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역 '사통팔달'.."20년간 일대 공사판"
KBS 윤창희
서울 강남구청의 한 공무원은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최근 개통한 9호선 봉은사 역을 잇는 650m의 영동대로는 서울 강남 개발의 상징 같은 곳이다. 강남의 심장부를 가로 지른다. 이 길을 사이에 두고 코엑스와 옛 한국전력 부지가 마주한다. 옛 한전부지는 지난해 가을 현대차가 1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사들였다.
"앞으로 20년간 영동대로와 삼성역 일대는 덮었다 파헤쳤다 하는 공사판만 벌어질 것이다."
서울 강남구청의 한 공무원은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최근 개통한 9호선 봉은사 역을 잇는 650m의 영동대로는 서울 강남 개발의 상징 같은 곳이다. 강남의 심장부를 가로 지른다. 이 길을 사이에 두고 코엑스와 옛 한국전력 부지가 마주한다. 옛 한전부지는 지난해 가을 현대차가 1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사들였다.
10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출구 조성 공사가 한참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말 봉은사역은 개통됐지만, 코엑스쪽 출구 조성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지하철9호선 개통으로 한결 복잡해진 이 곳 영동대로 일대는 10년 후면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 수준의 변화가 예상된다.
교통은 그야말로 사통팔달의 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을 잇는 각종 광역철도와 고속철도(KTX) 등이 대거 삼성역을 통과하게 된다.
10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이 일대 건설이 추진되고 있거나, 공사가 진행중인 교통관련 사업은 모두 7개에 달한다.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출구 조성 공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현재 추진중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노선은 무려 3개가 삼성을 지나게 돼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구체화된 노선이 GTX A노선(36.4km)이다.고양 일산~삼성~동탄을 연결하는데, 이중 삼성~동탄 구간이 우선 추진된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GTX B노선과 C노선도 삼성을 지난다.
B노선은 송도~삼성~잠실을 연결하는 48.7km 노선이고, C노선은 의정부~삼성~금정을 연결하는 45.8km 구간이다.
위례신도시의 교통대책으로 마련되는 위례~신사선도 삼성을 지나게 된다.
수서발 KTX(고속철도)도 삼성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평택~수서를 연결하는 KTX가 올해 하반기 완공되는데, 이를 삼성을 거쳐 의정부까지 연결하는 노선 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 한전부지와 서울시의 복합 MICE 단지 개발 계획
도로 공사계획도 예정돼 있다.
서울시의 대표 민자사업인 대심도 도로가 유스마트웨이(U-Smart Way)라는 이름으로 계획중인데, 이중 남북3축이 상계동~세곡동을 연결하는 영동대로를 지하로 거쳐 가게 돼 있다.
교통만 사통팔달이 되는 게 아니다.
현대차의 한전 부지 인수와 관련해 대규모 개발 사업도 함께 진행된다. 서울시는 이 지역과 잠실운동장 일대를 묶어 세계적인 MICE(국제회의와 전시회를 주축으로 한 관광산업) 복합 단지로 키운다는 방침을 내놨다.
서울시는 8일 도시 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이 일대의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 구역' 의 범위를 넓혔다. 기존에 강남구 삼성동과 대치동 일대만 포함하던 지구단위계획을 잠실 종합운동장과 탄천 일대 등 송파구 잠실동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번 구역 확대로 현대차가 한전부지 용도 변경의 대가로 내놓는 공공기여분(약 2조원 예상)은 잠실운동장 일대 재개발의 재원으로 쓸 수 있는 길을 터 놓은 것인데, 이 일대는 대대적인 개발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이 들어서는 한전 부지에는 571m의 지상 115층 건물이 들어선다. 송파구의 제2롯데월드(125층)보다 16m 높은 국내 최고 높이의 빌딩이다. 바로 옆에는 62층 짜리 업무시설 2개동도 들어선다. 호텔, 문화시설, 쇼핑몰등이 입점하는 복합건물로 조성되는 1만5000㎡ 규모의 전시 컨벤션 센터도 들어선다.
현대차 사옥 개발과 비슷하게 다른 회사들도 호텔 건립을 계획중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삼성역과 접한 대치동 파크하얏트 호텔 옆에 또 하나의 특급호텔 건립을 추진중이다. GS 그룹은 인터컨테넨탈 호텔 옆에 '파르나스 타워'를 짓고 있다.
이런 민간 회사들의 개발 사업과는 별도로 서울시가 내놓은 MICE 조성 계획도 이 지역을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전을 완료한 서울의료원(3만2000㎡)와 한국감정원(1만1000㎡)을 재개발해 세계적인 도심형 MICE(국제회의와 전시회를 주축으로 한 관광산업) 복합 단지로 키운다는 게 박원순 서울시장의 생각이다.
이런 박 시장의 계획은 삼성역과 영동대로를 넘어 잠실종합운동장까지 펼쳐져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4월 내놓은 청사진에 따르면 잠실운동장 재개발이 추진된다. 이에 따라 잠실 주경기장과 실내체육관은 리모델링 등을 통해 기능이 개선된다. 수영장은 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국제 규격에 맞게 신축하되, 공연장 등으로 복합 활용이 가능하도록 지을 계획이다.
야구장은 학생 체육관 부지를 활용해 신축할 계획인데, 돔구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이건기 행정2부시장은 "코엑스와 잠실운동장을 잇는 72만㎡ 일대는 서울의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산업핵심공간이자 세계적인 명소로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다발적 공사, 안전 위험도
영동대로 일대는 이처럼 대규모 개발 계획과 교통 노선 신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큰 밑그림 없이 단편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추진 주체도 정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으로 분산돼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나치게 많은 공사들이 연쇄적으로 이뤄지면서 교통 혼잡은 물론 자칫 안전 문제까지 나올 수 있다. 제2롯데월드도 건설과정에서 석촌호수의 수위가 낮아지고 싱크홀이 연이어 발생하는 등 예기치 않은 안전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영동대로 일대 개발은 규모와 기간 면에서 제2롯데월드를 훨씬 능가한다.
특히 주민들은 개발 과정에서 교통 혼잡이 극심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무역센터 건물에 있는 IT회사에 다닌다는 박상도(33)씨는 "지금도 코엑스와 공항터미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일대는 차량 혼잡과 주차난이 아주 심한데 앞으로 더 심해겠다"고 걱정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와 주민들 사이에서는 여러 개발들을 통합해 한꺼번에 계획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GTX, KTX 등을 사업별 노선별로 제각각 공사할 게 아니라, 충분한 사전 검토를 통해 개발시기와 방법을 결정한 후 통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주민 이영남(53, 강남구 대치동)씨는 "지금대로라면 20년 동안은 공사판을 벌여야 한다는 얘긴데, 주민들의 불편은 극심할 것"이라며 "현대차 공사에 맞춰 다른 공사도 함께 하는 '원 샷'식 개발로 주민 불편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하개발 필요성
지하개발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는 최근 영동대로 지하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자료를 만들어 각계에 배포하고 있다.
강남구는 이 일대 개발에 따른 교통난과 주차난 해결을 위해 지하개발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즉 무역센터(코엑스몰)과 한전부지(현대차 사옥)을 연결하는 지하 공간을 개발하고, 아셈로에는 지하주차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남구청 도시계획과 이태영 팀장은 "서울시의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로 탄천변 주차장이 없어지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셈로에 지하주차장 건설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삼성역 일대 통합 개발 계획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정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영동대로 지하개발은 재원 부담 방법이 마땅치 않고, 철도 건설도 아직 검토중인 단계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광역철도의 경우 노선별로 추진 일정이 다르고 주체도 달라 통합개발이 솔직히 쉽지 않다"며 "주민들 편의 차원에서 앞으로 충분히 검토는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창희기자 (thepl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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