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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뺨치는 임대료에 상인들 울상..'연트럴파크'의 그늘

 

홍대 뺨치는 임대료에 상인들 울상..'연트럴파크'의 그늘


      

조선비즈

“공원 생겨 좋아졌죠. 그런데 임대료도 많이 올라 영세 상인들은 살기 더 팍팍해졌을겁니다.” (연남동 H공인 대표)

8일 오전에 찾은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 연남동의 센트럴파크라 해서 이른바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이곳은 오전 이른 시간이라 한산하긴 했지만 산책을 나온 연남동 일대 주민들이 드문 드문 눈에 띄었다. 경의선 폐철길을 공원으로 만든 경의선숲길은 경의중앙선 가좌역에서 시작해 지하철2호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까지 이어진 길이 1268m, 폭 10~60m의 도심 속 공원이다.

8일 오전 서울 연남동 ‘경의선숲길’에서 인근 주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 이승주 기자
8일 오전 서울 연남동 ‘경의선숲길’에서 인근 주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 이승주 기자
점심시간 공원 주변의 상점들이 손님이 없어 한가하다. / 이승주 기자
점심시간 공원 주변의 상점들이 손님이 없어 한가하다. / 이승주 기자

서울시가 추진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조성된 경의선숲길은 지난 6월 27일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개방됐다. 빛이 강하면 그늘도 짙은 탓일까, 시민을 위한 공원이 들어선 뒤로 주변 상인들의 얼굴엔 근심이 서리기 시작했다. 주변 환경은 쾌적해졌지만 껑충 뛴 임대료 부담이 주변 영세 상인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고 있었다.

홍대 피해 연남동 왔더니…홍대 뺨치는 임대료

공원 양 옆으로 난 도로변에는 카페와 음식점, 술집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문이 닫힌 술집을 제외한 카페와 음식점 종업원들은 오전 장사를 시작하기 위해 가게 주변 청소와 재료 준비 등으로 분주했다. 동교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다가 경의선숲길 공원 근처로 가게를 옮겨 운영 중인 강훈식(31·가명)씨는 “공원이 생기기 전엔 400만원을 내던 임대료가 지금은 600만원을 훌쩍 넘었다”고 말했다.

이 일대 공인중개소 말을 종합해보면 공원 개발 시점부터 뛰기 시작한 상가 임대료는 공원 개방 이후로 20~30% 가량 올랐다. 공원 일대가 서울의 명소로 자리 잡으면서 유동 인구가 많아진 것을 건물주가 놓칠 리 없었던 것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임대료 평균(1층 기준)은 1㎡당 동교동이 2만9900원, 연남동이 2만7600원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홍대 인근 동교동 공인중개소를 둘러본 결과 동교동 일대 상가는 평균 권리금이 8000만~1억원 정도다. 권리금이 없는 신축 상가는 임대료(1층 기준) 시세가 3.3㎡ 당 평균 20만~22만원에 형성돼 있다.

공원 옆으로 들어선 상가들도 권리금이 대부분 6000만원이 넘었고, 비싼 곳은 1억5000만원까지 권리금이 호가한다. 평균 임대료도 3.3㎡당 15만~20만원 선이다.

연남동 G공인 관계자는 “경의선숲길 조성 후 이 일대가 입소문을 타고 소위 ‘뜨는 동네’가 되면서 임대료가 계속해서 올라 홍대 중심 상권 뺨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상인들은 권리금을 챙기고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연남동에서 3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모(31)씨는 “최근 2~3년 동안 주변 임대료가 많이 오르면서 우리도 건물주와 협의해 계약 중간에 임대료를 올렸다”면서 “2년전 근처에 있었던 가게 중에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H공인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가게들이 하나 둘 빠지더니 지금은 90% 이상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들어온 가게들”이라며 “(상인들의) 속사정을 모두 알 순 없지만, 지금도 권리금을 챙기고 가게를 이전하려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기대 못 미치는 ‘경의선숲길’ 효과

점심시간에도 경의선숲길 주변 가게들은 대부분 한산했다. 손님 없이 종업원만 있는 옷가게도 많았다. 5~6개의 테이블이 마련된 음식점에도 북적이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그나마 카페에는 음료를 마시는 손님들이 자리를 채웠다.

주변 상인들은 공원 개방으로 인한 매출 증가 효과는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 일대 상권은 지역 주민들과 단골 고객을 위주로 형성돼 유동 인구가 늘어나 외지인이 많아져도 실제 매출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공원 주변에서 D마트를 운영하는 김모(60)씨는 “공원이 생기고 나서 매출이 10~15%는 늘었다”면서도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 손님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로 손님이 기대했던것 만큼 크게 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B의류점을 운영 중인 박모(32)씨는 “유동 인구가 많아지면서 주말에는 가게를 찾는 손님이 조금 늘었다”면서도 “이 동네는 단골 장사라 공원이 개방됐다고 해서 매출이 크게 오르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류점 직원 김모(35)씨도 “주말이 되면 외지 손님들이 많이 오기는 하지만 매출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Y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모(24)씨는 “공원을 개방하면서 손님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큰 차이는 없는 편”이라며 “공원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공원에 자리를 펴고 술을 먹는 일도 많아져 오히려 매상에는 좋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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