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를 쓰고 헌 집만 찾아 중개해서 대박 난 부동산
온라인 부동산 편집숍 '도쿄 R부동산'
요시자토 히로야 대표 인터뷰
공간과 사람 연결, 쇠락 지역 부흥 열쇠
1930년대 지어진 도쿄 시나가와 구의 옛 가옥. '옛 가옥의 아름다움'이라는 광고를 내 매입자를 찾았다. 새 자재를 일부 사용했지만 덧붙인 흔적이 없도록 절묘하게 보수했다. [사진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중개합니다' ⓒ이케다 마사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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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R부동산은 현재 게재 물건만 수백 건에 이르는 대형 중개 사이트로 성장했다. 사이트 방문객은 월평균 500만을 상회한다. 계약 성사는 연평균 500건 정도로 2003년부터 누적 성사 건수는 1만 건. 현재 R부동산은 도쿄를 포함해 일본 전역 10개 지역을 추가했고, 빈 학교 건물이나 공공시설을 취급하는 ‘공공R부동산’, 건축 자재 쇼핑몰 ‘툴 박스(too box)’ 등으로 확장됐다. 2019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도쿄R부동산의 요시자토 히로야(吉里裕也) 공동대표를 지난 3일 단독 인터뷰했다.
R부동산 요시자토 히로야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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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R부동산은 기존 부동산 시장이 무시했던 ‘헌 물건’에 주목했다.
Q : 구역 안의 모든 매물을 올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동산 편집숍 같다. 편집숍의 성패는 물건을 고르는 눈에 달려있다. 매물을 보는 노하우가 있을까.
Q : R부동산의 홈페이지는 일반 부동산과는 다르다. 마치 잡지 기사처럼 매물을 묘사한다.
'지요다구에서 미니빌딩을 사다'라는 매물 광고를 낸 도쿄 지요다구 바닥면적 16㎡(약 4.8평) 미만의 초미니 빌딩. [사진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중개합니다' ⓒ이케다 마사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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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매물 자체도 독특하지만 ‘푸르름에 둘러싸여’‘나이테가 새겨진 상가 건물’‘바이커를 위한 아파트’ 등 매력적인 광고 문구도 재미있다.
'대폭 수리 필요'라는 임대 광고를 낸 도쿄 시부야구의 오래된 목조 주택. 디자인 회사 U-MA가 입주했다. 수리 계획을 받아 건물주가 심사하도록 했다.파격적인 리모데링으로 물건의 숨어있는 잠재력을 발견, 세입자가 건물 전체를 브랜딩 해준 사례가 되었다. [사진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중개합니다' ⓒ이케다 마사노리] |
R부동산은 부동산 중개로 한 거리를 살려내기도 했다. 도쿄 동쪽 지요다 구의 ‘아트 이스트(art east)’라는 지역이다. 유령 건물처럼 비어있던 ‘아가타 다케자와’ 빌딩을 중개하면서 ‘갤러리 르네상스’라는 매물 광고를 냈고, 갤러리와 공방, 출판사 등이 차례로 들어오면서 지역에 활기를 불러일으켰다. 건물이 살아나자 주변 거리에도 예쁜 카페와 공방들이 들어왔다. 부동산을 중개했을 뿐인데 거리 하나가 만들어졌다.
Q : ‘아트 이스트’ 사례가 인상적이다.
Q : 한국에도 쇠락한 지역에 핫한 카페 등이 생기면 그 주변이 반짝 살아난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일명 둥지 내몰림)’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한다. 도쿄는 그렇지 않은가.
도쿄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보소 지역의 연립 주택. 5분 거리에 해변이 있어 서퍼들을 위한 '파도타기 연립주택'으로 광고했다. [사진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중개합니다' ⓒ이케다 마사노리] |
공간에 대한 관심은 지역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됐다. 현재 R부동산은 전국 10개 지역으로 확대 전개하고 있다. 일본의 빈집은 1000만 세대에 가까울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각 지역 R부동산을 기반으로 ‘지역 재생’ 사업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지방의 빈집을 개조해 도심 거주자들의 세컨드 하우스(별장)로 임대를 놓은 ‘트라이얼 스테이’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부자들만 갖는 호화로운 세컨드 하우스가 아니라, 힐링하기 위해 가끔 갈 수 있는 작은 면적의 세컨드 하우스 개념이다.
Q : 지역 재생을 위해 ‘세컨드 하우스’를 떠올렸다.
요시자토 대표는 "사회 문제와 사업의 과제를 공간과 디자인 뿐만 아니라 시스템을 건드려 해결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건축가인 그가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만들고 지역 재생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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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앞으로는 어떤 그림을 그리나
-사람들의 공간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패션이나 음악을 즐기는 것처럼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공간의 편집권이 생산자에게 있었다면, 앞으로는 사용자로 넘어가지 않을까. 명품 브랜드와 SPA 브랜드를 적절히 편집해 나만의 패션 스타일을 만들 듯, 공간도 자신이 원하는 조명·천장·바닥재 등을 골라 편집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건축 자재 쇼핑몰인 ‘툴 박스’를 시작한 이유다. 툴 박스에서는 단순한 자재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천장 부분 시공, 벽 만들기 같은 가벼운 리노베이션 서비스도 진행한다. 궁극적으로는 신축도 편집하도록 만들고 싶다. 사람들이 너무 비슷한 평면 구조에 사는데, 무의식적으로 라이프스타일도 규격화되는 것 같다. 내가 사는 공간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는 개념을 만들고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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