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稅) 부담 느는데"…다주택자, 매물 내놓을까?
정부 "매물 내놓아야" VS 다주택자 "버틸 여력 있다"
2주택 이상 보유 200만명… 51채 이상 소유 '1988명'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 인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9.13 부동산 종합대책의 여파로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더 줄어들고, 시장 변동성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18.09.17. park7691@newsis.com |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우리 사무실 마지막 거래가 8월이네요. 잔금 처리 말고는 지금까지 매매나 전세 계약이 성사된 게 하나도 없어요."
지난 2일 오후 뉴시스 취재진 찾아간 서울 서초구 한 대형 아파트 단지 입구의 부동산 중개업소 서너 곳은 하나 같이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곳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취재진에게 계약 장부를 보여주며 "팔 물건은 지난해 4월 전에 이미 다 팔았다"고 푸념했다.
이 대표는 "매물 잠김으로 관망세가 계속되고, 강남 요지의 아파트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에 좀처럼 팔려고 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매물을 내놓지 않은 다주택자들은 재정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 기조가 올해도 이어지면서 정부와 다주택자간 힘겨루기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정부는 양도세 중과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한 대출 차단 등 지난해 쏟아냈던 각종 규제가 하나 둘 가시화되면서 다주택자를 옥죄, 부동산시장에 매물이 많아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전국에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가 2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공개한 '2017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2017년(11월 기준) 전체 주택소유자는 1366만9851명으로 전년보다 2.7% 늘었다.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15.5% 늘어난 211만9163명으로 집계됐다. 51채 이상을 가진 사람도 1988명에 달했다.
정부는 이 같은 다주택자가 집값을 올리고 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으로 판단하고 있다. 모든 정책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대출로 집을 사는 풍토를 사라지게 하고,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뜻이다.
'투기'와 '집값'은 반드시 잡겠다는 정부의 올해 다주택자 압박 수단은 ‘세(稅) 부담’이다. 공시가격과 종합부동산 세율을 동시에 높였다. 특히 3주택이상이거나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 세율이 0.6~3.2%로 올렸다.
정부는 오는 4월부터 보유세 산정 기준인 공시가격을 실거래가의 80%%까지 올려 현실화한다. 고가 주택일수록 공시가격이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아파트 공시가격도 최근 급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대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서울 서초구의 시세가 28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은 15억원으로 절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거래가 80%를 기준으로 할 경우 공시가격은 23억원이 된다. 재산세와 종부세는 630여만원에서 950여만원까지 오른다.
집값이 비쌀수록 최고구간 세율이 3.2%까지 오르는 강화된 종합부동산세도 본격 시행된다. 1주택이나 조정 대상 지역 외 2주택 세율은 최고 2.7%로 올리고, 3주택 이상 또는 조정 대상 지역 내 2주택 이상은 최고 세율이 3.2%까지 오른다. 주택 합산 공시가격이 30억원에 조정지역 내 2주택자인 경우 종부세를 지난해보다 717만원 더 내야 한다.
다만, 조정대상 지역 2주택자의 세 부담 상한률은 애초 300%에서 200%로 완화됐다. 종부세법 개정안을 적용하면 주택 세율 인상 대상은 21만8000명이고, 세수는 42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시스】통계청이 16일 발표한 '행정자료를 활용한 2017년 주택소유통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44.5%가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가운데 주택 소유 개인 1367만명 중 15.5% '다주택자'였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
올해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한층 무거워지기 때문에 장기간 버틸 자금이 여력이 없는 다주택자는 집을 팔거나 임대등록을 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등록된 임대주택 수는 총 130만1000채다.
주택 임대소득 과세 대상도 확대됐다. 그간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은 비과세 혜택을 받았지만, 올해부터 분리과세한다. 연간 임대소득에서 필요경비를 제외하고, 기본공제액을 차감해 세금을 산출한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기본공제 400만원이다. 필요경비 인정비율 60%를 적용한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으면 기본공제는 200만원, 필요경비 인정비율은 50%로 세금을 더 낸다. 올해부터 모든 임대사업자가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으면 오는 2020년부터 미등록·지연등록 가산세가 부과된다.
일각에선 정부의 예상대로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기 위해서는 보유세를 좀 더 올리더라도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도세 등 각종 거래 비용부담 탓에 실제 실거래량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이고, 부동산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보유세 비중을 높이고 거래세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다만 취득세와 양도세 인하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거래세를 일정 비율 낮춰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세 중과 부담으로 매도를 못하고, 까다로운 대출 규제로 매수자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양도세 중과 조치를 시행한지 얼마 안 돼 현실적으로 예전 수준으로 낮추기 어렵기 때문에 거래세를 일정 비율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 소장은 "취득세 등 거래세가 낮아지면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실수요자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다만 매물이 증가하더라도 시장의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매수세가 급격하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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