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은 경ㆍ공매 시 우선변제권을 행사해 임차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우선변제권은 확정일자보다 후순위 권리에 우선하여 매각대금에서 변제를 받는 것이지 확정일자보다 앞선 권리보다도 우선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받았어도 다른 권리보다 우선변제 순위에서 밀리면 그 임차인은 임차보증금 전액 또는 일부를 변제받을 수 없게 된다. 확정일자제도가 임차인의 임차보증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고는 있지만 그리 적극적이지 못한 셈이다.
이와 달리 소액임차인에게 부여되는 최우선변제권은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과 같다. 소액임차인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기만 하면 소액임차인보다 선순위 또는 후순위 권리를 불문하고 그 권리보다 우선하여 보증금 중 일정액을 변제해주기 때문이다.
소액임차인보다 앞서 권리를 확보한 채권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를 해주는 결과 그 채권자의 기득권마저 해하는 제도가 바로 최우선변제권이다. 이로 인해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권 행사는 일반 임차인이 확정일자에 기해 우선변제를 받는 것보다 더 까다롭고 엄격한 요건을 갖출 것을 요하고 있다.
즉 소액임차인이라 해서 무조건 보증금 중 일정액을 변제해주는 것은 아니다. 임차인이 최우선변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액임차인이어야 한다. 소액임차인이 아닌 임차인은 확정일자에 기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최우선변제권은 행사할 수 없다.
소액임차인의 기준이 되는 임차보증금 범위 및 우선변제되는 일정액은 시대적 요청에 따라 점차 상향되어 왔다. 주택은 1984년 1월 1일 소액임차인 보호제도 시행 이래 최근 2016년 3월 31일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이 개정ㆍ시행되기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상향되었고, 상가건물은 2002년 11월 1일 시행 이래 2014년 1월 1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이 개정ㆍ시행되기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상향되었다.
그 결과 2016년 3월 31일 현재 기준 주택 소액임차인은 보증금이 서울특별시 1억원,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서울특별시 제외) 8천만원, 광역시(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에 포함된 지역과 군지역 제외)ㆍ세종특별자치시ㆍ안산시ㆍ용인시ㆍ김포시 및 광주시 6천만원, 그 밖의 지역 5천만원 이하인 임차인이다. 이들 보증금 중 각각 3천400만원, 2천700만원, 2천만원, 1천700만원을 최우선변제 받게 된다.
이와 달리 상가건물 소액임차인의 범위는 보증금이 서울특별시 6천500만원,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서울특별시 제외) 5천500만원, 광역시(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에 포함된 지역과 군지역 제외), 안산시, 용인시, 김포시 및 광주시 3천800만원, 그 밖의 지역 3천만원이하인 임차인이며, 이들 보증금 중 각각 2천200만원, 1천900만원, 1천300만원, 1천만원을 최우선변제 받는다. 상가건물 임대차 보증금은 주택임대차와 달리 ‘보증금+(월세X100)’을 적용한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한다.
다음으로 소액임차인이 대항요건을 갖추고 그 대항요건을 최소한 배당요구종기까지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 요건은 소액임차인뿐만 아니라 일반 임차인에게도 요구되는 사항이다. 대항요건은 주택의 경우 주민등록과 점유를, 상가건물은 사업자등록과 점유를 말하고 그 대항요건을 갖춘 다음날 ‘0’시부터 대항력이 발생하게 된다.
임차주택이 경매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찾아오는 사람도 많고 불안하기도 해서 더러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기도 하는데 임차인이 대항요건을 상실하게 되면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부득이 이사를 할 필요가 있다면 배당요구종기까지 거주한 후 이주하거나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여 임차권등기가 경료된 후 이사하면 된다.
또한 소액임차인은 대항요건을 최소한 경매개시결정등기 전에 갖추어야 한다.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권이 임차인보다 순위에서 앞선 담보물권자를 해하게 되는 결과 최소한도로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하면 된다.
일반 임차인이 경매개시결정등기 이후 대항요건을 구비해도 확정일자에 기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과 다른 점이다. 일반 임차인은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배당순위를 정하므로 확정일자부 임차인보다 순위에서 앞서는 다른 담보물권자의 이익을 해하지 않아 대항요건을 언제 갖추었는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끝으로 소액임차인이 최우선변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집행법원이 정한 기한(배당요구종기) 안에 반드시 배당요구를 해야 한다. 소액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했어도 그 배당요구를 배당요구종기를 지나서 했다면 배당을 받을 수 없다.
간혹 임차인이 배당요구는 하지 않고 권리신고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권리신고만으로는 배당요구로 보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배당에서 제외된다. 매각대금에서 우선변제를 받으려면 권리신고를 했더라도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거나 권리신고와 배당요구서를 같이 작성해서 제출하면 된다.
이처럼 소액임차인이 매각대금에서 우선변제를 받기 위해서는 이에 합당한 요건을 갖추고 권리행사를 해야 한다. 소액임차인에 해당한다고 해서 아무런 권리행사를 하지 않고 있으면 대항력 유무에 따라 낙찰자에게 보증금의 인수를 주장할 수 있을 뿐 매각대금으로부터 우선변제를 주장할 수는 없음을 알아야 한다.
소액임차인에 해당되어 최우선변제권을 행사한 결과 보증금 중 일정액을 배당받았다고 치자. 그러면 그 일정액을 벗어난 보증금은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일까? 예컨대, 서울에 1억원에 거주하는 소액임차인이 최우선변제권을 행사하여 3천400만원을 배당받은 경우 나머지 6천600만원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이 경우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이라면 나머지 보증금에 대해서 확정일자에 기해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고, 만약 그 임차인이 대항력까지 있다면 낙찰자에게 대항력을 행사해 배당받지 못한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다. 소액임차인의 보증금이 최우선변제되는 보증금 중 일정액을 초과한다면 소액임차인이라 해도 반드시 확정일자를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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