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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 리더십[김종철 기자의 퓨전 리더십&롤모델]

 절실 리더십[김종철 기자의 퓨전 리더십&롤모델]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나간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고개를 숙인 채 귀국했다. 국민적 성원 속에 세계 8강을 목표로 야심찬 장도에 올랐지만, 16강에도 오르지 못하고 예선에서 탈락했기에 상실감과 충격이 오래 갈 듯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 부진의 원인으로 세계 흐름에 뒤떨어진 전술적 낙오와 축구협회의 소홀한 준비, 허술한 경기 전략, 부적절한 선수교체 타이밍, 감독과 선수간 의리 논란 등 여러 원인을 들고 있지만, 이구동성으로 선수들의 정신력이 예전만 못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002년 월드컵 4강이나 2012년 런던올림픽 3위 등의 쾌거를 이룩할 때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해외 언론은 “객관적으로 우세한 상대를 꺾은 한국의 최대 경쟁력은 바로 병역혜택”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브라질에서는 그런 나침반이 희미해졌기에 예전만큼 투혼이 살아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08, 2012)을 연달아 제패한 스페인은 티키타카(탁구공이 끊임없이 오가는 것처럼 세밀한 패스축구를 구사)로 세계 축구 역사를 다시 쓴 팀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우승 0순위로 꼽힐 정도로 주목을 받았지만, 네덜란드와 칠레에 잇따라 무너지며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프리메라리가 등 세계 최고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과 두터운 선수층, 조직적인 전술 등으로 무장해 다시 왕관을 차지하려 했지만, 안일한 대응이 실패를 가져왔다. 이미 그들은 오래 써 먹은 전략이 상대팀들에 완전히 간파당했지만, 새로운 변형보다 기존 시스템을 고수하고 나이 먹은 선수들을 고집했다. 물론 일부 변화도 꾀했을 터이지만, 결국 핵심 메뉴가 똑같았기에 손에 쥔 패를 보여준 채 도박을 벌인 셈이 됐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과거에 비해 목표의식이 흐려졌다는 점. 수년간 굵직한 국제대회를 석권하다보니 승리에 대한 굶주림이 부족했고, 정신력마저 흐트러졌다. 우승을 당연시할 뿐 그에 따른 치밀한 전략이나 노력, 절실함이 떨어져 제대로 총력전을 펴지 못한 것이다.

우리 속담에 ‘궁(窮)하면 통(通)한다’는 말이 있다. 매우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이르면 오히려 젖먹던 힘까지 발휘해 위기를 돌파할 길을 모색하게 되는데, 인간은 어쩌면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초인적인 힘이 나오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흔히 고양이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동물인 쥐도 막다른 곳에 몰리면 죽기 살기로 덤빈다고 하지 않던가.

너무나도 유명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신경영 스토리. 1994년 당시 삼성 가전제품은 해외 매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고, 무선전화기 사업부의 시장불량율은 무려 11.8%에 달했다. 이 회장은 “소비자한테 돈 받고 물건 파는데 불량품 내놓고 파는 게 미안하지도 않습니까?”라고 임직원들을 호되게 질책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에게 무조건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고 수거된 15만대, 150억여원어치 전량을 전 임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폐기처분했다. 그래도 국내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던 삼성인들이 한 방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듬해 3월 다시는 불량제품을 만들지 않겠다는 결의대회가 경북 구미 사업장에서 열렸고, 이때부터 ‘품질의 삼성’으로 거듭나 오늘날 세계 초우량 기업으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됐다.

글로벌 기업으로 명함을 내밀며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아오고 있는 중국의 가전업체 하이얼. 그러나 이 회사는 30년 전에는 그야말로 골치덩어리에 불과했다. 주력으로 내세우던 냉장고는 품질이 엉망이었고, 나날이 적자가 쌓여 폐업을 앞두고 있었다. 직원들은 패배주의에 젖어 중국 정부의 공장 폐쇄 날짜만을 기다리는 비참한 신세였다. 그러던 1985년 어느날, 장루이민이라는 무명의 과장급 직원이 공장장으로 부임한다. 그는 고민 끝에 정신이 번쩍들만한 충격요법을 쓰기로 한다.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던 12월의 어느날, 전체 임직원들을 모은 뒤 큰 목소리로 외친다. “우리는 스스로를 속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추잡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고. 소비자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이런 제품이 존재하면 스스로에게도 욕을 먹게 됩니다.” 직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들지 못했고, 그는 풀이 죽은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더욱 격하게 지독한 말을 퍼붇는다.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고,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이 상황에서 영원히 패배자로 전락하겠습니까? 아니면 세계 일류기업의 직원이 되겠습니까? 1등이 되려거든 나를 따라 함께 망치를 드십시오.”

장루이민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망치를 집어 들었고, 그 앞에 놓여 있던 냉장고들을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처음엔 머뭇거리던 직원들도 하나 둘 앞으로 나와 사정없이 망치를 휘둘렀고, 일렬로 세워져 있던 냉장고들은 순식간에 고철 덩어리로 변했다. 그들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고, 이때부터 정신력을 다잡는 계기가 된다. 이후 하이얼은 불과 몇 년도 안 지나 중국에서 가장 품질이 뛰어난 냉장고 회사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당시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을 내세우며 중국을 경제강국으로 키우려고 동분서주하던 덩샤오핑 국가 주석은 장루이민 공장장을 “자신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는 경영자”라고 추켜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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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삼성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한 청년의 성장 스토리가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4살 때 어머니가 갑자기 집을 나갔고, 형편이 어려워진 아버지는 “4학년이 되면 데리러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7살이던 아이를 보육원에 맡겼다. 하지만, 애타게 기다렸던 아버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그만 세상을 떠났다.

정신적 기둥을 잃어버린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보육원 형들의 괴롭힘이 싫어 혼자 자취를 시작했고 학교에서 급식으로 나오는 한 끼만 먹으며 하루를 버텼다. 끝없는 외로움에 빠진 그는 "너무 배가 고파서 꿈을 꿀 생각조차 못했고, 더 나빠질 게 없다는 심정으로 자취 생활 1년 만에 다른 보육원에 들어갔다. 하루 세끼를 먹게 되자 안정감을 찾았고, 비로소 꿈과 미래가 보였다. 집도 돈도 가족도 없던 내가 살아갈 길은 공부뿐이라는 생각에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지독하게 공부했다.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꿈과 목표를 갖게 됐다.” 마침내 그는 서울대 동물생명공학과에 당당히 들어갔고,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입사해 삼성그룹 토크 콘서트인 열정락서에서 많은 청중들을 눈물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우리는 위대한 인물이나 유명 기업가, 정치인, 예술가, 자수성가한 사람 등 족적을 남긴 분들의 발자취를 찾다보면 순탄함보다는 가시밭길을 걸어온 사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고통과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용기와 지혜를 발휘했고, 튼튼한 내공을 쌓아 큰 업적을 일궈냈다.

귀가 안 들리고 눈이 안 보이는 등 여러 신체적 장애를 지녔던 헬렌 켈러 여사는 웬만한 사람들은 내뿜지 못할 명언을 다수 남겼다.

‘고통의 뒷맛이 없으면 진정한 쾌락은 거의 없다.’ ‘역경에 대해서 하나님께 감사한다. 역경 때문에 나 자신과 일, 나의 하나님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정말 불행할 때, 세상에는 당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꼭 믿으십시오.’

시련 속에서 더욱 단단하고 위대해지는 인간. 무수한 맹수들이 우글거리던 원시시대부터 종족을 지키고 생존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절실함이 없었다면 과연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을까?

[김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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