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택' 15년 보유한 70대 "종부세 늘어나 이젠 팔아야"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편집자주]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행동재무학]<248>종부세 강화되자 다주택을 팔려는 사람들
“종부세가 늘어나서 이제는 아파트 한 채를 팔아야해.”
최근 지인으로부터 자신의 70대 부모님에게 재무 상담을 해줄 수 있냐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요지는 지인의 부모님이 15년째 ‘2주택’을 소유하고 계신데 올해부터 종부세가 늘어나서 이제는 아파트 한 채를 처분하시려고 한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지인의 70대 부모님은 지난해 11월 종부세 납부통지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12월에 종부세를 실제로 납부하시면서 이제는 정말로 아파트 한 채를 처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셨다고 합니다. 사실 지난 15년간 '1가구 2주택' 때문에 가끔씩 양도세와 종부세 걱정을 하셨지만 이번만큼 심각하진 않으셨다고 지인은 설명했습니다.
올해부터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 지인의 부모님은 앞으로 매년 800만원이 넘는 종부세를 납부하셔야 할 처지입니다.
지인의 부모님이 소유한 '2주택' 가운데 한 채는 서울 강남 소재의 재개발된 아파트로 전세를 준 상태고, 다른 한 채는 강남 아파트 재개발 당시 경기도 분당으로 이사 가서 지금까지 살고 계시는 아파트입니다. 그리고 2주택 모두 부부 공동 명의가 아닌 아버님 단독 명의로 돼 있다고 했습니다. 서울 강남 아파트의 시세는 25억~27억원 가량이고 분당 아파트는 시세가 5억~6억원 정도입니다.
지인의 70대 부모님은 적지 않은 공무원 연금을 받고 계시는데 강남 아파트 전세금으로 받은 돈을 생활비로 쓰시면서 지난 15년간 절반 이상을 까먹으셨다고 지인은 말했습니다. 지인의 부모님에게는 현금성자산이 많지 않고, 자식들에게 당장 재산을 증여할 생각이 없으시며 장래에 발생할 상속세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으신다고 했습니다.
지인의 부모님 사정을 듣고 나니 '이 분들이 지금껏 재무 상담을 받지 않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적지 않은 공무원 연금을 받는 70대 노부부가 양도세와 종부세 부담을 지면서 굳이 2주택을 소유할 하등의 이유가 없을 뿐더러 재개발 아파트를 제 때 팔아 양도세 한 푼 안내고 현금을 쥐고 계시는 게 재무적으로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재무상담사에게 조금만 상담을 받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재테크 방법을 70대 노부부는 놓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서울 강남 아파트 시세는 재개발 직후에 비해 20% 이상 떨어져 있었습니다. 즉 예전에 벌써 팔았어야 했다는 얘기입니다. 70대 노부부가 서울 강남 아파트를 팔지 못하고 있었던 이유는 최고가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종부세 부담이 크지 않아서 아파트를 처분해야겠다는 압박을 크게 느끼지 않았던 탓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강화된 종부세 납부고지서를 보고 70대 노부부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종부세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강남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미련도 크게 줄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2주택’을 처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엔 위의 70대 노부부와 비슷한 케이스를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들 상당수는 아파트가 재개발돼서 혹은 재테크 목적으로 아니면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다주택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집값이 계속 오르니 종부세를 상쇄하고도 다주택을 소유하는 게 훨씬 유리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종부세가 강화되면서 일부 다주택자들은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지인의 70대 부모님처럼요. 서울 집값의 하향 추세가 길어지는 것도 고집스럽게 2주택, 3주택을 보유하는 걸 포기하게끔 부채질 하고 있습니다.
지인의 70대 부모님이 세금 부담을 줄이려면 일단 아파트 한 채를 팔아서 ‘1가구 2주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때 어느 아파트를 먼저 팔아야 할까요? 시세가 25억~27억원 하는 서울 강남 아파트와 5억~6억원 하는 분당 아파트 중에서 어디를 먼저 팔아야 세금 부담이 적을까요?
양도세를 적게 내기 위해선 시세가 적은 분당 아파트를 먼저 팔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참에 70대 노부부는 종부세와 양도세뿐만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상속세까지 종합적으로 고민을 해서 재산을 정리하는 게 유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실제로 상속이 발생할 때 1억~2억원으로 추산되는 상속세를 낼 돈이 없어서 큰 낭패를 보게 될 수 있습니다. 지금 1가구 2주택을 처분할 때 나중의 상속세까지 고려해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습니다.
결국 세무사로부터 종합적인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종부세, 양도세를 줄이고 나아가 나중의 상속세까지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가령 대출을 받아 상속 재산을 줄인다거나 대출 받은 돈을 배우자에게 증여세 면제 한도(6억원)까지 증여한다거나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한 만약 70대 부모님이 건강하시다면 ‘2주택’을 팔지 않고 자식들에게 증여하는 것도 세금을 장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됩니다.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를 팔고 전세 아파트를 구할 때 아내 명의로 계약하는 방법도 유리합니다.
그동안 ‘2주택’을 소유해 온 70대 노부부로 하여금 아파트를 처분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종부세 강화 정책은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집값 하락 추세도 한몫을 하고 있고요.
그러나 지인의 부모님과 달리 강화된 종부세에도 일부 다주택자들은 여전히 팔지 않고 고집스럽게 움켜쥐고 있을 겁니다. 강화된 종부세 부담을 견딜 수 없는 한계(marginal) 다주택자들만 2주택을 처분하겠죠. 그리고 서울 강남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한다면 그나마 2주택을 처분하려던 이들도 다시 아파트 매물을 거둬드릴 겁니다. 종부세와 집값 하락이라는 두 조건이 모두 충족되야만 하는 일이라서 쉽지 않습니다.
강상규 소장 mtsqka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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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48>종부세 강화되자 다주택을 팔려는 사람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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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으로부터 자신의 70대 부모님에게 재무 상담을 해줄 수 있냐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요지는 지인의 부모님이 15년째 ‘2주택’을 소유하고 계신데 올해부터 종부세가 늘어나서 이제는 아파트 한 채를 처분하시려고 한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지인의 70대 부모님은 지난해 11월 종부세 납부통지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12월에 종부세를 실제로 납부하시면서 이제는 정말로 아파트 한 채를 처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셨다고 합니다. 사실 지난 15년간 '1가구 2주택' 때문에 가끔씩 양도세와 종부세 걱정을 하셨지만 이번만큼 심각하진 않으셨다고 지인은 설명했습니다.
올해부터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 지인의 부모님은 앞으로 매년 800만원이 넘는 종부세를 납부하셔야 할 처지입니다.
지인의 부모님이 소유한 '2주택' 가운데 한 채는 서울 강남 소재의 재개발된 아파트로 전세를 준 상태고, 다른 한 채는 강남 아파트 재개발 당시 경기도 분당으로 이사 가서 지금까지 살고 계시는 아파트입니다. 그리고 2주택 모두 부부 공동 명의가 아닌 아버님 단독 명의로 돼 있다고 했습니다. 서울 강남 아파트의 시세는 25억~27억원 가량이고 분당 아파트는 시세가 5억~6억원 정도입니다.
지인의 70대 부모님은 적지 않은 공무원 연금을 받고 계시는데 강남 아파트 전세금으로 받은 돈을 생활비로 쓰시면서 지난 15년간 절반 이상을 까먹으셨다고 지인은 말했습니다. 지인의 부모님에게는 현금성자산이 많지 않고, 자식들에게 당장 재산을 증여할 생각이 없으시며 장래에 발생할 상속세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으신다고 했습니다.
지인의 부모님 사정을 듣고 나니 '이 분들이 지금껏 재무 상담을 받지 않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적지 않은 공무원 연금을 받는 70대 노부부가 양도세와 종부세 부담을 지면서 굳이 2주택을 소유할 하등의 이유가 없을 뿐더러 재개발 아파트를 제 때 팔아 양도세 한 푼 안내고 현금을 쥐고 계시는 게 재무적으로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재무상담사에게 조금만 상담을 받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재테크 방법을 70대 노부부는 놓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서울 강남 아파트 시세는 재개발 직후에 비해 20% 이상 떨어져 있었습니다. 즉 예전에 벌써 팔았어야 했다는 얘기입니다. 70대 노부부가 서울 강남 아파트를 팔지 못하고 있었던 이유는 최고가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종부세 부담이 크지 않아서 아파트를 처분해야겠다는 압박을 크게 느끼지 않았던 탓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강화된 종부세 납부고지서를 보고 70대 노부부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종부세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강남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미련도 크게 줄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2주택’을 처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엔 위의 70대 노부부와 비슷한 케이스를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들 상당수는 아파트가 재개발돼서 혹은 재테크 목적으로 아니면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다주택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집값이 계속 오르니 종부세를 상쇄하고도 다주택을 소유하는 게 훨씬 유리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종부세가 강화되면서 일부 다주택자들은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지인의 70대 부모님처럼요. 서울 집값의 하향 추세가 길어지는 것도 고집스럽게 2주택, 3주택을 보유하는 걸 포기하게끔 부채질 하고 있습니다.
지인의 70대 부모님이 세금 부담을 줄이려면 일단 아파트 한 채를 팔아서 ‘1가구 2주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때 어느 아파트를 먼저 팔아야 할까요? 시세가 25억~27억원 하는 서울 강남 아파트와 5억~6억원 하는 분당 아파트 중에서 어디를 먼저 팔아야 세금 부담이 적을까요?
양도세를 적게 내기 위해선 시세가 적은 분당 아파트를 먼저 팔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참에 70대 노부부는 종부세와 양도세뿐만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상속세까지 종합적으로 고민을 해서 재산을 정리하는 게 유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실제로 상속이 발생할 때 1억~2억원으로 추산되는 상속세를 낼 돈이 없어서 큰 낭패를 보게 될 수 있습니다. 지금 1가구 2주택을 처분할 때 나중의 상속세까지 고려해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습니다.
결국 세무사로부터 종합적인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종부세, 양도세를 줄이고 나아가 나중의 상속세까지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가령 대출을 받아 상속 재산을 줄인다거나 대출 받은 돈을 배우자에게 증여세 면제 한도(6억원)까지 증여한다거나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한 만약 70대 부모님이 건강하시다면 ‘2주택’을 팔지 않고 자식들에게 증여하는 것도 세금을 장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됩니다.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를 팔고 전세 아파트를 구할 때 아내 명의로 계약하는 방법도 유리합니다.
그동안 ‘2주택’을 소유해 온 70대 노부부로 하여금 아파트를 처분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종부세 강화 정책은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집값 하락 추세도 한몫을 하고 있고요.
그러나 지인의 부모님과 달리 강화된 종부세에도 일부 다주택자들은 여전히 팔지 않고 고집스럽게 움켜쥐고 있을 겁니다. 강화된 종부세 부담을 견딜 수 없는 한계(marginal) 다주택자들만 2주택을 처분하겠죠. 그리고 서울 강남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한다면 그나마 2주택을 처분하려던 이들도 다시 아파트 매물을 거둬드릴 겁니다. 종부세와 집값 하락이라는 두 조건이 모두 충족되야만 하는 일이라서 쉽지 않습니다.
강상규 소장 mtsqka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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