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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의 그늘]上 세입자에 불똥튈라

[갭투자의 그늘]上 세입자에 불똥튈라


전세난 심화‧집값 상승에 갭투자 활황 신규주택 봇물에 전세가 하락…역전세 우려 [비즈니스워치] 노명현 기자 kidman04@bizwatch.co.kr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골칫덩이가 등장했다. 갭(Gap) 투자다. 이들은 지난 몇 년간 전셋값과 집값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틈타 목돈없이 주택을 매입했다. 집값 상승의 차익을 노리고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이들이 들고 있던 폭탄이 올들어 터지기 시작했다. 특히 갭 투자의 폭탄 피해가 세입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한 사람 소유의 아파트 60여채가 경매로 나온데 이어 지난달에도 또 다른 사람이 소유한 아파트 57채가 경매에 붙여졌다.

집값은 오르지 않고, 전세입자를 찾기도 힘들어 전세보증금을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집주인이 자신들의 집을 경매로 넘긴 사례다. 이와 함께 세입자들에게 반 강제적인 매매로 떠넘기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갭 투자자도 있다. 갭 투자가 골칫덩이가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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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란한 시장 틈타 번성한 갭 투자

동탄신도시는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보증금)이 80%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가령 매매 가격이 3억원인 주택을 전세보증금(2억4000만원) 끼고 6000만원이면 매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동탄신도시 시범다은래미안 전용 84㎡의 경우 2014년 3월 매매가격은 3억7000만원, 당시 전셋값은 3억1000만원으로 전세가율은 83% 수준이었다. 4년이 지난 올 3월 기준 집값은 4억1000만원, 전셋값은 3억~3억1000만원 정도다. 전셋값의 경우 올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소의 설명이다.

화성시 반송동 S공인 관계자는 "이 단지는 2년 전만해도 전셋값이 3억7000만~4억원까지도 거래가 됐지만 최근 단계적으로 가격이 빠져 현재는 3억원 초반 정도에 형성돼 있다"며 "동탄2신도시 입주 물량이 늘면서 더 저렴한 전세물건이 공급됐고 이에 따른 이주수요가 발생하면서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빼주지 못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갭 투자가 성행한 것은 2014년 이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번져나갔던 전세난이 발화점이 됐다. 저금리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를 반전세 혹은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커진 까닭이다.

이로 인해 전세시장은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급감하면서 전셋값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집값과 전셋값의 차이는 급격히 줄었다.

2014년 서울의 전세가율은 63.7%, 이듬해인 2015년에는 70.6%로 상승했다. 경기 지역의 경우 2014년 70.9%에서 2015년에는 77.3%, 2016년에는 78.5%까지 상승했다. 인천 역시 같은 기간 65.6%에서 74%, 76.4%로 올랐다.

상황이 이렇자 당시 정부는 전세 수요를 매매로 전환시키고, 침체된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대표적으로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각각 70%와 60%로 낮춘다. 시장에 자금이 공급되면서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전셋값과 집값 차이가 크게 줄어 전세를 끼면 목돈 없이도 쉽게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동시에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됐다. 갭 투자가 성행하게 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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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졸이는 세입자

갭 투자 성행은 다주택자들이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8‧2대책을 통해 서둘러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처분하도록 압박했다. 이후에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독려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았다. 여기에 가계부채 조절을 위해 느슨했던 대출규제를 다시 강화했다.

시장 상황도 변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주택시장 호황기를 맞아 공격적으로 분양했던 단지들이 공사를 마치고 입주를 시작했다. 잔금 치를 여력이 부족한 수분양자들이 전세입자 구하기에 나서며 공급이 급증한 것이다.

3~4년 만에 전세시장은 공급자 우위에서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변했고 이는 전세가격을 끌어내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월 전국 전세가격은 전달보다 0.13% 하락했고, 서울(-0.08%)도 5년7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됐다.

결국 지금의 전셋값보다 비싸게 들어온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갭 투자자들의 발에 불이 떨어졌다. 한 사람 명의로 대규모 경매 물건이 나오거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의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반 강제적으로 집을 처분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 이유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만한 뾰족한 해법을 찾기 힘들다는 게 더 큰 골치다. 이에 더해 전셋값이 하락세인 지역에서는 갭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실질적으로 갭 투자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전세보증보험 등을 통해 전세보증금을 일부 보호받을 수 있지만 깡통전세 등으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갭 투자가 성행했던 곳 뿐 아니라 최근 전세가격이 하락세인 곳에서도 세입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계속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 갭 투자로 인한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지역별로 전세가율 변동 추이 등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책 등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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