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등산 유전자'를 타고났나
한겨레
우리나라 사람은 등산을 좋아한다. 주말이면 수도권 등산로에선 앞사람 엉덩이를 보면서 줄지어 산을 오른다. 단풍철에 명산은 인산인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집계를 보면, 10월 한달 동안 설악산에만 72만여명의 탐방객이 찾았다. 절정을 이룬 10월17~18일 주말에는 10만명 가까웠다.
산에 오르는 이는 주로 중장년층 남성일까. 맞는 얘기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한국갤럽의 9월 조사에서 월 1회 이상 등산하는 사람은 남성의 37%, 여성의 19% 등 성인 넷에 한명꼴(28%)로 나타났다. 50대 이상 남성의 절반이 여기 해당하지만 20대 남성의 34%, 30대 여성 21% 등 젊은층도 적지 않았다.
등산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활동이기도 하다. 한국갤럽이 주5일제가 시행된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3차례 한 조사에서 등산은 선호 취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그 비율도 증가했다.
한국인을 이토록 산으로 끌어들이는 이유는 뭘까. 한국인의 등산 열풍을 본 서구 언론은 고가의 등산복과 등산장비, 둘러앉아 막걸리 등 음식을 먹는 모습에 먼저 놀라지만 그 이상의 것이 있다고 분석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9월11일치 기사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녹초가 된 한국인이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인기있는 방법이 등산”이라며 “그런데 한국인은 너무 경쟁적이어서 등산할 때도 스위치를 끄지 못한다”고 짚었다. 그것이 “앞다퉈 정상에 올라 단체사진 찍고 재빨리 하산”하는 산행 문화를 낳았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달걀판처럼 산이 많은 나라인데다 부유해지고 여가 시간이 늘어서’라고 풀이했다. <뉴욕 타임스>의 백두대간 등정기에서는 “미국인에게 서부가 있다면 한국인에겐 산이 있다”고 적었다. 미국 공영방송 <엔피아르>(NPR)는 로스앤젤레스의 등산로를 가득 메운 이민 2세, 3세 재미 한국인을 취재하고 “등산은 한국인의 정체성”이라고 단언했다.
등산은 생물학적으로는 몰라도, 우리의 문화 디엔에이(DNA)에 깊이 새겨져 있을지 모른다. 조선 왕조 500년 동안 선비들은 명산을 등산하고 그 기록을 남겼다. 6일 경상대에서 열린 명산문화연구센터 창립기념 학술대회에서 ‘조선 선비의 유산(遊山) 문화’를 주제발표한 정치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산수 유람을 중요한 공부 수단으로 생각했던 조선 시대 사대부들의 유산이 오늘날의 등산이나 여행과는 다르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선 시대 등산기인 ‘유산기’는 약 600편에 이른다. 이를 정리한 정 교수의 <사대부, 산수 유람을 떠나다>를 보면, 승려가 메는 가마를 타고 산을 오르고 악사와 기생까지 동원하기도 하는 등 당시 특권층의 행태에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오늘날 산행문화의 뿌리로 보이는 것도 있다. 앞서 다녀온 이들의 산행기를 꼼꼼히 읽어 여행을 준비하고, 경치 좋은 곳에 둘러앉아 시를 짓고 사교활동을 했다. 산행 중엔 계곡에 솥을 걸고 밥을 지어 준비해 간 반찬을 곁들여 먹었다. 술도 여흥과 비상식량, 약으로 쓸 필수품이었다.
조선 선비도 절경을 즐기러 산에 갔지만 산행을 통해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심신을 수련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산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요즘과 달랐음은 유산기를 남긴 선비 가운데 상당수가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킨 데서도 알 수 있다. 금강산의 비로봉이나 북한산의 백운대 등 정상 등정을 고집하지도 않았다. 우리가 잃어버린, 그러나 복원할 만한 산행 유산이다. 산행 열풍은 단군신화, 유산기, 산신제 등 한민족과 산의 뗄 수 없는 관계를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최원석 경상대 교수의 말을 빌리면, “한민족에는 ‘산천 디엔에이’가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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