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10조’ GBC 내년 첫삽…숨통 트인 현대차그룹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정부 내년 1월까지 심의 완료 계획, 내년 상반기 착공시 2023년 완공 예상]
현대차그룹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물 배치도. /사진제공=현대차그룹 |
땅값만 10조원 넘게 투입된 초대형 사업인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5년간 표류 끝에 내년 상반기 중 첫삽을 뜰 전망이다. 그동안 강남권 집값 상승을 우려해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었던 정부가 기업 투자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정책 방향을 바꿔 사업을 전폭 지원키로 했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합동부처는 17일 발표한 ‘2019 경제정책방향’에서 GBC를 비롯해 총 6조원+α 규모의 기업프로젝트 조기 착공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GBC는 현대차 그룹이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해 강남구 삼성동 구(舊) 한국전력 부지에 대규모 신축 사옥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축구장 11배에 달하는 7만9342㎡ 부지에 105층 타워 1개 동, 35층짜리 숙박·업무 시설 1개 동, 6~9층의 전시·컨벤션·공연장 건물 3개 동 등 5개 건물이 들어선다. 특히 105층 타워 높이는 569m로 현존 최고 123층 롯데월드타워(555m)보다 높게 지을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2014년 한국전력으로부터 해당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감정가(3조3466억원)의 세 배가 넘는 3.3㎡당 4억4000만원 수준이었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12월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으나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문턱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착공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손실액만 매년 5000억원이 넘을 것이란 추정도 나왔다.
그동안 GBC 건립 계획을 3번 심사해 모두 반려한 국토부는 네번째 심의에선 사업 추진을 승인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 1월까지 GBC 건립 관련 수도권정비위 심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정비위를 통과하면 이후 6개월 이내 서울시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GBC가 착공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상 공사기간(4년 6개월)을 고려할 때 2023년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에 현대차그룹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회사 연구개발 경쟁력을 높여 장기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 일각에선 그룹 전략통인 정진행 사장이 연말 인사에서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승진 이동한 것이 GBC 프로젝트를 마무리짓기 위해서란 관측도 나온다.
그룹 건설 계열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착공 지연 리스크가 해소된 점을 높게 평가한다. GBC 공사비는 2조5600억원 규모로 현대건설은 70%, 현대엔지니어링은 30%의 시공 지분이 있다. 향후 4~5년간 매년 수천억원대 일감이 확보된 셈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GBC 시공만으로 수년간 매출 상승이 기대되며 영동대로 지하화 등 연관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면 최근 국내 수주에 어려움을 겪은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9·13 대책 이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안정화되면서 GBC 건립에 따른 강남권 집값 상승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삼성동 주변 시세는 GBC 개발이 반영된데다 정부 규제로 매매시장이 안정화 국면이어서 GBC 착공만으로 일대 집값이 추가로 들썩일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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