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商道)[김종철 기자의 퓨전 리더쉽&롤모델]
사실 좀 속이 상했다. 고집스럽게 간직하려고 했던 인간에 대한 믿음이 훼손됐기에 더욱 그렇다. 대략 사정은 이렇다. 최근 지인들과 함께 노량진수산시장에 다녀왔다.
모처럼 제철에 먹는 해산물을 그 곳 상인에게 사서 근처 음식점으로 갖고 들어갔다. 담소도 나누면서 먹을 땐 즐거웠는데, 막상 모임을 끝내고 나서 계산을 하려니 기분이 영 떨떠름하다. 음식점 주인은 자릿세 9천원에, 수산물 1kg당 요리비용으로 7천원 씩을 달라고 한다. 특별히 요리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솥단지에 찌는 방식이었는데 자릿세를 포함해 원재료 가격에 버금가는 돈을 받으니 바가지, 즉 폭리(暴利)가 분명했다. 거기에 주류값도 일반 음식점보다 비쌌다. 명색이 대한민국의 유명한 도매시장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사람을 약올릴 수 있을까? 그들도 손님들의 항의가 잦았는지 가격표를 어느 곳에 붙여 놨다며 궁색한 해명을 했다.
다음날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노량진 수산시장의 공정성을 다루는 감사실에 전화를 했다.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분명히 잘못된 상행위"라고 지적하면서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고 시정 조치에 나서겠다고 한다. 역시 이런 해프닝을 출근 길에 회사 동료에게 언급했더니 바로 XX소리가 나왔다. 이 분도 공감을 했다는 뜻이리라. 흔히 정부에서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관광산업을 꼽고 있다. 그러나 겉보기와 달리 국민들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행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몇 개월 전에도 항구도시인 전남 목포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역시 신선한 해산물을 먹으러 횟집에 들어갔는데 가격표를 훑어보니 선뜻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기분 내키는데로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지갑을 열기가 녹록지 않았다. 사람들은 대개 지방에 가면 비용도 저렴하면서 음식도 푸짐하게 나오길 기대하는데 오히려 서울보다 비싼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과거에는 주머니 부담이 적은 상태에서도 푸짐함과 정겨움을 느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농·산·어촌 곳곳에 황금만능주의가 너무도 많이 스며 들었다. 물론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장사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갈수록 인정(人情)이 메말라간다는 느낌이다. 오히려 관광객들은 '바가지 상술(商術)'에 당했다는 억울함에 여행 분위기를 망치는 사례가 허다하다.
내국인도 이러할진데 머나먼 타국에서 온 외국인관광객들은 얼마나 더 바가지 상술에 시달릴까? 단언컨대 고객서비스를 우선시하는 문화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관광산업에는 미래가 없다. 그저 외국인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해 저가에 대거 입국시켜 싸구려 관광을 유도하고 수익을 올리는 데만 급급해 쇼핑관광에 열을 올린다면 우리나라의 관광미래는 불보듯 뻔하다. 더욱이 관광분야 종사자들이 ‘나는 바가지를 씌워도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자세를 버리지 않는다면 다시는 외국인들이 찾아오지 않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결과가 빚어질 것임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그동안 전반적인 지구촌 경제가 활력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저물가 현상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는 경제라는 물소리가 ‘콸콸’이 아닌 ‘졸졸’ 상태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경제여건을 가늠해볼 수 있는 핵심적인 지표로 여겨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고물가가 유지되는 것도 나쁘지만, 저물가 현상이 이어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 이유는 경기 상황이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디플레이션은 경기침체 속에 고물가가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달갑지 않다. 무엇보다 여기 저기서 서민들의 곡(哭)소리가 들려올 것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이달 1일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를 기록했다. 그러자 관계당국이나 경제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추이를 보면 지난해 12월 0.8%로 떨어진 이후 올해 2월에는 0.5%로 하락했고, 3~4월에는 0.4%로 더 내려갔다. 그리고 5월에 0.5%로 다소 올라선 뒤 10월 0.9%, 11월엔 마침내 1%를 찍으면서 경기회복 신호 조짐을 보였다. 그런데, 전문가 시각에서 보면 나름 설득력이 있는 지표이지만, 반면에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와는 너무도 상이한 괴리감을 드러낸다.
다음은 최근 보도된 일부 언론의 물가와 관련된 기사 제목들이다. ‘금값된 양파·쇠고기…올해 장바구니 물가 고공행진’, ‘소주에 LPG까지 인상…장바구니 물가 비상’, ‘ 최악 가뭄에 채소값 '껑충'…무거운 장바구니 물가’. 대부분 매스컴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체감물가가 매우 높다며, 통계청이 발표하는 자료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대로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대를 유지하다가 지난달에야 고작 1%선을 회복하는데 그쳤다. 반면에 일상에서 자주 먹는 돼지고기와 쇠고기는 평균 오름폭이 8~12%선에 달했고, 배추와 양파 같은 농산물은 작황상태에 따라 훨씬 큰 폭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소주 가격도 최근에 5~6% 올랐고, 조만간 맥주와 라면 등도 인상 채비를 갖추고 있다. 공공요금 역시 위험요소가 있기는 마찬가지.
종종 식료품점에 들어가면 과자류나 스낵류 등의 가격이 매우 비싸졌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제과업체는 물가를 올리지 않았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봉지에 바람만 불어넣어 부피만 키우거나 아예 내용물의 크기를 작게 만들어 이익을 늘리는 꼼수(?)도 부린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배신감과 허탈감에 빠지게 된다. 아무리 이윤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이렇게 상도(商道)가 삐뚤어졌는지….
주택가나 학교 앞에서 파는 음식들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즐겨 찾는 오뎅이나 떡볶이, 김밥 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 이들 먹거리에 대해선 원래부터 다른 상품에 비해 절대적인 가격이 낮다며 성큼성큼 올리는데, 적당주의와 대충주의가 만들어낸 폭리이자 엉터리다. 예를 들어 그저 계산하기 쉽다고 500원 짜리를 700원으로 올리고 700원 짜리를 1000원으로 인상하는데, 오름폭으로 따지면 무려 40% 이상 급등시킨 셈이 된다. 당연히 물가를 올리려면 적정한 기준을 정해서 진행해야 함에도 그냥 주머니가 가벼운 푼돈(?)이라고 여기면서 너무도 쉽게 인상폭을 결정한다. 결국 작은 부분이라고 해서 소중히 여기지 못하면 ‘신뢰성 훼손’이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이는 소비자들이 발길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한 지인은 노량진수산시장의 사례를 들려주자 본인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다시 가기가 꺼려진다며, 그릇된 ‘바가지 상술’을 거듭 비판했다.
다음날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노량진 수산시장의 공정성을 다루는 감사실에 전화를 했다.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분명히 잘못된 상행위"라고 지적하면서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고 시정 조치에 나서겠다고 한다. 역시 이런 해프닝을 출근 길에 회사 동료에게 언급했더니 바로 XX소리가 나왔다. 이 분도 공감을 했다는 뜻이리라. 흔히 정부에서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관광산업을 꼽고 있다. 그러나 겉보기와 달리 국민들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행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몇 개월 전에도 항구도시인 전남 목포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역시 신선한 해산물을 먹으러 횟집에 들어갔는데 가격표를 훑어보니 선뜻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기분 내키는데로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지갑을 열기가 녹록지 않았다. 사람들은 대개 지방에 가면 비용도 저렴하면서 음식도 푸짐하게 나오길 기대하는데 오히려 서울보다 비싼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과거에는 주머니 부담이 적은 상태에서도 푸짐함과 정겨움을 느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농·산·어촌 곳곳에 황금만능주의가 너무도 많이 스며 들었다. 물론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장사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갈수록 인정(人情)이 메말라간다는 느낌이다. 오히려 관광객들은 '바가지 상술(商術)'에 당했다는 억울함에 여행 분위기를 망치는 사례가 허다하다.
내국인도 이러할진데 머나먼 타국에서 온 외국인관광객들은 얼마나 더 바가지 상술에 시달릴까? 단언컨대 고객서비스를 우선시하는 문화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관광산업에는 미래가 없다. 그저 외국인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해 저가에 대거 입국시켜 싸구려 관광을 유도하고 수익을 올리는 데만 급급해 쇼핑관광에 열을 올린다면 우리나라의 관광미래는 불보듯 뻔하다. 더욱이 관광분야 종사자들이 ‘나는 바가지를 씌워도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자세를 버리지 않는다면 다시는 외국인들이 찾아오지 않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결과가 빚어질 것임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그동안 전반적인 지구촌 경제가 활력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저물가 현상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는 경제라는 물소리가 ‘콸콸’이 아닌 ‘졸졸’ 상태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경제여건을 가늠해볼 수 있는 핵심적인 지표로 여겨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고물가가 유지되는 것도 나쁘지만, 저물가 현상이 이어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 이유는 경기 상황이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디플레이션은 경기침체 속에 고물가가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달갑지 않다. 무엇보다 여기 저기서 서민들의 곡(哭)소리가 들려올 것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이달 1일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를 기록했다. 그러자 관계당국이나 경제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추이를 보면 지난해 12월 0.8%로 떨어진 이후 올해 2월에는 0.5%로 하락했고, 3~4월에는 0.4%로 더 내려갔다. 그리고 5월에 0.5%로 다소 올라선 뒤 10월 0.9%, 11월엔 마침내 1%를 찍으면서 경기회복 신호 조짐을 보였다. 그런데, 전문가 시각에서 보면 나름 설득력이 있는 지표이지만, 반면에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와는 너무도 상이한 괴리감을 드러낸다.
다음은 최근 보도된 일부 언론의 물가와 관련된 기사 제목들이다. ‘금값된 양파·쇠고기…올해 장바구니 물가 고공행진’, ‘소주에 LPG까지 인상…장바구니 물가 비상’, ‘ 최악 가뭄에 채소값 '껑충'…무거운 장바구니 물가’. 대부분 매스컴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체감물가가 매우 높다며, 통계청이 발표하는 자료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대로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대를 유지하다가 지난달에야 고작 1%선을 회복하는데 그쳤다. 반면에 일상에서 자주 먹는 돼지고기와 쇠고기는 평균 오름폭이 8~12%선에 달했고, 배추와 양파 같은 농산물은 작황상태에 따라 훨씬 큰 폭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소주 가격도 최근에 5~6% 올랐고, 조만간 맥주와 라면 등도 인상 채비를 갖추고 있다. 공공요금 역시 위험요소가 있기는 마찬가지.
종종 식료품점에 들어가면 과자류나 스낵류 등의 가격이 매우 비싸졌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제과업체는 물가를 올리지 않았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봉지에 바람만 불어넣어 부피만 키우거나 아예 내용물의 크기를 작게 만들어 이익을 늘리는 꼼수(?)도 부린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배신감과 허탈감에 빠지게 된다. 아무리 이윤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이렇게 상도(商道)가 삐뚤어졌는지….
주택가나 학교 앞에서 파는 음식들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즐겨 찾는 오뎅이나 떡볶이, 김밥 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 이들 먹거리에 대해선 원래부터 다른 상품에 비해 절대적인 가격이 낮다며 성큼성큼 올리는데, 적당주의와 대충주의가 만들어낸 폭리이자 엉터리다. 예를 들어 그저 계산하기 쉽다고 500원 짜리를 700원으로 올리고 700원 짜리를 1000원으로 인상하는데, 오름폭으로 따지면 무려 40% 이상 급등시킨 셈이 된다. 당연히 물가를 올리려면 적정한 기준을 정해서 진행해야 함에도 그냥 주머니가 가벼운 푼돈(?)이라고 여기면서 너무도 쉽게 인상폭을 결정한다. 결국 작은 부분이라고 해서 소중히 여기지 못하면 ‘신뢰성 훼손’이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이는 소비자들이 발길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한 지인은 노량진수산시장의 사례를 들려주자 본인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다시 가기가 꺼려진다며, 그릇된 ‘바가지 상술’을 거듭 비판했다.
조선시대 최고의 거상(巨商)으로 알려진 임상옥은 ‘계영배(戒盈杯)’를 평생의 정신적 지주로 삼았다고 한다. ‘계영배’는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서 만든 술잔으로, 그 이름처럼 ‘넘침’을 경계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즉 술잔의 70% 이상을 채우면 잔에 담긴 술이 모두 밑으로 흘러내리게 되는데, 적당한 음주를 권하면서 과음으로 인한 폐해를 경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욕심을 부린다는 것은 생활의 활력소이자 일에 대한 추진력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권장할 만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부족함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혹자는 노량진수산시장의 고질병(?)에 대해 당연하다거나 또는 너무 작은 부분을 지적한다고 꼬집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모든 게 기본을 지키는데서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작은 장사’나 ‘큰 장사’나 소비자의 믿음을 먹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끝없는 욕심은 삼가야 하고, 그런 점에서 과(過)함을 경계하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더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김종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결론적으로 욕심을 부린다는 것은 생활의 활력소이자 일에 대한 추진력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권장할 만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부족함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혹자는 노량진수산시장의 고질병(?)에 대해 당연하다거나 또는 너무 작은 부분을 지적한다고 꼬집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모든 게 기본을 지키는데서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작은 장사’나 ‘큰 장사’나 소비자의 믿음을 먹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끝없는 욕심은 삼가야 하고, 그런 점에서 과(過)함을 경계하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더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김종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BLOG | 名品코리아 財tech story http://myhyun2004.blog.me/ |
연락처 | Mobile : 010-3346-6600 E-mail : myhyun2004@naver.com |
'★★☆지식충전소☆★★ > ※자기 계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년만 미치는 48가지 방법> (0) | 2017.04.10 |
---|---|
[시간 경영법 20가지] (0) | 2017.04.10 |
리더의 대화지능 3단계[김인수 기자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 (0) | 2017.02.20 |
하루 15분 투자로 인생을 바꾸는 '정리의 기술' (0) | 2016.10.20 |
□■사람들을 사로잡는, 대화의 기술 4가지 법칙□■ (0) | 2016.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