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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오동입니다”…모델하우스 상담사 이름 천태만상


 

“강오동입니다”…모델하우스 상담사 이름 천태만상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안녕하세요. 강오동입니다.”

최근 수도권의 한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 박정환(43ㆍ가명) 씨는 상담사 명함을 건네받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웃고 말았다. 상담사 이름이 유명 연예인과 너무 비슷했기 때문. 곧 박 씨는 상담사에게 “연예인 이름하고 비슷해서 고생 많겠소?”라는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주위 눈치를 살피던 상담사는 “사실 본명은 따로 있고, 명함에 찍힌 이름은 영업용으로 쓰는 이름”이라며 귀띔했다.

박 씨가 “아파트 장사가 무슨 호객행위가 필요하냐”고 묻자 상담사는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할 경우 방문객이 조금이라도 상담사를 기억해줘야 유리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방법을 쓴다”고 설명했다.

18일 아파트 분양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모델하우스 상담사들은 기본급을 받는 경우와 계약 건당에 따른 성과급을 받는 경우로 크게 나뉘며 분양이 잘 되는 경우 기본급, 미분양이 많은 경우 성과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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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수도권의 한 모델하우스에서 고객들이 상담사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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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의 상담사들로서는 방문한 고객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찾아줘야 계약 체결시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평범한 이름보다는 기억되기 쉬운 이름을 써야 조금이나마 인센티브를 받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다른 미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의 한 여성 상담사는 고객들에게 명함을 건넬 때마다 난처한 웃음을 짓는다. 한때 드라마 여주인공의 이름으로 인기를 끌었던 ‘천송이’라고 적힌 명함을 고객들이 곧이곧대로 믿을지, 아닐지 본인 스스로도 반신반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본명이 천송이는 아니지만 천송이라는 이름이 적힌 명함을 고객들에게 건네면 호응이 좋아 계속 쓰게 된다”며 “잠깐 만나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데는 가명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아파트 뿐만 아니라 신도시나 택지지구의 상가 분양 상담사들도 가명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용인 거주자 김성욱(가명) 씨는 최근 한 상가 분양 사무실에 들렀다가 수년 전 용인 흥덕지구 상가분양 사무실에서 만난 상담사를 우연히 다시 만났다. 김 씨는 우연한 만남이 놀라웠지만 그가 전에 알려준 이름이 가명이라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그가 흥덕지구 상가 분양 당시 건네준 명함상 이름은 나흥덕. 그러나 이번에 건넨 명함에서 그의 이름은 김경철이었다. 김 씨는 당시 “흥덕지구 상가를 분양하는 사람 이름이 나흥덕이라고 해서 사람의 운명이 참 묘하다는 생각에 오래 기억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후에 그게 가명이라는 사실을 알고나니 크게 속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아파트 분양업계 관계자는 “모델하우스 상담사들은 일단 고객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주고자 다양한 가명을 활용한다”며 “이들의 역할은 보통 고객으로 하여금 계약서를 쓰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신뢰나 기대는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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