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꾼이 되려면…
지구력을 두배로 늘려라. 산꾼이라면 누구나 어느 순간 조금 더 기운을 내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남들이 낮잠을 즐길 때 몇km라도 더 가고 싶어진다. 거대한 능선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석양무렵 지도를 보니 분명히 그 봉우리 너머 시설이 완벽한 훌륭한 야영장이 있음이 확실하다. 그럴 때 그런 충동을 받는다. 당신의 오일탱크에 기름이 다 떨어진 것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지구력을 키우고 힘이 남아 도는 방법 11가지를 알아본다.
1. 규칙적으로 물을 마셔라
규칙적으로 물을 마셔라. 체내의 수분은 차의 기름과 같다. 기름이 떨어지면 엔진은 정지한다. 한사람의 1일 평균 수분 섭취량은 적어도 2리터는 되어야 한다. 조금 큰 음료수 페트병이 1.5리터임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실제로 한 여름에 큰 산을 타고 있다면 3리터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페트 큰 병 두 개를 가지고 올라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사실 1.5리터짜리 페트병에 물을 가득 넣어가서 5~6시간 산행한 뒤에 보면 밑바닥에 물이 조금 남아 있곤 하였다. 이것은 물을 제대로 안마셨다는 얘기가 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물 좀 적게 마셨다고 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관절, 인대, 근육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데 있다. 하지만 수분섭취를 게을리하면 피로, 두통, 방향감각상실, 식욕감퇴에 이르게 된다.
비뇨기과 전문의사인 빌 필랜더라는 사람의 말이다. 그 자신이 등산야영을 좋아하는 사람이므로 이 말은 산꾼들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의 충고를 들어보자. 물은 일정한 시간을 두고 규칙적으로 마신다. 마시되 목이 마르기 전에 마셔야 한다. 소변의 색깔과 소변의 빈도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소변 색깔이 무색투명하지 않고 노란색이 있으면 물이 부족하다는 신호이다. 소변이 규칙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물을 더 마시라 그것이 그의 충고이다.
포도당이나 당분이 든 물이 가장 쉽게 체내에 흡수된다. 그러나 심각한 탈수증(설사와 의식이 없어지는 것이 징후이다)에 걸리지 않았다면 알콜성분이 함유되지 않은 음료, 카페인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음료는 마셔도 좋다. 웨이스 박사는 희석된 스포츠 음료를 추천한다. 거기에는 포도당과 중요한 염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 염분은 전해물질 대용이 된다. 단 그대로 마시기 보다 절반으로 희석하여 마시는 것이 좋단다.
2. 자기 페이스를 지켜라
많은 초보 등산객은 아침에 텐트에서 일어나자마자 내빼듯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잘못을 범한다. 그런데 한낮이 되면 이미 지쳐서 발을 질질 끌다시피한다. 평탄한 길에서도 자신의 자연스러운 페이스를 찾아야 한다. 산책하는 걸음걸이보다는 조금 빠르게 걷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몇분, 혹은 몇시간 산길을 걸으면서 걸음걸이에서 억지스피드를 의식할 정도로 빠르게 걸어서는 안된다. 크리스 타운센드라는 사람은 평상시속도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장시간 걷기는 어렵지만 평상시속도보다 늦게 걸어가는 것이 놀랄만큼 피로도를 높인다고 말한다. 리름을 탈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걷는 것이 전혀 힘이 들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려면 마치 미끄러져 가는 듯한 리듬, 몇 시간이고 그대로 유지하면서 나아갈 수 있는 페이스를 찾아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런 리듬이 없이는 내딛는 발걸음마다 피로가 올 것이라는 것이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휴식을 취하되 30분 동안 걸어가면서 2~3회를 쉬어야 할 정도라면 발걸음 속도를 조금 늦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 속도를 계속 유지하면 젖산이 발생하여 근육수축이 일어날 수 있다. 즉 쥐가 날 수 있다.
산길의 경사에 맞추어 페이스를 조절하라. 길이 험준해지면 스피드를 늦추라. 길이 평탄해지면 스피드를 올려라. 내리막길에서는 달려 내려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너무 빨리 내려가지 말라. 왜냐하면 숨은 가쁘지 않더라도 이미 운동은 할만큼 했기 때문에 근육이 혹사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산행중의 대부분의 부상은 등산객이 하산길에 너무 빨리 달려내려갈 때 일어난다.
3. 고도 적응을 준비하라
(이 항목은 대부분의 산이 2,000m 아래인 우리나라에서는 적용되지 않으나 해외의 고산을 산행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 만큼 유의해 두는 것이 좋다)
현재 해발 0m인 바닷가 도시에 살고 있는 당신이 미국의 로키산맥의 어느 산을 등산하기로 했다면 약간의 고산병을 앓을 가능성이 있다. AMS라고 부르는 격열한 산악병(acute mountain sickness)이 그것이다. 그러니 출발을 서두르지 않고 고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짜라. 현명한 산악인들의 격언을 기억해두라. 즉, "높은 곳에 올라가되 잠은 낮은 곳에서 자라"가 그것이다. 능선봉 꼭대기의 캠프사이트는 일정의 후반에 이용하도록 남겨두라. 산행 초기에는 낮에 높은 산의 조망을 즐기다가 밤에는 골짜기로 내려가 잠을 자라는 것이다.
고도 2,100m(약 7,000피트) 이상 되는 고도에서는 심각한 고산병의 위험이 잠재하므로 그에 수반된 징후들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첫째 집중력의 상실, 둘째 판단력의 손상, 세째 두통, 네째 가쁜 호흡이 그것이다. 이런 징후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즉시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충분한 수분 섭취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밖으로 드러나는 고산병에 의한 두통의 대부분은 탈수로부터 온다.
4. 센스를 잃지 말라
한적한 산골짜기 개울바닥의 커다란 돌과 바위를 건너뛰며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내려오는 것은(가령 설악산의 가야동계곡 같이) 보기에는 재미있어 보이지만 도시로부터 그리고 인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라면 발한번 잘못 디뎠다가는 재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빠른 걸음으로 하산하는 것도 경쾌해 보이지만 무릎이 절단날 가능성은 높아진다. 재미를 느끼되 안전한 재미를 느껴라. 먼 산골짜기에서 궁극적인 지구력 유지 도구는 센스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5, 백일몽을 꾸며 걸어라
산행하면서 한발자국 한발자국마다 온 신경을 집중한다면 1km를 걷는 것도 영원처럼 느껴질 것이다. 계속 나오는 앞길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안전에 전개되는 풍광에 신경을 쓰며 걸어라. 친구와 같이 가거든 친구와 대화를 나누라. 친구없이 혼자 걷고 있다면 머리속에 소설을 쓰면서 걸어라. 산행이야말로 마음의 자유로운 방황을 허용케하는 이상적인 시간이다. 그러니 배낭무게와 앞으로 가야할 몇 km를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하라.
경사를 올라가야 하는 먼 길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 용이하게 도달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라. 즉 중간에 그늘이 시원한 큰 나무가 있다면 그것을 중간 목표로 설정할 수 있다. 그곳에 도착하면 간단한 요기를 한다든지 조금 쉴 수도 있다고 자신에게 약속하라. 백일몽(공상)을 꾸며 걷는 것은 터득해야 하는 하나의 기술이다. 백일몽은 산행자로 하여금 여러날 동안 자신의 마음이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홀가분하게 하며 산길을 가는 리듬에 익숙해지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6. 두터운 침랑을 휴대하라
이 항목은 당일치기 산행자에게 불필요할지도 모른다. 어제 밤에 잠을 잘자지 못했다면 산행자의 정신력은 곤두박질할 것이고 돌발사태에 대한 반응시간도 길어질 것이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라. 절대로 수면용 장비에 대해서는 돈을 아끼지 말라. 배낭무게를 줄이려는 나머지 패드가 얇은 너무 가벼운 침랑속에서 떨며 보낸 잠없는 밤은 우리를 피곤하게 하고 성질을 까다롭게 만들고 주의력이 부족하게 만든다.
7. 자주 먹어라
작은 먹거리(snack)를 자주 먹는 것이 힘과 기능을 극대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스낵을 시간마다 먹는데 스낵 먹는 시간을 지나치게 길게 잡아서는 안된다. 존 롱과 마이클 호지슨이란 사람이 지은 "산행자의 핸드북(Dayhiker's Handbook")이라는 책에 따르면 주말 산행중에 균형잡힌 다이어트식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필요한 것은 충분한 칼로리일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주일 이상의 산행을 할 예정이라면 탄수화물과 단백질에 신경을 써야 한다. 훌륭한 탄수화물 소스로는 말린 과일류, 빵, 쌀, 쿠키 등이다. 단백질이 많은 것은 견과열매류, 고기(육포), 콩, 그리고 곡물식품(오트밀, 콘 플레이크 등)이다.
8. 걷기 좋을 때 걸어라
더운 여름날 뜨거운 오후에는 점심시간을 오래 갖도록 하든가 물좋은 곳에서 수영을 즐기거나 재미있는 책을 읽도록 일정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온이 시원하면 몸은 기운이 뻗치고 움직이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아침식사를 걸러서는 안된다.그렇게 하면 진짜 지구력이 바닥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일출 이후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서둘러 출발하도록 하라. 나는 "아침형"이 아니다 라고 하며 느긋해 하다가는 뜨거운 오후에 걸어가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것이다. 성큼성큼 걸어가다 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어쩔수 없이 해가 중천에 뜬 뒤에 걸을 수밖에 없다면 나무 그늘 아래로 걷도록 하든가, 챙이 넓은 모자, 목덜미를 가리는 군대식모자 아니면 접이식 우산을 쓰는 것도 좋을 것이다.
9. 가볍게 산행하라
"가벼운 것이 좋은 것", 이것이 산행자의 좌우명이 되어야 한다. 시즌 초기에 1박2일의 산행을 해보라. 그러면 본질적인 것과 피상적인 것을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생존용 의류장비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도 지나친 짐을 가지고 가는 것을 피하라. 장기간 산행을 할 경우에는 여벌의 옷을 가지고 가기보다는 적당한 곳에서 세탁을 하며 갈아 입는 것이 좋다. 단, 물이 나오기시작하는 곳에서 최소한 200미터 아래서 옷을 씻고 비누를 사용하지 않는 등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초경량, 장거리야영산행의 권위자는 식료품을 제외한 배낭의 무게를 3.8kg까지 줄였다고 한다. 그 결과 그는 경주용신발과 다름없는 신발을 신고 산행을 하는데 그때문에 그의 행장은 더욱 경량화된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지적한다. 사람들이 큰 산행전에 자기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는 큰 이유는 '배낭의 무게때문에 그의 등과 다리에 무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라고. 그러니 가차없이 빼내라.(물론 생존을 위한 기본장비까지 빼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렇게 해야 지구력은 남아돌 것이다.
10. 목표에 구애되지 말라
미리 세워 놓은 목표나 기대를 달성하거나 채우려고 애쓰는 나머지 그 노예가 되지 말라. 집을 떠나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은 귀중한 시간이다. 그러므로 매순간 느껴지는 감동을 자유로이 만끽하도록 하라. 오늘은 어디까지 가야한다고 정해 놓은 거리를 반드시 지킬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면 산행은 보다 즐거워질 것이고 피로도는 훨씬 경감될 것이다. 오늘은 B지점까지 꼭 가야 한다면 급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아침 일찍 출발하라.
산행은 여가활동이다. 누가 제일 빨리 오르는가 내기경주를 하는 게 아니다. 예상보다 발걸음이 늦고 있음을 알았다면 조금 더 가까운 캠프사이트에서 걸음을 멈추고 예상하지는 않았겠지만 즉흥적인 장소(캠핑사이트)를 찾도록 하라.
11. 환경에 적응하라
지리학과 야생화와 야생동물이며 산행지역의 역사를 알고 있다면 그는 산행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것들은 산행자의 정신과 힘을 북돋우어 줄 것이다. 자딘(Jardine "The Pacific Crest Trail Hiker's Handbook"의 저자)의 말을 빌리면 "구경꾼이 되지 말고 관찰자가 되라." 휴식시간이 되면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 숲의 냄새를 들이마쉬거나, 햇빛이 몸에 닿는 느낌을 감촉해보고 미풍이 이마를 쓰다듬는 느낌을 조용히 감지해보라.
자딘이란 사람은 시구절을 외며 명상에 잠기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가 자주 음미하는 구절은 소로우(자연에 기반한 초절주의 철학의 보전 "월든"의 저자)의 다음과 같은 싯귀이다. "그래서 나는 이 외로운 자연속으로 들어 왔다. 생의 문제가 평이해지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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