 험난한 현실 속에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정갈히 하면서 뚜벅뚜벅 의미있는 길을 걷고 싶기도 하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 지역을 살펴보면 유난히 기부문화가 발달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경우 ‘부(富)는 신에 의해 잠시 위탁된 것’이라는 기독교적 사고가 기부문화의 발전을 촉진했다. 선진국일수록 국가 권력과는 독립된 상태에서 다양한 기부조직들이 널리 자리잡았고, 이를 통해 부의 재분배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엄청난 부를 짊어진채 세상을 떠나는 것을 죄악시했다. 그는 부의 사회 환원이 신성한 의무이자 즐거운 나눔이며 빈부간의 화해 수단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 부자 반열에 있는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은 해마다 기부액 1~2위를 다투며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우리 사회도 선진국보다는 못하지만 연말연시 등을 전후해 많은 쌀과 거액을 기부하면서 선행을 베푸는 독지가들이 적지 않다.
누구나 살아온 횟수를 세어보면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음을 느끼게 된다. 결국 인생은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속으로 가는 것.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삶은 권장할만 하지만, 무리한 욕심을 내세우는 태도는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득 눈을 감으니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던 몰디브의 밤이 선명히 떠오른다. 그 곳에서 떠올렸던 ‘무소유의 삶’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겠다.
[김종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룻밤 자는 데 최소 수십만 원에서 최고 수백만 원까지 내야 하는 미루(MEERU)섬의 워터 빌라. 가벼운 안마와 목욕이 가능한 자쿠지(JACUZZI, 욕조)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푸른 물감을 병풍 삼아 제멋대로 생긴 구름 녀석이 이리저리 휘날리고, 별안간 심술을 부리고 싶은지 먹구름이 몰려와 한바탕 소낙비를 뿌리고 저 너머 한 켠으로 사라지곤 했다.
침대 위에서 바라본 인도양. 해안가 근처에서 굽이치고 소용돌이 치는 파도는 세파에 시달렸던 피서객들의 시름을 일거에 날려버리고 누구나 철학자가 된 것처럼 ‘무념무상’ 힐링의 시간을 선사했다. 문득 방 안을 둘러본 나의 시선. 안락한 침대와 베개, 그리고 베란다에 위치한 침대 벤치. 갑자기 밑에서 기어 올라와 아장아장 옆걸음을 치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바닷게. 짧은 순간 이 모든 게 나만의 공간이었지만, 어느덧 이틀밤을 지내고 나니 이름모를 새 주인에게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또 하나의 섬 파라다이스. 드넓은 해변과 함께 시원한 청량음료의 CF 촬영지인양 탐방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지상의 낙원’(?)을 연상시켰던 곳. 카누와 수상스키를 타고 풍부한 해산물을 먹으며 보낸 황홀한 순간 역시 2번의 밤을 보내자 순식간에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그리고 신혼부부가 가장 많이 찾는다는 벨라사루 리조트. 해변에는 새로 결혼식을 올려도 좋을 미니 웨딩공간이 마련돼 있고, 예복을 입은 커플은 추억에 새길만한 좋은 장면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방이 너무 넓어 혼자서 지내기엔 너무 안 어울렸던 곳. 짧은 순간 일행들에게 환상의 쉼터를 제공한 공간이었지만, 마지막 하룻밤을 끝으로 몰디브 관광청 초청 행사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5박7일간의 일정을 되돌아보면서 필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넓고 푹신한 침대, 거실, 천장, 전망 좋은 베란다, 그리고 사람을 두려워 않는 고고한 새. 생애 가장 럭셔리한 집이 짧은 순간 내 것이었고, 며칠 밤을 보낸 소중한 공간이었지만 결국엔 타인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것. 그리고 다른 주인들 역시 잠시 머물다 또 다른 이방인에게 바톤 타치를 해줘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아파트와 자그마한 재산, 그리고 기타 소유물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그러자 문득 ‘무소유의 삶’이 떠올랐다.
흔히 ‘무소유’의 삶은 몇 해 전 작고한 법정 스님의 가르침에서 비롯된다. 그 분이 풀이한 불교 최고의 잠언서 ‘법구경’ 몇 구절을 잠시 되새겨본다.
‘황금이 소나기처럼 쏟아질지라도 사람의 욕망을 다 채울 수는 없다. 욕망에는 짧은 쾌락에 많은 고통이 따른다’.
‘헛된 집착에서 근심이 생기고 헛된 집착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헛된 집착에서 벗어난 이는 근심이 없는데 어찌 두려움이 있겠는가’.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법정 스님은 글을 통해 세상살이의 고통이 무릇 그릇된 욕심과 재물에서 생겨나고 있음을 꼬집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태도의 삶이 바람직한 것일까?
우리는 대부분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공부시키고, 사회적 지위를 얻고, 노년에 대비하기 위해 직장 생활을 한다. 그리고 안락한 쉼터인 내 집도 장만하지만, 때론 이런 획득물이 잠시 인연을 맺은 대상일 뿐 영원히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느낌을 가슴에 새긴 채 묵묵히 기부하는 삶에 들어서기도 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처지가 힘들어도 한 달에 120만 원을 벌어 2만 원을 꼬박 어린이재단에 기부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돈을 아무 조건없이 내미는 천사들도 적지 않다.
필자는 한 해, 두 해 나이테의 굴레를 더 받아들일 때마다 가급적 물질적 욕구에 휘둘리지 않으려 애쓴다. 자칫 물욕(物慾)에 빠질 경우 터무니없는 무리수를 둘 수 있고, 이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어져 머리가 혼란스럽고 건강도 잃어버릴 수 있다. 이런 각오가 험난한 현실 속에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정갈히 하면서 뚜벅뚜벅 의미있는 길을 걷고 싶기도 하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 지역을 살펴보면 유난히 기부문화가 발달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경우 ‘부(富)는 신에 의해 잠시 위탁된 것’이라는 기독교적 사고가 기부문화의 발전을 촉진했다. 선진국일수록 국가 권력과는 독립된 상태에서 다양한 기부조직들이 널리 자리잡았고, 이를 통해 부의 재분배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엄청난 부를 짊어진채 세상을 떠나는 것을 죄악시했다. 그는 부의 사회 환원이 신성한 의무이자 즐거운 나눔이며 빈부간의 화해 수단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 부자 반열에 있는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은 해마다 기부액 1~2위를 다투며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우리 사회도 선진국보다는 못하지만 연말연시 등을 전후해 많은 쌀과 거액을 기부하면서 선행을 베푸는 독지가들이 적지 않다.
누구나 살아온 횟수를 세어보면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음을 느끼게 된다. 결국 인생은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속으로 가는 것.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삶은 권장할만 하지만, 무리한 욕심을 내세우는 태도는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득 눈을 감으니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던 몰디브의 밤이 선명히 떠오른다. 그 곳에서 떠올렸던 ‘무소유의 삶’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겠다.
[김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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