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반값.. 동네 수퍼 울리는 '영외 PX'
군인·가족 등 복지 위해 전국 137곳에서 운영 일
반 시민도 손님으로 받아 영세 상인들 생존권 위협 세금 누수 생길 우려도 높아
이달 초 서울의 한 아파트 밀집 지역 한복판에 위치한 군(軍) 전용 매점 '영외(營外)PX' 앞. 입구에는 "이용 대상자가 아닌 분은 입장할 수 없습니다"라는 팻말이 걸려있었다. 반경 100m 안에는 일반 수퍼마켓과 편의점이 입점한 아파트 상가들이 3~4동(棟) 있었다. 군인과 군 관계자 외에 일반인은 이용할 수 없는 PX임에도 출입 시 신분증 검사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동네 수퍼마켓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약 80평 크기의 PX 내부에서는 20~30명이 장을 보고 있었다. 다른 수퍼마켓과 다른 점은 가격표에 시중가와 함께 이보다 훨씬 저렴한 실제 판매가가 같이 적혀있다는 것뿐이었다. 물건을 사서 계산할 때도 PX에서는 따로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았다. 길 건너 수퍼마켓 주인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매장이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SSM(기업형 수퍼마켓)보다 영외PX가 더 무섭다"고 푸념했다.

◇일반 시민들도 이용하는 영외PX
군 복지 차원에서 운영되는 도심 내 영외PX가 이용 자격이 없는 일반 시민들을 손님으로 받고 있어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원래 PX는 군 매점으로 현역 군인과 군 관계자, 국가유공자 등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식재료와 생필품, 과일, 과자·음료 등을 시중 가격보다 평균 30~50% 정도 저렴하게 판매한다. 문제는 부대 밖에서 운영되는 PX로 인해 벌어지고 있다. 국방부는 군인 거주용 아파트 등 외부 군 관련 시설 근처에도 '영외 PX'를 운영하고 있고, 이 영외 PX에서 일반 시민들을 손님으로 받고 있어 인근 수퍼마켓·편의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영외PX는 보통 '○○마트'라는 간판을 걸고 장사를 하기 때문에 겉으로 봐서는 일반 수퍼마켓과 큰 차이도 없다.
군인복지기본법에 따라 일반인은 원칙상 국군복지단에서 운영하는 PX를 이용할 수 없다. PX 이용자는 군 신분증이나 가족관계증명서, 의료보험증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외PX는 신분증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인근 지역 주민들은 영외PX를 '초특가 할인마트'쯤으로 여기고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영외PX는 전국에 137곳이 있으며, 길 하나를 두고 일반 아파트 단지나 전철역을 마주 보고 있는 곳도 많다. 국방부 관계자는 "직업군인들은 부대를 자주 옮기면서 자녀들의 교육 문제 등 여러 가지 불편을 겪게 된다"며 "영외 PX는 이런 군인들의 복지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PX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모두 군인복지기금으로 사용된다.
◇인근 상인들 "영외PX가 생존권 짓밟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외PX와 같은 상권에서 경쟁하는 동네 수퍼마켓·편의점 등의 소매 유통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나 SSM 때문에 안 그래도 힘들게 장사하는 상황에서 영외PX까지 초저가를 앞세워 손님을 뺏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영외PX 근처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조모씨는 "남편의 퇴직금과 전 재산을 동원해 마련한 생존 일터인데 영외PX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군인 복지를 위해 영세 상인의 생존권을 짓밟아도 되느냐"고 항변했다.
일반인의 영외PX 이용이 정부의 조세 운영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 양금승 산업연구실장은 "PX는 국방비로 운영하고 있고, PX에 납품하는 물건은 세금이 붙지 않는다"며 "민간인이 영외 PX를 자유롭게 이용할 경우 세금 누수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영외 PX가 농어촌 주민 복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강원도의 한 군청 관계자는 "집 근처에 변변한 수퍼마켓이 없어서 장을 보려면 읍내까지 차로 30분씩 이동해야 하는 곳도 있다"며 "이런 지역의 영외PX는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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