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거로워 놓친 실손보험금, 병원서 바로 접수한다면?
한겨레
[한겨레]금융위, 청구 간소화 서비스 추진
환자가 보험사에 팩스 보내는 대신
진료비 수납뒤 병원서 바로 청구
의료계 “의료비 통제할 것” 반발 커
보험사도 ‘낙전 효과’ 포기 미지수
금융위, 시범운용 뒤 여론 파악키로
회사원 김아무개(42)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를 위해 6년 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 다달이 3만원 넘는 보험료를 내고 있지만 김씨는 4년 전 아이가 폐렴으로 입원했을 때 단 한 번만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동안 이런저런 작은 병치레로 아이가 여러 번 병원에 다녔지만, 병원비가 소액이다 보니 받을 보험금은 얼마 안 되는데도 매번 번거롭게 여러 서류를 팩스로 보험사에 보내야 하는 탓에 아예 보험금 청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직장생활 하다 보면 나처럼 시간 내기 힘들어 소액 보험금 청구를 안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좀 더 간편하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3200만명에 이르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가입자가 병원에서 온라인을 통해 바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청구 절차 개선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금융위원회도 지난 1월 내놓은 올해 업무보고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담았다. 금융위는 준비 과정을 거쳐 하반기쯤 보험회사·의료기관·정보기술업체 간 시범운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가 반발하는데다 보험회사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유인이 부족해 금융당국 뜻대로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 환자는 먼저 병원에 치료비를 낸 뒤, 병원으로부터 받은 진료비 영수증 등 진료기록 사본과 보험금 청구서, 신분증 사본 등을 팩스나 우편으로 보험사에 제출해야 심사를 거친 뒤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번거로운 절차 탓에,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만원 이하 외래진료비에 대한 미청구 건수 비율이 51.4%에 이르렀다.
금융위가 구상하고 있는 간소화 방안은 환자가 진료를 받은 뒤, 곧바로 병원에 설치된 전산 시스템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애초에는 국민건강보험처럼 병원이 실손보험금 청구를 대행하고 보험금도 수령하는 시스템을 고려했다. 하지만 이는 진료기록을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의료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정보기술업체가 병원 원무과에 각 보험사와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전산장치를 설치하고, 환자는 원무과에서 진료비를 수납한 뒤 이 시스템으로 보험금을 청구해 이후 본인이 직접 보험금을 수령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간편 청구에 드는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하고, 시스템을 설치한 정보기술업체와 병원이 이를 나누는 구조다.
이동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의료법 위반 논란을 피해가면서 병원에서 환자가 간편하게 온라인 전송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가 시작되면 보험 가입자가 매우 편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금융위가 추진하는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 간소화를 병원의 가욋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손보험은 환자와 보험사가 맺은 민간계약이라, 병원이 중간에 끼어들어 환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비 내역 등을 보험사에 보내고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직접 수령하는 부담을 떠안을 수 없다는 게 의료계 입장이다.
의료계는 더 나아가 청구 절차 간소화가 결국 비급여 진료항목 청구 서식의 표준화와 전산화를 통해 보험금 심사 강화와 의료비 통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단체들이 “궁극적으로 국민의 의료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고, 의료비 지출을 절감해 민간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을 줄이는 게 (청구 절차 간소화의) 목적”이라고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우편이나 팩스로 보험사에 전달되던 개인 질병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체계적으로 집적되면, 보험사가 이 정보를 활용해 심사 거절 등에 악용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나친 우려라고 반박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청구 절차 간소화는 가입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과잉진료에 따른 실손보험금 과다 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보험사들이 청구 절차 간소화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보험사로선 수수료 비용이 드는데다, 그동안 가입자들이 절차가 번거로워 보험금 청구를 포기해서 발생한 ‘낙전효과’를 더 이상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시범운용 계획을 밝힌 금융당국은 관련 당사자들의 여론 추이를 좀 더 지켜본 뒤 정책 방향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동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상반기까지 의료계 내부의 동향과 시장 상황 등을 주시하려고 한다. 만약 의료계의 반발이 계속 이어진다면, 금융위를 넘어 좀 더 큰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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