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과 월세,임차인과 전세 계약…보증금 수백억 가로챈 일당
임차인 전세보증금 받아 프랜차이즈 투자
사업실패 자금 바닥나자 전·월세 돌려막기
고소당하자 “갚겠다”며 해명한 뒤 잠적해
경찰, 2명 구속하고 업체 직원 추가수사 중
오피스텔 위탁계약을 체결한 뒤 전세보증금 수백억원을 가로챈 일당을 구속한 천안서북경찰서. 경찰은 피해자 수가 10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중앙포토] |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3년 ‘OO’이라는 오피스텔 분양 및 위탁관리업체를 차린 뒤 임대인들과 월세 임대업무를 위임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오피스텔 1세대당 보증금 일부와 월세를 받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씨는 임차인들과 월세 계약을 하지 않고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전세보증금은 1세대당 3000만~9000만원을 받았다, 이런 방식으로 이씨 등은 올 3월까지 6년 7개월간 충남 천안과 부산, 경남 창원, 경기 수원, 경북 구미 등에서 오피스텔 1400여 세대를 위탁 관리했다. 이들이 전세계약으로 받은 보증금만 400억~500억원에 달했다.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이씨는 음식점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경기불황과 음식점 운영 미숙 등이 겹쳐 사업에 실패하면서 40억~50억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월세를 납부할 시기가 돌아오자 이씨는 임차인에게서 받은 전세보증금 중 일부를 임대인들에게 월세로 보냈다. 이른바 ‘돌려막기’다. 하지만 임대 기간이 끝난 임차인에게 수천만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자금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업을 하며 수십억원의 전세금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40대 자매가 지난 3월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임대인들로부터 월세 계약을 위임받았음에도 위임장과 계약서를 위조해 임차인들과 전세계약을 맺고선 전세보증금을 받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씨는 지난 4월 천안의 한 호텔에서 임차인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자산을 매각해 6월 말까지 갚겠다”고 해명했다. 임차인들에게 사기가 아니라는 점도 호소했다. 하지만 이씨는 돈을 갚지 않고 잠적했다. 경찰은 추적 끝에 지난 14일 인천의 한 숙박업소에 숨어있던 이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1300~14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 1000여명, 오피스텔 위탁관리를 맡긴 임대인 300~400여명 정도다. 피해자는 천안이 700명으로 가장 많다. 이씨가 운영했던 업체는 미등록 업체로 확인됐다.
피해자 대부분은 박봉을 모아 전세보증금을 마련한 회사원들로 확인됐다. 일부는 돈을 모으기 위해 1~2년 정도 지방에서 근무하다 피해를 보기도 했다. 임대인 가운데는 노후를 위해 퇴직금이나 연금을 모아 오피스텔 여러 세대를 마련한 뒤 위탁계약을 체결해 피해를 봤다.
월세로 오피스텔 위탁계약을 체결한 뒤 전세보증금 수백억원을 가로챈 일당을 구속한 천안서북경찰서. 사진은 오피스텔 견본주택 모형으로 이 사건과 직접 연관은 없음. [연합뉴스] |
경찰 관계자는 “고소를 접수하고 수사를 진행하면서 피해자가 많은 것을 알았다”며“오피스텔 등을 계약할 때 임차인은 전세권 설정등기나 확정일자를 받는 등 피해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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