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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충전소☆★★/※주택임대차法※

불법건축물 전세계약 주의보

불법건축물 전세계약 주의보

 

매일경제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는 서울 동작구의 한 주택가 모습. 기사의 특정 내용과는 관련 없음. [매경DB]


지난해 서울 신림동 소재 한 빌라에 있는 옥탑방에 전세로 들어온 A씨. 빨리 집을 구하려다 보니 계약서를 쓸 때 꼼꼼히 따져보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 올해 초 건축물대장을 떼어본 그는 그제서야 이 옥탑방이 신고가 안 된 불법건축물임을 알게 됐다. 계약 당시 ‘아무 문제 없는 건물’이라고 호언장담했던 공인중개사는 이미 폐업해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결국 A씨는 집주인에게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계약기간 종료 전에 나가려면 다른 세입자를 구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불법건축물임을 알면서도 계약할 세입자를 찾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요즘 A씨는 불법건축물임을 감수하고 계약이 끝날 때까지 살아야 할지, 나중에 보증금을 제대로 받을 수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사상 최악 전세난 탓에 전세 품귀 현상이 이어지자 A씨처럼 미신고된 불법건축물에도 전세로 들어오는 세입자가 많아지면서 피해가 우려된다. 빨리 물건을 선점해야 한다는 생각에 제대로 된 주택인지 확인하기 전에 계약을 맺었다가 나중에서야 불법건축물임을 확인해도 지자체의 퇴거명령 등 명확한 사유가 없으면 계약을 무르기도 힘든 만큼 주의해야 한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불법건축물에 들어온 세입자도 현행법상 기본적인 권리는 모두 보장받을 수 있다. 법무법인 자연수의 이현성 변호사는 “불법건축물이라도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를 하는 것이 가능한 만큼 일반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계약이 만료되면 집주인이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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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법적으로 세입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있다고 해도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거부할 때에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이런 경우에는 해당 주택을 경매에 넘겨 판매한 뒤 남은 차액으로 보증금을 변제하도록 하는데, ‘불법’ 딱지가 붙은 상황에서 이런 매물을 사 갈 매수자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수차례 유찰되다 결국 나중에 팔리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격은 감정가의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며 “결국 세입자가 100% 보증금을 회수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해 해당 주택 이외에 집주인이 가진 다른 재산을 강제집행 방식으로 가져오는 방법도 있지만, 재판 과정만 길면 2~3년이 걸리는 만큼 세입자가 선택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위험을 없애기 위해 집주인과 공인중개사가 미리 ‘불법건축물임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중간에 전세계약을 파기하려 해도 사실상 힘들다. 이현성 변호사는 “계약을 해지하려면 불법건축물이라는 사실 때문에 행정관청이 철거나 사용 중지 명령을 내려 더 이상 거주가 어려울 정도로 세입자의 권리가 심각히 침해되는 상황이어야 한다”며 “단순히 내용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중도해지하겠다는 세입자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임차인에게는 계약기간을 모두 채워야 할 ‘의무’가 있다. 세입자가 계약기간 중간에 이사하려고 할 경우 다른 세입자를 구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중개수수료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중간에 계약을 깨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는 관행일 뿐 집주인이 거부하면 일방적으로 전세계약을 무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법건축물에 대한 전세계약도 일반 임대차계약으로 보는 만큼 이 같은 부분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일단 불법건축물에 전세로 들어오면 계약이 끝날 때까지 건물 철거 위험에 떨면서 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급해도 전세계약 시 건축물 대장과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필수”라며 “특히 전세 수요가 넘치는 것을 겨냥해 불법 개조한 건물을 세 놓는 집주인도 많아진 만큼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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