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순자산 5억 이상 자녀, 3.1억 지원받아…집· 결혼자금이 대부분
부모에게 자금지원받아도 소비 크게 안 늘어
증여세 완화해도 자산이전 촉진은 미지수
상속-증여 세부담 유사하게 제도 개선해야
【세종=뉴시스】이예슬 기자 = 순자산 5억원 이상의 부모를 둔 자녀는 3억원 이상의 자금을 부모로부터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주택자금과 결혼자금이 약 2억7000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부모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더라도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여서 소비 진작을 이유로 세대 간 자산이전을 촉진시키고자 상속·증여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16일 오종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 '상속·증여세제가 부의 축적과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 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각각 250명씩을 대상으로 자산이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응답자들을 선별해 설문조사를 했다.
부모세대는 55세 이상에 순자산이 5억원 이상인 사람으로, 자녀세대는 30~45세로 부모의 순자산이 5억원 이상인 사람으로 구성됐다. 두 세대 모두 순자산 기준 5억~10억원이 100명, 10억~20억원이 100명, 20억원 이상이 50명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지원한 자금은 주로 주택 및 결혼 자금에 집중됐다. 자녀세대의 경우 평균적으로 약 3억1208만원을 부모로부터 지원받았는데 이 중 주택자금과 결혼자금이 2억7217만원으로 약 87.21%에 달했다. 부동산 또는 부동산 구입자금이 평균 1억8561억원으로 월등히 높았고 전월세 보증금으로 4391만원, 혼수·예물 등 결혼자금이 4265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부모세대의 경우 자녀에게 평균적으로 지원한 1억6240만원 중 주택자금과 결혼자금의 합이 1억2778만원으로 약 78.68%를 차지했다. 부동산을 직접적으로 이전하거나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한 자금으로 5130만원, 전월세 보증금을 위해 4145만원, 결혼자금으로 3503만원을 지원했다고 응답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로부터 자금지원을 받더라도 소비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증여의 세부담을 낮춰 한계소비성향(추가소득 중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이 높은 젊은층으로 세대 간 자산 이전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성을 얻기 힘든 지점이다.
자녀세대는 부모로부터 1억원을 이전받을 경우 향후 1년간 소비보다는 저축성 지출에 사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1억원 중 소비에는 평균적으로 1261만원을 지출하고 저축 및 투자에는 5293만원, 부채상환으로 1750만원을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상속·증여세를 납부하는 계층은 주로 고자산가들인만큼 이들의 자녀 역시 상대적으로 자산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고소득·고자산가일수록 이미 돈을 충분히 쓰고 있기 때문에 한계소비성향은 상대적으로 낮다.
증여세를 완화하더라도 고령층에서 젊은층으로 자산이전이 촉진될지는 미지수다. 증여세제의 직계존속 공제 금액을 현행 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하더라도 향후 5년간 자산이전의 증가는 평균 2243만원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증여세 공제규모의 확대가 실질적으로는 증여세제를 현실화하는 효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오 부연구위원은 "현실에서 주거비용과 결혼자금을 부모로부터 지원받으면서 증여세를 신고·납부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세관청에서도 30세 이상의 가구주가 2억원 이하의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일반적으로 자금출처를 조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증여세제의 공제규모를 확대해 상속과 증여 간 세부담 격차가 작아지면 자산이전 시기가 빨라지면서 전체적 이전 규모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일한 자산이전이면 일반적으로 상속보다 증여의 세부담이 더 높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에게 자산을 이전할 경우 상속가액 5억원까지는 세부담이 없지만 증여가액이 5000만원을 초과하면 세부담이 발생한다.
오 부연구위원은 "자산이전의 시기가 다르다는 이유로 세부담이 달라지면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이전 행위에 왜곡이 발생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수 있다"며 "상속과 증여의 세부담이 유사해지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ashley85@newsis.com
<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증여세 완화해도 자산이전 촉진은 미지수
상속-증여 세부담 유사하게 제도 개선해야
【세종=뉴시스】이예슬 기자 = 순자산 5억원 이상의 부모를 둔 자녀는 3억원 이상의 자금을 부모로부터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주택자금과 결혼자금이 약 2억7000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부모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더라도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여서 소비 진작을 이유로 세대 간 자산이전을 촉진시키고자 상속·증여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16일 오종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 '상속·증여세제가 부의 축적과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 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각각 250명씩을 대상으로 자산이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응답자들을 선별해 설문조사를 했다.
부모세대는 55세 이상에 순자산이 5억원 이상인 사람으로, 자녀세대는 30~45세로 부모의 순자산이 5억원 이상인 사람으로 구성됐다. 두 세대 모두 순자산 기준 5억~10억원이 100명, 10억~20억원이 100명, 20억원 이상이 50명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지원한 자금은 주로 주택 및 결혼 자금에 집중됐다. 자녀세대의 경우 평균적으로 약 3억1208만원을 부모로부터 지원받았는데 이 중 주택자금과 결혼자금이 2억7217만원으로 약 87.21%에 달했다. 부동산 또는 부동산 구입자금이 평균 1억8561억원으로 월등히 높았고 전월세 보증금으로 4391만원, 혼수·예물 등 결혼자금이 4265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부모세대의 경우 자녀에게 평균적으로 지원한 1억6240만원 중 주택자금과 결혼자금의 합이 1억2778만원으로 약 78.68%를 차지했다. 부동산을 직접적으로 이전하거나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한 자금으로 5130만원, 전월세 보증금을 위해 4145만원, 결혼자금으로 3503만원을 지원했다고 응답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로부터 자금지원을 받더라도 소비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증여의 세부담을 낮춰 한계소비성향(추가소득 중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이 높은 젊은층으로 세대 간 자산 이전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성을 얻기 힘든 지점이다.
자녀세대는 부모로부터 1억원을 이전받을 경우 향후 1년간 소비보다는 저축성 지출에 사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1억원 중 소비에는 평균적으로 1261만원을 지출하고 저축 및 투자에는 5293만원, 부채상환으로 1750만원을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상속·증여세를 납부하는 계층은 주로 고자산가들인만큼 이들의 자녀 역시 상대적으로 자산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고소득·고자산가일수록 이미 돈을 충분히 쓰고 있기 때문에 한계소비성향은 상대적으로 낮다.
증여세를 완화하더라도 고령층에서 젊은층으로 자산이전이 촉진될지는 미지수다. 증여세제의 직계존속 공제 금액을 현행 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하더라도 향후 5년간 자산이전의 증가는 평균 2243만원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증여세 공제규모의 확대가 실질적으로는 증여세제를 현실화하는 효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오 부연구위원은 "현실에서 주거비용과 결혼자금을 부모로부터 지원받으면서 증여세를 신고·납부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세관청에서도 30세 이상의 가구주가 2억원 이하의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일반적으로 자금출처를 조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증여세제의 공제규모를 확대해 상속과 증여 간 세부담 격차가 작아지면 자산이전 시기가 빨라지면서 전체적 이전 규모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일한 자산이전이면 일반적으로 상속보다 증여의 세부담이 더 높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에게 자산을 이전할 경우 상속가액 5억원까지는 세부담이 없지만 증여가액이 5000만원을 초과하면 세부담이 발생한다.
오 부연구위원은 "자산이전의 시기가 다르다는 이유로 세부담이 달라지면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이전 행위에 왜곡이 발생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수 있다"며 "상속과 증여의 세부담이 유사해지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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