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때 물려주자"… 증여 18兆 사상최대
상속 비해 稅부담 반으로 줄어 부동산보다 현금·펀드 같은 금융상품 물려주기도 증가세
고령화로 80~90代 부모가 60代에게 주는 '老老 증여' 급증
강남에 사는 주부 김모(50)씨는 연초에 가입한 항셍지수(HSCEI)·유로스톡스50(EuroStoxx50)에 연동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평가 금액이 4500만원 선까지 낮아지자, 27세인 자녀 앞으로 증여해 주기로 결정했다.
평가 금액이 7000만원일 때 증여했다면 증여세를 약 180만원 내야 하지만, 4500만원으로 하락한 지금 증여하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부모가 성년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10년에 5000만원(미성년은 2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나중에 가격이 올라 수익률이 좋아지더라도 추가 상승분에 대한 세금은 없다). 김씨는 "어차피 돈이 장기간 묶일 텐데 지금 아들한테 싼값에 증여하면 절세(節稅) 효과가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재산의 대물림 방식이 상속에서 증여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국세청이 최근 발간한 '2015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의 총 증여재산가액이 사상 처음으로 18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5년 전과 비교해 49% 늘어난 수치다.
증여세 신고 인원은 8만8900명에 달했고, 증여세 신고세액도 1조9000억원에 육박했다. 반면 상속세 신고세액은 2012년 이후 1조6000억원 수준에 머물면서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령화로 상속 시점이 미뤄지면서 증가 속도가 더뎌지고 있는 것이다.
◇"자산 가격 쌀 때 물려주자"
증여가 상속보다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데 있다. 김영준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상속세와 증여세는 세율(10~50%)이 같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선 증여 쪽 세금 부담이 훨씬 적다"고 말했다. 예컨대 20억원을 가진 사람의 경우 사망 시 누진세율이 적용돼 최대 40%까지 상속세를 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5억원씩 쪼개서 미리 증여했다면, 금액이 적은 만큼 최고 세율이 20%까지 낮아지면서 최종 세금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지난해부터 증여세 관련 세금 공제액(성년 자녀 3000만원→5000만원, 미성년 자녀 1500만원→2000만원)이 늘어난 것도 증여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80~90대 노모(老母)에게 재산을 물려받는 60대 아들처럼, 이른바 노노(老老) 증여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60세 이상 수증인(受贈人·증여받은 사람) 숫자는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한 시중은행 세무사는 "예전에는 60대만 되어도 상복(喪服)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지금은 젊은이보다 건강하신 70~80대 어르신도 많다"면서 "지금 증여해도 늦지 않았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통상 사망일로부터 과거 10년 동안 증여했던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재산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매기게 되어 절세 효과가 사라지게 되는데, 이런 가능성을 우려하는 고령자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토지·건물과 같은 부동산보다는 현금·펀드 등 금융자산을 물려주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이은하 미래에셋증권 세무사는 "4~5년 전만 해도 부동산 증여가 대세였지만, 최근엔 금융상품 증여가 부동산 증여 비율을 앞서고 있다"면서 "금융상품은 부동산과 달리 쪼개서 물려줄 수 있고, 취득세 등 거래 비용이 들지 않아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산이 힘"… 손자·손녀 사랑은 유별
하지만 이렇게 증여가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정작 자녀 증여의 경우엔 머뭇거리는 부모가 많다고 세무사들은 입을 모은다.
너무 일찍 재산을 물려주었다가 증여 후에 자녀의 태도가 달라질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치권에선 부모가 일단 재산을 물려줬다고 해도 자녀가 효도하지 않으면 되돌려받는 일명 '불효자 방지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김근호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장은 "원금에서 나오는 이자만 자녀에게 쪼개 물려주는 식으로 구조를 짜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정수 HMC투자증권 세무전문위원은 "자녀 증여는 노골적으로 꺼리면서도 손자·손녀 증여에는 적극적인 것이 요즘 트렌드"라면서 "전세금·대출 등으로 여유가 없는 자녀 대신, 손자·손녀 교육비는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세대를 건너뛰는 증여에 대해 상담하는 조부모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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