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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충전소☆★★/※주택임대차法※

세입자는 "전셋값도 비싼데.." 집주인은 "이자 줄어드는데..", 서로 불만 '집 수리비'

전세난 시대가 낳은 서글픈 풍경… 분쟁 급증

 

국민일보

 

서울 강서구 오피스텔에 전세로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0)씨는 지난달 13일 고장 난 보일러를 고쳤다. 밤새 추위에 떨다 10만원을 주고 고쳤는데 아직도 영수증을 만지작거리고만 있다. 많지 않은 수리비를 집주인에게 청구했다가 괜한 '트러블'이 생길까 우려해서다.

이씨는 19일 "2년 전 1억1500만원이던 주변 전셋값이 지금은 1억3000만원으로 올랐다"며 "그해 비하면 10만원은 작은 돈이다. 전세 재계약 시점인 5월까지는 조용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전세 사는 사람들은 다 그렇지 않냐"고 되물었다.

겨울철 보일러 동파부터 벽지에 낀 곰팡이, 마루바닥의 흠집과 벽의 못 자국까지…. 이사철을 맞아 '집수리'를 둘러싼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끝없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시가 2012년 8월 문을 연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엔 수리비 분쟁을 호소하는 전화가 하루 평균 70여건씩 걸려온다.

◇전세난 속 수리비 갈등=전세난을 의식한 세입자는 혼자 끙끙 앓는 경우가 많다. 반면 초저금리 시대에 이자도 챙기기 어려운 집주인은 한 푼이라도 아끼려 수리비 요청에 뒷짐을 진다. 사소한 문제도 갈등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9월 A씨(63)는 세입자 B씨(22)로부터 밤중에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현관 잠금장치가 고장 나 문을 열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수리기사를 불러 23만원을 주고 잠금장치를 통째로 교체해줬다. 수리기사에게 물어보니 "건전지가 방전됐다. 오래전부터 경보가 울렸을 텐데 건전지를 갈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전세금 2억원을 연 1.8%짜리 정기예금에 넣은 A씨가 받는 이자는 세금을 떼고 나면 월 25만3800원 수준이다. 한 달 이자가 날아갔다고 생각한 그는 B씨를 불러 따졌다. B씨는 "경보음 들은 적이 없다"고 받아쳤고, 결국 두 사람은 수리비 23만원 때문에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조정 결과는 "B씨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거였고 절반씩 수리비를 부담했다. 지원센터 서혜진 주무관은 "낮은 금리 때문에 형편이 안 좋은 집주인도 많다보니 사소한 문제로도 갈등이 커지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담 전화는 대부분 '말 못하고 끙끙 앓는' 세입자들의 사연이라고 한다. 이날 벽에 피는 곰팡이 문제로 센터를 찾은 40대 여성 세입자는 "요즘처럼 전세 구하기 힘든 시기에 이사비와 중개수수료까지 내느니 보증금을 좀 올려서라도 계속 사는 게 아끼는 길이다. 수리비가 많지 않으면 괜히 집주인 심기를 자극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했다.

◇최선의 분쟁 방지책은 계약서=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 6일 기준으로 37주 연속 상승했다. 반면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2% 아래로 내려갔다. 서 주무관은 "은행 이자율이 낮아지면서 집주인들은 한 푼이라도 더 쓰기 싫어하고, 세입자들은 보증금도 비싼데 내가 여기에 돈을 써야 되느냐며 집주인에게 더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듯하다"고 말했다.

이 '서글픈 분쟁'의 해결책은 없을까. 서울시는 법무부와 함께 집수리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계약서 양식을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 계약서는 수리가 필요한 시설과 비용부담에 대해 꼼꼼히 기재토록 했다.

◇전세난 노린 보이스피싱도 기승=서울 광진구에 사는 이모(70)씨는 지난 6일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결혼을 앞둔 아들의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그에게 자신을 모 대부업체 '김 대리'라고 밝힌 상대방은 "신용등급을 높여줄 테니 대출금의 3%를 수수료로 달라"고 제안했다.

김 대리란 사람은 이후 "회삿돈으로 인위적인 거래실적을 쌓아줄 테니 입금된 돈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이씨는 이틀간 7차례 통장에 들어온 1억6900만원을 인출해 그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열흘 뒤 경찰에서 소환 통보를 받았다. 그제야 자신의 통장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포통장으로 쓰였으며, 자신이 '인출책'이 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인천에 사는 다른 이모(42)씨 역시 인상된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김 대리'의 유혹에 넘어갔다. 이씨도 5차례 1억7000만원을 건네줬다가 경찰에 소환됐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이들에게 전세금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고 속여 '인출책'으로 이용한 한모(23)씨 등 보이스피싱 조직원 3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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