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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살며 급매 낚아채기…강남 `극한 재테크`

월세 살며 급매 낚아채기…강남 `극한 재테크`

       




성수역 인근 아파트에 살던 직장인 A씨(49)는 지난달 아파트를 처분하고 가족을 데리고 월세방으로 이사했다. 잘 살던 집을 처분한 이유는 '급매'를 잡기 위해서다. 2016년만 해도 6억원 하던 아파트는 12억원까지 올랐다. 대출을 제하고 그동안 모은 돈과 집을 처분한 돈을 모아 보니 10억원 정도가 됐다. A씨는 "송파 쪽이나 성수동 쪽 신축 대형 평수를 알아보고 있다"면서 "급매를 잡기 위해서는 한두 달 월세살이는 참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고가 아파트 대출을 제한한 12·16 대책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호가가 1억~2억원씩 떨어지고, 9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는 뚝 끊겼다.

하지만 이러한 '부동산 빙하기' 속에서 "지금이야말로 기회"라며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정기 때 나오는 '급매'를 잡기 위해 월세살이를 감수하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당긴다'의 준말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금을 마련한다는 뜻)해서 분양권을 매수한 후 전셋집에 들어가는 사례다. '극한의 재테크' 현상 뒤에는 조정기 후 상승장이 올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매일경제
서울 부동산 시장은 12·16 대책 이후 빙하기에 돌입했다.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9월 6997건에서 10월 1만1515건, 11월 1만1479건으로 1만건 이상을 기록하다가 12·16 대책이 발표된 12월 7532건, 지난달 1439건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동산 빙하기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급매를 잡기 위한 극한의 재테크 기회로 활용된다. 직장인 B씨는 지난달 서울 마포에 있는 아파트를 팔고 도곡동 14년 차 준신축 아파트를 16억원에 매수했다. 15억원 이상이어서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하지만 상관없었다. 전세 6억원가량이 들어가 있어 실투자 비용은 10억원가량이었다. 아파트 매도금으로 잔금을 치르고 자신은 근처 구축 아파트에서 월세살이를 시작했다. 자금이 빠듯하지만 올해 하반기 도곡동 아파트 전세 기간이 만료되면 전세금을 올려 부족한 자금을 융통할 계획이다. B씨는 "아이 때문에 강남에 진입해야 한다고는 생각했는데 조정기 때 들어가서 기다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면서 "학군지여서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서 은행 대출보다 낫다"고 했다.

급매를 잡기 위해 집을 먼저 팔아놓고 월세를 사는 사례도 있다. A씨는 성수동 아파트를 팔고 근처 월세방으로 이사했다. 송파 쪽 신축 대형 평수로 갈아타려는 A씨는 "가족들도 처음에는 반대했으나 1억~2억원 아낄 수 있다고 하니 월세살이에 동의했다"고 했다.

고가 주택 소유자의 전세 대출을 제한한 12·16 대책의 '허점'을 이용해서 투자금을 확보한 사례도 있다. 분양권과 입주권은 주택으로 인정되지 않아 전세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직장인 C씨는 지난달 마포 아파트 두 채를 팔고 방배 재개발 입주권을 15억원에 매수했다. 자신이 살 집은 전세대출을 받아 해결했다. 특히 방배동 입주권은 이주비 대출도 나온다. 12·16 대책은 초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을 금지했지만, 정책 발표 이전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이주비 대출을 허용한다. C씨는 "'영끌'하느라 사용한 신용대출은 내년 감정가의 40%까지 되는 이주비 대출이 나오면 청산할 계획"이라며 "20·30대에게 강남 아파트 청약은 불가능하니 이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직장인 D씨는 내년 입주하는 신축 아파트 조합원 입주권을 매수했다. 계약금 3억원은 모아 둔 돈으로 마련했다. 잔금은 내년 입주 때 치를 예정인데,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에 갖고 있던 아파트를 부동산에 내놨다. 입주 전까지 시간이 넉넉해 아파트를 매도한 뒤 월세로 살며 입주 때까지 기다릴 예정이다.

지난 3년간 서울과 분당·판교 등 집값이 급등하면서 마련한 발판으로 '강남'으로 갈아타는 시도가 늘고 있다. 주부 E씨는 최근 분당 아파트를 매도한 후 서울 서초구 준신축 아파트를 매수했다. 분당 아파트 매도금 9억원에 자금을 보태 14억7000만원의 아파트로 갈아탔다. E씨는 "강남 집값이 계속 올라서 못 샀는데, 지금은 신고가 행진이 멈춘 게 어디냐 싶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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