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의 이화여대 주변 골목은 1990년대 젊은이들의 ‘패션의 거리’로 꼽혔다. 대형 패션 브랜드 가게들이 대로변에 가득했고 뒷골목엔 개성 있는 작은 옷가게들이 사람들을 유인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대형 쇼핑몰의 등장과 함께 서울의 다른 지역 상권이 뜨면서 이대 거리는 침체기를 겪었다. 골목길 가게들도 하나둘 떠났다.
획일화된 의류 점포만 남아 더 이상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곳’이 되지 못했다. 이대 골목을 ‘공방 문화골목’으로 조성, 골목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건물주와 문화예술기획단체, 자치구가 손을 잡았다.
서울 서대문구는 오는 16일 ‘이대골목주민연합’ 소속 건물주 18명과 예술기획단체 ‘문화활력생산기지’와 함께 ‘이화 공방문화골목 임대료 안정화’ 협약을 맺는다고 14일 밝혔다. 신촌동 주민센터에서 이화여대 정문까지 이어진 골목길에 건물을 두고 있는 주민 9명은 올해 4월 ‘이대골목주민연합’을 꾸렸다. 이들은 늘어나는 공실을 어떻게 메울지, 이대 골목 상권을 어떻게 회복할지를 두고 8차례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주민연합에 동참한 건물주는 18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이대 상권이 과거 ‘패션’과 ‘뷰티’ 상권의 선도 지역이었던 상징성을 살려 빈 가게에 공방 디자이너와 문화예술활동가를 발굴해 유치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주민들의 고민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어떻게 막을지까지 나아갔다. 젊은 예술가나 상인들이 상권을 살려놓으면 주변 임대료가 크게 올라 이들이 떠나고, 다시 특색 없는 거리로 변해버리는 현상을 막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건물주는 계약일로부터 최장 5년인 임대차 계약기간 동안 차임과 보증금 증액 청구를 유보하기로 했다. 이대골목주민연합 측은 “지속적인 창작과 판매활동을 보장하려면 임대료 인상과 이주 걱정이 없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협약에 따라 ‘문화활력생산기지’는 공방 예술인과 청년 창업자 등 임차인을 적극 발굴해 유휴 공실에 입점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구는 ‘이화 공방문화골목’ 활성화를 위한 행정지원을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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