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한복판을 뚜벅뚜벅 북한산성 종주[더,오래]
하만윤의 산100배 즐기기
북한산성탑방지원센터 출발해 원점회귀하는 16km 코스
삼국시대·고려·조선시대의 치열한 역사 증언하는 현장
아침 일찍 시작한 산행은 일몰시간이 다 돼서야 마지막 코스인 대서문에 다다랐다. [사진 하만윤] |
서울의 진산인 북한산에는 비봉능선, 의상능선, 숨은벽능선 등 이름만 들어도 걸출한 등산길이 많다. 이름에 걸맞게 빼어난 경관은 기본이고 거친 바위의 아름다움이나 탁 트인 조망, 울창한 숲길 등이 어우러져 있다. 북한산성은 이런 북한산의 여러 봉우리를 연결해 돌로 쌓은 산성이다. 때문에 북한산성 14성문 종주는 북한산의 멋진 비경을 제대로 품은 등산길의 일부를 직접 걷거나 혹은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코스다.
북한산성 14성문. 서암문을 들머리로 잡고 대서문과 수문지에서 마무리하면 성곽 전체를 걷게 된다. [사진 하만윤] |
북한산성탐방 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원효봉 또는 대서문을 들머리로 잡으면 성곽 전체 둘레인 12.7km를 완주하게 된다. 사방을 볼 수 있는 초루를 설치한 북문·대동문·대성문·대남문·대서문·중성문 등 6개 성문과 눈에 띄지 않게 몰래 출입하는 통로인 7개의 암문, 1개의 수문으로 이뤄져 있는데, 코스마다 북한산 비경을 품은 길을 직접 걷거나 멀리서나마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
가령 원효봉에 오르면 북한산 최고봉인 백운대를 바라볼 수 있고, 백운봉암문에서 청수동암문까지는 북한산 종주길이 된다. 부왕동암문에서 가사당암문까지는 최고의 등산길 중 하나로 꼽히는 의상능선을 직접 걸을 수 있는 코스다. 청수동암문에서 잠시 빠져 남장대터로 향하면 북한산의 비경인 의상능선과 비봉능선을 한눈에 볼 수도 있다.
필자는 원효봉을 들머리로 서암문, 북문, 백운봉암문(위문)을 지나 용암문,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 청수동암문, 부왕동암문, 가사당암문을 거쳐 중성문, 대서문, 수문지에서 마무리하는 코스로 14성문을 걷기로 했다.
이번 종주산행의 첫 목적지인 서암문. [사진 하만윤] |
북한산성탐방 지원센터에서 왼쪽으로 나 있는 둘레길을 따라 원효봉으로 향하다 보면 처음 산성과 맞닿아 있는 서암문을 만나게 된다. 곧이어 원효봉에 오른다. 땀도 식힐 겸 앉아 쉬며 바라본 북한산의 정상 백운대의 풍경은 그야말로 위풍도 당당하다.
조금 내려가 북문을 지나고 한참을 더 내려가 다시 백운대쪽으로 오른다. 길을 내려가 다시 오르려니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이럴 땐 달리 방법이 없다, 쉬엄쉬엄 걷는 수밖에. 다행히 이 코스만 오르면 더 이상 숨을 헐떡일 정도로 힘든 길은 없다.
백운대 초입에서 위문으로 불리던 백운봉암문을 만난다. 성문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이 암문은 백운대 정상을 앞두고 등산객들이 항상 쉬어 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암문 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앞으로의 길은 산성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하되 풍경을 충분히 감상하며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수월하다.
북한산 주능선에서 바라본 산성. 오랜 세월에도 자태가 한없이 늠름하다. [사진 하만윤] |
북한산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치른 뒤 조선 숙종 때, 둘레 7620보(3716m)의 석성으로 완성된다. 시작은 132년 백제시대 개루왕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북한산성은 고구려의 남진을 막는데 제몫을 했으며 근초고왕 때에는 백제 북진정책의 중심요새가 된다. 이후 백제는 고구려 장수왕에게 북한산성을 함락당해 수도를 위례에서 웅진성으로 옮긴다.
신라는 진흥왕 때에 북한산성을 차지하고 순수비를 북한산 비봉에 세운다. 고려시대에는 거란의 침입에 대비해 성을 증축하고 이후 몽골군과 격전을 벌이기도 한다. 지금은 숙종 때 석성으로 축성된 것만 남아있으니 삼국시대 토성의 흔적은 찾을 길이 없다. 축성 이후 한 번도 전쟁을 겪지 않은 석성은 긴 역사에도 늠름한 자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백운동 암문에서 용암문으로 가는 길에 만난 노적봉. 산은 이미 가을로 물들기 시작했다. [사진 하만윤] |
백운봉암문을 지나 인수봉 다음으로 큰 암장인 노적봉을 돌아 30여 분 걸으면 용암문을 만난다. 이곳부터는 산성의 주능선이다. 다시 30여 분을 걸으면 동장대에 다다른다. 장대는 전쟁시 군사 지휘가 용이한 높은 곳에 돌로 쌓은 장군의 지휘소다. 남장대와 북장대는 소실된 채 터만 남아있는 반면 동장대는 복원됐다. 다만 원래 모습과 다르게 복원된 게 아쉽다.
북한산성 동장대(왼쪽). 예전과 비교하면 원래 모습(오른쪽)과 다르게 복원됐음을 알 수 있다. [사진 하만윤] |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산성의 주능선을 따라 다시 걷는다.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 청수동암문까지 내처 달렸다. 청수동암문에서 남장대로 가기 전에 오른쪽 아랫길로 잠시 빠져 남장대지로 접어들어도 좋다. 찾는 이가 드물어 호젓한데다, 북한산의 비경인 의상능선과 비봉능선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조망장소가 있다. 능선의 아름다움을 만끽한 다음 다시 남장대로 돌아 나와 걸으면 그 길이 의상능선이다.
남장대터에서 바라본 북한산 백운대. [사진 하만윤] |
나한봉, 나월봉을 지나면 부왕동암문에 이르고 증취봉, 용혈봉, 용출봉을 지나면 가사당암문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필자는 의상봉으로 향하지 않고 국녕사로 가는 길로 내려선다. 산성을 축성할 때 산성 수비를 위해 사명대사가 10개의 호국 사찰을 창건했다고 전하는데, 그중 한 곳이 국녕사다.
국녕사를 지나 산으로 다시 오르면 중성문에 들르게 된다. 북한산성을 축성한 다음 해에 대서문이 있는 서북 방향이 평지라 적의 침략에 취약하다는 것을 염려한 숙종이 성안에 겹쳐 성을 쌓은 것이 중성이며 이 성의 문 이름이 중성문이다.
북한산성의 중심문인 대서문에서 급히 단체사진을 찍는다. [사진 하만윤] |
중성문을 지나 30여 분 내려오면 북한산성의 중심인 대서문을 만난다. 북한산성 성문 중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해 있으나 실질적으로 산성의 주출입구 역할을 하는 문이다. 아치형의 홍예문이 유려하고도 시원스럽다. 아침 일찍 시작한 산행은 대서문에 다다르니 어느 덧 해가 뉘엿뉘엿 지는 일몰시간이 된다. 서둘러 단체사진을 찍고는 이번 산행의 마지막인 수문터에 들른다.
대서문에서 수문까지의 거리는 약 1.5km. 수문터는 소실된 곳이라 길을 잘 찾아 접어들어야 한다. 수문터를 지나 산행의 출발지인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로 다시 돌아오면 16km 정도인 이번 산행의 종지부를 찍게 된다.
성문마다 본인 인증을 하면 산성 입구 북한산성 방문자센터에서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 [사진 산처럼] |
북한산성 14성문 종주의 매력은 역사의 한가운데를 뚜벅뚜벅 걷는다는 데 있다. 삼국시대 토성의 흔적은 간 곳 없으나 바람으로, 이슬로 석성 마디마디에 박혔을 것이며, 전쟁을 겪진 않았으나 호국 산성으로 제몫을 톡톡히 한 석성은 묵묵히 지켜본 민초들의 삶을 마디마디에 새겼을 것이다. 치열한 역사의 증인으로 늠름하게 있는 그 현장을 한걸음씩 디뎌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원효봉을 들머리로, 대서문과 수문터를 날머리로 산행은 진행됐다. 총 거리 16.6km, 총 소요 시간 9시간 10분. [사진 하만윤] |
하만윤 7080산처럼 산행대장 roadinm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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