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쭉하고 구수한 가을(추어탕) 맛에 반하다
가을이 제철, 남원 추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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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할매추어탕’ 추어탕. 곱고 진한 국물이 텁텁하지 않고 구수하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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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이, 가을에, 더 맛있다
아무리 곱게 미꾸라지를 갈았다 하더라도 추어탕을 먹다 보면 까끌까끌한 가루 같은 것이 혀에서 느껴지거나 이 사이에 끼게 마련이다. 하지만 남원 '원조삼대할매추어탕'집 추어탕은 그러지 않았다. 걸쭉한 국물이 크림처럼 매끄러웠다. 미꾸라지와 들깻가루, 된장이 만나 뿜어내는 구수한 감칠맛만 입안에 남았다. 전라도에서 '젠피'라고도 부르는 향신료 초피가루를 뿌리자 환하게 매운맛이 추어탕의 맛을 산뜻하게 끌어올린다.
이 식당 주인이자 남원추어요리협회 유해조(56) 회장은 "남원 추어탕은 미꾸라지가 다르다"고 말했다. "중국산 미꾸라지로 끓이는 곳은 다행이죠. 심지어 미꾸라지 분말을 쓰는 식당도 있당께? 중국산은 뼈가 억셀 뿐 아니라 살도 거칠어요. 아무리 끓이고 갈아도 부드럽지 않아요. 반면 자연산은 살이 싹 녹아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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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통통하게 오른 가을 미꾸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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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에는 여전히 자연산을 쓰는 추어탕집이 많다. 섬진강 지류가 복잡하게 엉켜있어 미꾸라지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할매추어탕에서는 한겨울 두어 달을 제외하고는 자연산 미꾸라지를 사용한다. 양식이라도 남원에서 양식한 미꾸라지는 다르다고 유 회장은 주장했다. "남원시 기술센터가 알을 부화시킨 미꾸라지 치어(稚魚)를 양식 농가에 거의 원가에 나눠줍니다. 남원 추어탕집에서는 거의 이걸 사용합니다. 중국에서 5㎝ 정도 키워서 국내로 들여와 양식한 걸 '이식 미꾸라지'라고 부르는데, 차이가 확연하죠."
이제는 대부분 지역에서 자연산 미꾸라지는 보기 힘들어졌고 양식 미꾸라지로 끓인 추어탕이 대세가 됐다. 양식 미꾸라지로 만드는 추어탕이라도 가을에 먹어야 좋을까? 유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아무리 양식을 하더라도 미꾸라지는 본연의 습성을 가지고 있어요. 똑같이 양식해도 가을에 더 살이 붙고 맛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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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숙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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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식·원주식·경북식도 있다
추어탕은 크게 남원·서울·원주·경북식으로 나뉜다. 전라도 음식이 전국을 평정했듯, 추어탕도 남원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흔히 아는, 미꾸라지를 갈아 넣은 구수하고 걸쭉한 추어탕이 바로 남원식이다. 된장으로 양념하고, 우거지에 파, 들깨 등이 들어가고 부추와 초피가루를 곁들인다.
인구 8만여 명에 불과한 남원에 추어탕집이 40여 곳이나 된다. 이 중 26집이 추어요리협회에 속해 있다. 추어요리협회 소속 식당에서는 국내산 미꾸라지만을 쓴다. 가장 오래된 집은 1959년 문 연 '새집추어탕'과 '할매추어탕'이다. "추어탕삼거리 다리 옆에서 두 분이 천막 쳐 놓고 추어탕을 팔았죠. '친절식당'도 원래 주인이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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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튀김. 깻잎에 싸기도 하고 그냥 튀김옷만 입혀 튀기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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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거동 추어탕 거리 부근에 몰려 있다. '할매추어탕'(063-632-0535), '부산집'(063-632-7823), '새집식당'(063-625-2443), '합리추어탕'(063-625-3356), '현식당'(063-626-5163), '친절식당'(063-625-5103) 등 추어탕집별 솜씨가 막상막하다.
서울에선 다른 지역과 달리 추어탕이라 하지 않고 '추탕(鰍湯)'이라 부른다. 추탕은 미꾸라지를 갈지 않고 통째로 넣는 점이 추어탕과 가장 큰 차이다. 미꾸라지를 갈지 않아 국물이 맑고 덜 텁텁하다. 양지나 내장 등 쇠고기로 국물을 내고 미꾸라지를 더한 다음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양념해 육개장처럼 얼큰하다. 두부와 유부, 버섯이 들어가는 점도 특징이다.
남원식 추어탕에 밀려 서울에서도 서울식 추탕 맛보기 힘들어졌다.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기도 하지만, 손님 취향대로 갈아주기도 한다. 용두동 '곰보추탕'(02-928-5435)과 통인동 '용금옥'(02-777-4749), '형제추어탕'(02-919-4455)이 서울식 추탕의 명맥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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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추어요리협회 회장이자 할매추어탕집 주인 유해조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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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식 추어탕은 과거 여름 물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끓여 먹던 어죽 비슷하다. 고추장으로 간하고, 한 그릇씩 뚝배기에 담아 내지 않고 솥에 끓여 떠먹는다. 수제비를 떠 넣기도 한다. 강원도답게 감자가 빠지지 않는다. 깻잎과 버섯, 미나리가 들어가는 점도 다른 지역과 다르다. '원주복추어탕'(033-763-7987), '장터추어탕'(033-735-2025), '토정추어탕'(033-731-9354)을 많이 찾는다.
경북 지역 추어탕은 미꾸라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강에서 잡히는 여러 민물 생선을 두루 쓴다. 된장으로 간을 하고 생선을 삶아 으깬다는 점은 남원과 같지만, 우거지 대신 시래기를 쓰고 들깨를 넣지 않아 투박하면서도 개운하다.
경북 청도에는 이름난 추어탕집이 둘 있다. '역전추어탕'(054-371-2367), '청도추어탕'(054-371-5510)이다. 대구 '상주식당'(053-425-5924)은 자연산 미꾸라지와 재래종 조선 배추가 나지 않는 1월부터 2월 말까지 문을 닫는다.
'밑이 구리다'에서 '미꾸라지'로… 양반들, '방귀 뀐다' 생각해 추어탕 안 먹어
미꾸라지를 뜻하는 한자 추(鰍)는 물고기(魚)와 가을(秋)을 합친 모양이다. 미꾸라지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면 겨울을 대비해 몸집을 불리고 영양분을 축적하기 때문이다. 가을걷이가 끝난 농가에서는 예전부터 살찐 가을 미꾸라지를 잡아 구수하게 탕을 끓여 보양 절식(節食)으로 즐겼다.
서민의 음식이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은 “미꾸라지를 성균관 부근 관노들과 백정들이 즐겨 먹는다”고 기록했다. 점잖은 양반들은 추어탕을 먹지 않았다. 미꾸라지의 어원은 ‘밑이 구리다’이다. 들이마신 공기를 항문으로 내보내는 것을 옛 사람들은 방귀를 뀐다고 생각했다. 요즘 추어탕이 예전만 못한 건 미꾸리로 끓이지 않아서라고 아쉬워하는 어르신들도 있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비늘 없이 미끌미끌하고 입가에 작은 수염이 달려 있고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청갈색을 띤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미꾸리는 몸통이 둥그렇고 미꾸라지는 납작하다는 차이가 있다. 요즘 추어탕집에서 미꾸라지를 쓰는 것은 더 빨리 자라기 때문이다.
유 회장은 “미꾸리건 미꾸라지건 15㎝는 돼야 음식에 쓸 수 있는데, 미꾸라지는 1년 내외면 되지만 미꾸리는 2년 가까이 걸린다”며 “하지만 자연산이든 제대로 양식한 것이든 맛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고 했다.
[남원=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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